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던져진 동전의 의미

정태명입력 :2012/05/22 10:05

정태명

미국의 보스턴에 살 때 하버드 광장에 나가 주말 저녁을 보내곤 했다. 거기에는 음악을 연주하는 악사를 비롯해, 마술사, 연극인, 만담가들의 공연으로 볼거리가 풍부했기 때문이다. 프로급 연기자들의 공연을 보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입에 물면, 한주의 피로가 말끔히 가시는 여유로움이 있었다.

광장 모서리에 앉아 공연을 보고 있노라면, 준비된 통이나 악기함에 동전을 던지는 구경꾼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적선하는 모습도 아니고 누군가 내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동전은 적지 않게 쌓이곤 했다. “저 동전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왜 저들은 공짜로 보여주는 공연에 돈을 내는 걸까?“ 내심 궁금한 나는 동전을 던지는 한 중년의 여자에게 물었다. “그냥도 볼 수 있는 공연에 왜 돈을 내시나요?”

중년 여자는 당연한 것을 묻는다는 듯 무심하게 대답했다.“내가 이 동전을 던지면 저 사람은 아마도 다음 주에 다시 나와 음악을 들려 줄거고, 나는 더 좋은 공연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공짜를 찾는 데 익숙해져 있던 우리와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에 나는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인터넷의 발전과 함께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산업이 부상하고 있다. 이미 세계 콘텐츠 시장 규모는 하드웨어 시장의 3배 이상으로 성장했고, 콘텐츠의 풍부함에 의해 인터넷의 유용성이 가늠될 만큼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게임을 제외하면 내놀만한 기업도, 세계적인 히트 상품도 찾기 힘들다. 콘텐츠의 가치에 돈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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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경제의 미래가 콘텐츠 산업의 발전과 직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경쟁력은 세계 시장의 2.2% 를 점유하는 데 그치고 있다. 제작자가 정부의 지원에 목말라하고, 일시적인 육성 정책에 매달리는 상황에서는 콘텐츠의 색깔조차도 바꿀 수 없다.

오히려 적은 동전이지만 콘텐츠에 값을 지불하는 문화가 인터넷 경제의 미래를 담보하고, 더 풍부한 콘텐츠 세계를 건설하는 동력이 될 것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모두가 콘텐츠에 동전을 던지자. 내일 더 좋은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인터넷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는 최선의 길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