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애플은 어떻게 개발자를 아군으로 만들었나?

기자수첩입력 :2012/06/12 10:52

봉성창 기자

애플은 영리하다. 때로는 답답함이 느껴질 정도로 고집스럽고 때로는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자유롭다.

많은 외국계 기업과 함께 취재를 해왔지만 애플 같은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다르게 생각하라’는 오랜 모토처럼 수많은 외국계 기업과 애플은 또 다르다. 그래서 애플은 다른 기업과의 관계에서 아군보다 적군이 많다.

가령 애플이 주최하는 공식 행사는 1년에 딱 한번 있다. 세계개발자회의(World Wide Developer Conference) 줄여서 WWDC라고 불리는 개발자를 위한 행사다.

한때는 ‘맥월드’라는 이름의 소비자 대상 행사를 후원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 조차도 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제품이 날개돋친 듯 팔리는데 굳이 소비자 행사를 개최할 필요가 없기 때문 아니냐며 다소 날선 지적을 한다.

만약 애플이 입장료만 180만원 달하는 개발자 행사가 아니라 보다 저렴한 비용 혹은 무료로 애플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소비자 행사를 연다면 어떨까? 지금 상황에서 흥행은 불보듯 뻔하다. 다소 비용이 들겠지만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현금 보유액을 가지고 있는 애플이라면 단지 마음 먹기에 문제다.

그러나 이러한 지적질은 애플에게는 아무 소용없다. 오히려 왜 우리가 소비자 행사를 개최해야하냐며 의아한 눈빛으로 반문한다. 그 눈빛이 너무도 순수해 말을 더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다.

반면 애플은 전 세계 개발자들을 끔찍하게 아낀다. 요즘은 아예 모든 사업 일정을 개발자들에게 맞춘다. 최근 몇 년간 애플의 패턴을 보면 일단 개발자들에게 충분히 개발할 시간을 준 다음 어느 정도 무르익었다고 판단됐을 때 신제품을 발표한다. 소비자들이 아무리 아이폰5를 빨리 내달라고 성화를 해도 요지부동이다.

이처럼 철저하게 소비자가 아닌 개발자 친화적 정책에도 불구하고 애플 제품은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것은 어찌 보면 아이러니 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1년 내내 크고 작은 소비자 행사를 개최하는 다른 기업이 보기에는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다.

이 부분이야 말로 애플이 얄미울 정도로 영리하다고 말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다. 애플은 개발자들을 전폭 지원했고, 개발자들은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애플에 고용된 수만명의 인력과 그 뒤에 보이지 않는 수십만명의 개발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든 결과물에 높은 만족감을 느낀다. 이는 애플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로 환원된다.

애플이 이처럼 개발자 친화적인 행보를 보인 것은 최근 몇 년간 애플을 지금의 자리로 이끌어준 앱스토어의 기록적 흥행 때문 만은 아니다. 원래 애플은 개발자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부족한 운영체제 점유율을 보충하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했다. 이러한 지속적인 관심이 자연스럽게 앱스토어라는 성과물을 만들었다.

관련기사

“우리가 앱스토어를 통해 여러분들에게 50억 달러를 벌게 해줬다.”

팀 쿡 대표가 WWDC 2012 기조연설에서 자랑스럽게 외친 말이다. 그 자리에 참석한 많은 개발자들은 박수를 쳤다. 지금 전 세계 개발자들은 애플과 함께 돈 벌 궁리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