[칼럼]플랫폼과 기업 경쟁력

이재석입력 :2012/12/03 10:51    수정: 2013/01/10 20:25

이재석
이재석

플랫폼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활성화 되면서 플랫폼이 기업 경쟁력의 중요 요소가 되고 있다. 국민게임이 된 ‘애니팡’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플랫폼으로 활용해 큰 성공을 거뒀다. 지난 2009년 PC버전으로 처음 출시된 애니팡은 당시에는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다 모바일 환경으로 플랫폼을 변화시켜 비약적인 사업 성장을 이뤘다. 준비된 콘텐츠를 가진 기업과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의 만남이 대박을 터트린 셈이다.

‘평평한 공간(flat-form)’이라는 어원에서 알 수 있듯, 일상 생활에서 플랫폼은 기차역, 버스 정류장 등과 같이 교통 수단을 골라 타거나 매매가 이루어지는 시장 같은 ‘공간’의 개념이었다. 최근에는 기술이나 공정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 환경’이나 온라인에서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시켜 거래를 일으키는 ‘온라인 시장’ 등으로 개념이 확장됐다.

새로운 개념의 플랫폼은 의식하지 못할 뿐 이미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컴퓨터를 사용하기 위한 운영체계(OS)와 응용프로그램, 정보 검색을 위해 사용하는 포털 사이트, 친구나 지인을 직접 만나지 않고도 소식을 전하고 확인할 수 있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이 모두 플랫폼이다. 우리는 이처럼 다양한 플랫폼 위에서 일을 하고 쇼핑을 하고 친구를 만나고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현재 시장에서 성공하는 플랫폼은 쌍방향으로 운영되는 특징이 있다. 예전의 플랫폼은 단방향이었다. 사용자는 원하는 행선지로 가는 기차나 시장에 찾아가 해당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하는 데 그쳤다. 하지만 현재 이용자의 역할은 ‘참여’라는 이름으로 확장되고 있다.

먼저 엔드유저로써 새로운 기능을 제안하고 운영자와 끊임없이 피드백을 주고 받아 플랫폼을 발전시키고 있다. 또는 플랫폼 참여자로써 제2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업자가 되기도 한다. 카카오톡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애니팡이나 페이스북을 통해 즐길 수 있는 게임인 징가가 대표적인 플랫폼 참여자들이다.

또 이용자들은 특정 플랫폼에 익숙해지면 기존 보다 뛰어난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등장해도 쉽게 바꾸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는 곧 플랫폼 사업에서 시장 선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여기서 ‘선점’은 단순히 시장에 빨리 진출한다는 개념이 아니다. 일정 이상의 규모를 경쟁사보다 빨리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로 카카오톡보다 뛰어난 기능을 추가한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이 나온다 해서 이용자들이 손쉽게 카카오톡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처럼 일정 이상의 규모를 이룬 후에는 이용자들의 이탈을 막는 잠금효과(lock-in)까지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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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은 이 같은 성공 요소를 갖춘 플랫폼을 앞세워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성공적인 플랫폼이 강력한 기업 경쟁력으로 작용하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들이다. 우리는 이 기업들을 통해 성공적인 플랫폼이 기업 경쟁력으로 얼마나 강력하게 작용하는 지를 몸소 느끼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플랫폼에서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 각자 상황에 맞춰 운영자 혹은 참여자로써 성공적인 플랫폼을 만들고 활용하게 된다면 세계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강력한 경쟁 요소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재석 IT컬럼니스트

이재석 대표는 포스텍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지난 1999년 5월부터 심플렉스인터넷을 이끌어오고 있다. 벤처 버블에서 살아남은 국내 IT벤처 1세대로서 IT시장의 변화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 분석 해보는 것이 취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