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구글TV 2.0 너의 용감함을 보여줘”

기자수첩입력 :2012/05/22 15:47    수정: 2012/05/22 16:10

봉성창 기자

여전히 스마트TV는 갈피를 못잡고 있다. TV업계 제왕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그 뒤를 바짝 뒤쫒고 있는 LG전자는 물론 전 세계 스마트폰 OS의 58%를 석권한 구글과 세계 최고의 IT기업 애플까지 내로라 하는 플레이어들이 전부 뛰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아직까지 스마트TV를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말 소비자들이 스마트TV를 원하는가 하는 근본적인 의구심 마저 들 정도다. 그중에서도 ‘참패’라는 굴욕적인 꼬리말을 아직 떼지 못하고 있는 구글이 다시 한번 2.0으로 도전장을 내밀은 것은 주목할만한 시도다. 아무리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 특기인 구글이지만 상당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스마트TV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TV 2.0의 선두 파트너는 LG전자다. LG전자는 화질과 디자인이 상향 평준화된 TV 시장에서 3D는 잘하고 있지만 스마트TV는 다소 밀린다. 가볍고 저렴한 3D 안경이 매력적인 편광필름패턴방식(FPR)은 화질 논쟁의 진위를 떠나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편의성을 제공하는 반면 스마트TV는 콘텐츠 확보 면에서 다소 격차를 보인다. 특히 이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때문에 LG전자가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구글과 협력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입장이다. 물론 이는 구글TV 2.0이 1.0의 참패를 되풀이 하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허니콤 기반의 구글TV 2.0이 전작에 비해 가장 두드러진 개선 사항은 사용자환경(UI)이다. 과거 패인이 지나치게 복잡한 사용자 환경이라는 지적을 반영한 결과다. 이밖에 검색 기능, 전용 애플리케이션 등이 대폭 강화됐다. 앱을 사고파는 온라인 장터 구글 플레이(Google Play)도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멀티태스킹이 가능하고 및 초기 화면을 개인이 마음대로 설정 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한마디로 말하면 좀 더 다듬어졌다는 이야기다.

스마트TV의 요체는 콘텐츠의 접근 방식이다. 즉 시청자가 리모컨으로 채널을 돌려야 했던 전통적인 방법보다 훨씬 빠르고 편리하게 원하는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앱 생태계나 음성이나 동작으로 TV를 제어하는 기능 등이 동원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구글TV 2.0 인터페이스의 대대적인 개편은 당연한 수순이다.

그러나 정작 구글TV 2.0이 확보한 콘텐츠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현지에서도 끊이지 않는다. 여전히 온라인 DVD 대여 서비스인 넷플릭스나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만 가지고는 답이 안나온다는 것이다. 미국 내 구글TV의 경쟁상대인 디지털 셋톱박스 '로쿠'와 비교해도 아직은 부족한 형편이다.

같은 이유로 LG전자는 우리나라에 구글TV 2.0을 출시할 계획이 없다. 당연한 선택이다. 설사 구글이 아무리 콘텐츠를 많이 준비해도 온갖 영화 및 드라마, TV 프로그램을 언제든지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국내 IPTV 서비스를 이길 가능성은 당분간 없기 때문이다.

분명 잠재력은 있다. 안드로이드OS는 이미 스마트폰을 통해 사람들에게 윈도 다음으로 친숙한 운영체제가 됐다. 앱 개발자들도 돈이 된다는 사실만 증명된다면 개발에 뛰어들지 않을 이유가 없다. 콘텐츠 생태계 구축은 처음에는 쉽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 어느 정도 자생력만 갖추면 콘텐츠 고민은 하지 않아도 좋다. 게다가 콘텐츠 부족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지난해 구글이 훌루 인수에 뛰어든 것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다.

관건은 소비자들이 구글TV를 사도록 하는 결정적인 한방이다. 그것이 ‘카카오톡’처럼 앱일수도 있고, 혹은 또 다른 콘텐츠나 서비스 일수도 있다. 지금도 스마트TV 업계 전체가 이러한 결정적 한방을 찾기 위해 분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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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구글의 야심은 제조업체 중심의 TV 산업 구조를 스마트폰처럼 개편하는 것으로 보인다. TV를 직접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협력업체와 함께 구글TV를 만들어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발휘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LG전자는 물론 삼성전자도 전략적으로 구글TV를 생산할 계획이지만 애써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유도 이와 같다.

과연 구글TV 2.0은 화려하게 재기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상황만 보면 아직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