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IT 엔지니어, 재충전이 필요하다

백승주입력 :2012/10/09 08:29

백승주
백승주

근래의 기술 트렌드는 컨버전스(융합)인 듯 하다. 다양한 기술이 연계돼 하나의 이름 하에 존재하고, 이 이름은 시장의 트렌드 단어가 돼 많은 IT 기술과 IT 엔지니어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 클라우드도 이러한 컨버전스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이번에 이야기할 내용은 사실 기술에 대한 부분은 아니다. 스마트 워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스마트(Smart)의 사전적 의미를 빌리자면, 똑똑하게 일하는 것이다. 이 스마트 워크라는 트렌드는 다수의 디바이스 유행, 그리고 이를 이용할 수 있는 기반 인프라인 네트워크 기술의 보안 및 접속 기술 발전 및 다양화, 나아가 네트워크 대역폭의 확보라는 측면에서 여러 조직에서 자리를 잡고 있다.

기업이 스마트 워크 문화를 도입하면 기존보다 업무량이 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본인이 선호하는 디바이스로 처리할 수 있다 보니, 업무량은 줄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난다. 다만 책상에 앉아서 업무를 처리하던 형태가 아니라 이동 중에도 업무를 처리할 수 있기에 시간적인 업무량 자체는 늘어난다. 업무량이 늘어나면 조직원의 스트레스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자연스럽게 신체적인 문제나 여러 개인사에 대한 문제로 대두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이슈가 커지면서 업무와 개인사에 대한 균형(Work and Life Balance)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함께 고민해봐야 할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러분, 1년에 얼마나 쉬고 있습니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교해 업무 시간 및 업무량이 높다. 주요 미디어나 리서치 기관의 조사 결과에도 항상 일 많이 하는 나라 1등, 휴가 가장 안가는 나라 1등을 차지하는 것이 이를 의미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매우 빠른 시간에 집중적으로 성장했고, 그 밑거름에는 열심히 일하는 문화가 일등 공신이었다. 이 때문에 필자는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다만 이제는 업무를 처리하는 성격이 변하고 있다.

독자들에게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다. 여러분은 1년에 휴가를 얼마나 사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휴가가 단발성의 반복인지, 1주 이상의 장기 휴가를 보내고 있는지?

뜬금없이 IT 칼럼에서 왜 휴가 이야기를 하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IT 분야도 개인의 삶과 자기계발, 휴식에 대한 또 다른 고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인이 “IT 엔지니어는 명절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고객사나 조직 내 인프라는 다운타임을 허락하지 않기에, 패치나 유지 보수를 위한 작업을 가장 사람이 적을 시기에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시기가 바로 1년에 2번, 그것도 6개월정도의 간격으로 존재하는 설과 추석이라는 것이다. 이 때 전체적인 인프라의 서비스팩이나 보안 패치등을 반영하기 위해 출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조직이 이런 식은 아니다. 또 이러한 다운타임을 좀더 유연히 처리하기 위해 고가용성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이 이야기는 아직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우리의 IT 엔지니어 삶이다.

공휴일이 하나라도 더 생긴다면, 항상 재계 단체 등에서 내놓는 성명이 있다. 업무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기업 생산성 등에서 전체적인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타격은 자연스레 대한민국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내용들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한 휴일이 항상 위기만으로 되돌아 올 것일까? 그리고 하루를 조직원이 더 쉬고 돌아와 더 열심히 할 것이라는 신뢰는 없는 것일까? 또한 스마트 워크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침 9시에 자리에 없으면 “어디십니까?”라고 연락하는 것도, 자리에 없다면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생각은 무엇일까? 정시 출근 및 야근은 옳고, 정시 퇴근은 왜 안 되는 것일까?

모든 것이 ‘양적인 시간 = 업무 처리량’일까? 많은 의문이 든다. 이 의문은 우리의 IT 업종에 대한 시각을 읽어볼 수 있다. IT를 제조 산업에 빗대어 생각하는 모습일 것이다.

■IT는 '지식 산업'...무식하게 일하는게 능사 아니다

IT는 시간으로 비례하는 형태의 산업이 아니라 지식 근간의 산업이다.

요새 ‘힐링’이나 ‘위로’라는 단어가 서점 및 매스 미디어에 유행하고 있다. 힐링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내용은 잠시 쉬어가라는 것이다. 베스트 셀러에 올라와 있기에, 많은 분들이 읽어본 적이 있을만한, 유명한 스님의 책에도 ‘멈추면 모든 것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왜 1주정도의 휴가를 못 갑니까?(사실 1주일은 장기라고 보기도 어렵다)”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눈치 보여서, 내가 없으면 업무 처리가 원활하지 않을까 봐, 그리고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가면 책상이 없어질까 봐 등이다.

IT는 지식 산업이다. 지식 산업은 기존의 제조 산업처럼, 앉아 있는 시간이 업무의 모든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식 산업이기에 자리에 앉아서 마구 시간을 보낸다고 무언가가 떠오르는 형태가 아니다. 예기치도 못하게 혹은 생각에 대한 잠시의 여유에서 ‘지식’은 더욱 많이 생길 수 있다. 하루 단위의 휴가가 아니라 1주 정도의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면, 더 나은 업무 효율이 생긴다는 것은 여러 조사에서 이미 입증된 부분이다.

이러한 휴가의 혜택에 왜 IT 엔지니어는 예외란 걸까? 이에 대해서는 업무에 대한 생각이 조직의 수장, 관리자, 그리고 IT 엔지니어가 모두 바뀔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만약 인력이 휴가 중에 급한 업무가 생기더라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이를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은 이미 준비된 지 오래다. 이 기술을 우리는 스마트 워크라고 이야기하지 않는가?

IT 엔지니어가 더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러한 형태의 휴가를 보장받기 위해서 해결돼야 할 숙제는 문화와 더불어 한가지 정도 더 있다. IT 인프라의 관리 기술에 대한 부분이다.

우리나라 엔지니어들에게 IT 인프라를 관리하기 위한 방법을 물어보면 관리기술에 기반한 관리 보다는 직접(수동) 관리를 선호한다. 전자의 경우는 인프라 규모가 매우 큰 엔터프라이즈급 조직에서나 해당되는 이야기라고 입을 모은다. 소규모일지더라도 IT에 관리 기술에 접목되면, IT에 반복적 업무량이 자동화되게 되고 이 시간을 IT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와 기술 벤더에서 일반적으로 주장하는 이야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IT 엔지니어가 이러한 목표를 위해 관리 기술에 대한 구입을 주장하면 되돌아오는 맥빠지는 대답이 있다고 한다. “그런 관리를 하라고 널 채용했는데 왜 추가적으로 사달라고 하는 거니?” 단순 반복 업무를 하는 IT 엔지니어에게서 더 나은 IT 기술에 대한 도입 및 검토를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꿈같은 이야기고, 해당 조직의 IT 수준은 항상 제자리를 맴돌 수 밖에 없다.

이런 답변 뒤엔 IT 엔지니어에 대한 인력 투자는 더 어렵다는 의미도 포함돼 있다. 이는 곧 많은 IT 투자 자체가 어렵고, IT를 단순 지원으로만 생각한다는 뜻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IT 기술이 잘 구비된 조직이 더 나은 매출 및 시장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필자가 소속된 조직은 주기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이를 정리해 시대에 맞는 트렌드와 연계된 형태로 상품화해 출시하는 비즈니스를 한다. 이러한 주기에 맞춰, 일정이 많아지기도 하고, 상품 출시 후에는 일정 시간 여유를 찾을 수도 있다. 이 여유 시점에 개인을 재충전하는 사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처음에는 우리나라 직장 문화에 반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이제는 이러한 재충전의 근무 형태를 많이 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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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엔지니어는 재충전이 필요하다. 재충전은 하루 이틀 정도 잠을 푹 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신체적 휴식만이 아니라 잠시 업무를 잊고, 본인만의 생활을 가지면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며, 여행도 하고, 친구를 만나 이야기도 하는 여러 형태의 부분을 의미한다.

필자는 우리나라 IT 엔지니어의 더 나은 가치 및 기술력을 위해서 업무 이외의 경험도 매우 중요하다고 절실히 느끼고 있다. 이를 위해 IT 조직의 문화, 그리고 인프라에 대한 성숙도, 나아가 IT 엔지니어 자신의 생각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의 IT 엔지니어도 쉬면서 일하는 문화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성숙했다. 다시 한번 묻고 싶다. 1년에 얼마나 쉴 수 있는지, 그리고 쉬고 있는지를…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백승주 IT컬럼니스트

IT 칼럼니스트, Microsoft 기술 전도사(Evangelist), IT 트렌드 및 주요 키워드를 다루는 꼬알라의 하얀집(http://www.koalra.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