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ICT 생태계 구축 '무엇을, 어떻게?'

박민우입력 :2012/11/19 10:55

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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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가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인 '플랫폼 전문가 그룹'에서 ICT 생태계 모델에 대한 토론회가 있었다. 그 동안 ICT 생태계에 대한 논의나 필요성에 대한 주장들은 많이 있었으나, 구체적인 생태계 모델에 대한 개념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관심을 가지고 토론에 참가했고 많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다.

■생태계 모델에 대한 이론적 근거

생태계 개념은 1935년 영국의 식물생태학자인 아서 조지 탠슬리(Arthur George Tansley)가 영국생태학회에서 발표한 '군락생태학' 연구에서 처음 언급됐다. 탠슬리는 생태계 이론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에서 에너지의 순환을 통한 상호작용이 확립된 선순환적인 메카니즘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자연 생태계는 크게 개방성, 다양성, 상호작용, 공진화를 통해서 발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개방성은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지속적인 에너지 유입을 의미하고, 다양성은 생태계를 구성하는 종과 에너지의 종류를 의미한다. 상호작용은 생태계 주체간의 상생과 공생을 통한 순환관계를 의미하고, 공진화는 상호작용의 결과로 진화와 유지발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ICT 생태계 개념도 여기서 시작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탠슬리의 자연 생태계 이론을 비즈니스에 처음 도입한 사람은 '경쟁의 종말' 저자인 제임스 무어(James Moore)다. 무어는 1993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기고한 'Business ecosystem'이란 논문에서 비즈니스 생태계 이론을 처음으로 주장했다. 이 논문은 그 해 맥킨지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으며, 이후 다양한 분야에서 생태계란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ICT에서 적극 활용하게 됐다. 무어는 기업 생태계를 '상호작용하는 조직이나 개인들에 기반을 둔 경제 공동체' 라고 정의하고 그 구성원들이 가치 사슬을 통해서 상호 공존하고 진화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 이론이 최근에 더욱 부각되고 있는 이유는 디지털 시대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문제들이 개별 요소에 대한 분석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요소들이 상호연결돼 있는 복잡한 시스템적인 현상과 고도의 네트워크 사회에서 첨단기술이 점차 고도화되고 융합화돼가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존의 가치사슬만으로는 단편적인 해석밖에 할 수 없기 때문에 구성원간의 상호작용에 기반을 둔 생태계 이론이 중요한 솔루션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고 볼 수 있다.

■ICT 생태계 모델

구체적으로 ICT 생태계 모델이 언급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2010년 마틴 프랜즈만(Martin Fransman) 교수는 자신의 저서 'The New ICT Ecosystem: Implications for Policy and Regulation'에서 ICT의 발전을 생태계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마틴 교수는 ICT 생태계를 ‘네트워크-네트워크 사업자-서비스 사업자-소비자’ 4개의 계층으로 구분해 생태계 계층 모델(ELM: Ecosystem Layer Model)로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 4개의 계층은 6개의 상호 관계를 통해서 공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최근 많이 언급되고 있는 ‘C-P-T-N’ 모델과도 유사한 면이 있다. 다만 마틴 교수의 이론에서 관계의 중심이 네트워크에 집중돼 있는데, 이 시점에 ICT의 중심은 통신시장에 많이 종속돼 있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네트워크 보다는 플랫폼을 더 핵심적인 생태계 엔진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생태계 모델에 접근을 고민해야 한다. ICT 생태계 모델은 지금도 많은 전문가들이 연구 발전시키고 있으며, 연구가 지속될수록 계층과 구성요소들이 복잡해져 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시대에서는 기존의 가치사슬이 더욱 복잡해 지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프로슈머의 증가에 있다. 1인 기업의 증가와 앱스토어라는 플랫폼으로 인해 소비자이면서 생산자인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프로슈머는 단순히 모바일앱에 국한되지 않고 웹툰이나 소설, 음악과 같이 문화 전반에서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제는 IT, 문화, 교육, 생활, 금융, 의료에 이르기까지 구성요소가 증가했고 이러한 요소들은 다시 융합이란 키워드로 상호작용 또는 공생을 추진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이론이나 그림으로 설명하기에는 그 한계가 느껴질 정도다.

■ICT 생태계 구성을 위한 환경

그 동안 우리는 웹2.0을 통해서 개방성과 다양성에 대해 많은 학습을 했다. 하지만 상호작용에 대한 고민과 노력은 상대적으로 부족했다고 본다. 단편적인 양적 성장만을 추구하게 됐고 상대적으로 공생과 진화는 발전하지 못했다.

특히 상호작용의 단절에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한 주체가 네트워크 통신사, 디바이스 제조사, 정부라고 생각한다. 인력, 기술, 자본, 정책이 모두 한 곳에 집중되어 있는 환경에서 새로운 종(種)의 출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렇게 고립된 환경에서 성장한 개체들은 새로운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 밖에 없으며, 삼성전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기존 기득권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라 할 수 있다.

생태계 개념을 통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공생과 동반성장을 주장하고 있지만, 자율적 참여와 공정한 경쟁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런 제한된 환경에서는 결국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자연생태계에서 태양이라는 절대적 에너지가 공정한 환경을 지켜주고 있지만 ICT 생태계에서는 에너지의 흐름이 통제되어 있기 때문에 스스로 환경이 구축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국가가 생태계에 뛰어들어 개체간의 통제와 제어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틀을 만들어줘야 하며, 집중된 자원을 공평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와 지원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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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ICT에서 중소기업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자원들 - 네트워크, 위치정보, 결제시스템, 마켓플레이스 - 등에 대한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으면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순히 자금지원이나 창업경연대회 같은 것들보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아도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해주는 것이 건강한 ICT 생태계를 만드는데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

대선 이후 정보통신부의 부활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중소기업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민우 IT컬럼니스트

IT 칼럼니스트, Convergence service platform Consult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