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규제폭탄 게임, 정말 악마의 산업인가?

기자수첩입력 :2011/12/06 10:26    수정: 2011/12/06 10:31

전하나 기자

“돈 벌어 오라면서 게임은 못하게 하라니 이런 모순이 어딨나” 한 게임사 대표의 격정적 토로다. 게임이 멀쩡한 아이들을 망친다고 비난을 퍼붓다가 수출 실적을 발표할 쯤이면 한류의 첨병이라고 칭송하는 두 얼굴의 관료들을 향한 쓴 소리다.

이처럼 오늘날 게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청소년 보호와 산업진흥 중 어떤 가치를 우선할 것인가’에서 극단적으로 갈린다. 그러나 이러한 프레임은 효율적이지 않은 논쟁만 유발할 뿐이다.

더군다나 온갖 문제를 게임에 덮어 씌우기 바쁜 어른들이 게임을 제대로 알고 덤비는 아이들을 이기기는 어려운 법이다. 셧다운제가 시행됐지만, 이를 ‘지켜야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아이들은 찾기 힘든 이유다.

게임은 금지와 처벌로 겁주고 윽박지른다고 통제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아이들은 이미 게임 속에서 그들만의 질서를 배우면서 자라나고 있다.

가상 공간에서의 밤 12시 통행금지라는 비상식적인 처사가 게임 세상에 자연스럽게 로그인된 아이들에게 쉽사리 납득될 리가 없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중학생은 대화가 한참 이어진 후에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어른들은 우리를 정말 바보로 아는 건가요? 왜 문제의 뿌리를 뽑을 생각은 하지 않고 위에만 자르죠?” 자신들이 게임에 빠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환경을 외면하는 어른들에 대한 아우성이다.

정말 무작정 못하게 막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믿는 걸까. 정부 관료에게 묻고 싶다. 콘텐츠 사업자의 자율규제, 콘텐츠의 자정능력에 호소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 아닌가. 게임, 아이들의 세상에 접근하는 일은 훨씬 더 신중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셧다운제로도 모자라 나아가 갈수록 심화된 규제안만 내놓고 있다. 게임사이트 실명 인증 강화, 아이템 현금거래 금지 등이 그것이다.

총선이 다가오자 학부모 표를 얻자는 국회의원들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자 너도나도 숟가락 얹으려는 부처들의 고약한 심보가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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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게임산업만이 한치 앞도 가늠키 힘든 ‘시계 제로’ 상태로 빠져든다. 계속되는 묻지마 규제 폭탄이 언제 어디에서 터질지는 예측 불가다.

“맞는 관성이 생겼다” 한 게임사 직원의 말이다. 정말 돌을 던질 만큼 게임이 악마의 산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