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우리가 원하는 클라우드는 무엇일까

백승주입력 :2011/09/23 10:34

백승주
백승주

보통 트렌드라는 우산 아래에서 유행하는 단어들은 몇 개월 이내에 찻잔 속의 태풍인지, 아니면 업계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인지 구분이 가능하다. 어제도 오늘도 트렌드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단어가 등장하고, 몇 달전 유행하던 단어는 기억 속에서 잊혀져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여러 생각이 교차한다.

얼마 전 필자는 몸담고 있는 회사에서 개최한 컨퍼런스에서 클라우드(Cloud)에 대한 세션을 진행했다. 1년에 2번씩 정규적으로 개최되는 이 컨퍼런스의 주제들을 기억해 보니, 발전과 동시에 일상화 되어가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다룬 사례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나 클라우드는 기술의 등장, 활용 방안, 사례까지 1년 반 이상 의견을 나누었고, 다수의 고객 및 파트너가 참석했다는 것을 볼 때 단순한 유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엔터프라이즈급 조직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IT 엔지니어가 꿈꿔왔던 이상적인 클라우드 인프라의 형태랑 흡사해져 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소 규모의 조직에서는 조금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클라우드는 나의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이다. 과연 클라우드라는 기술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되는 조직에만 이득이 되는 기술로 봐야 할 것일까?

이에 대해 생각해 보니, 두 가지 측면에서의 클라우드 인프라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느껴진다. 바로 공용 클라우드(Public Cloud)적인 측면과 사설 클라우드(Private Cloud)라는 측면이다.

새로 비즈니스를 시작하거나 소규모의 구성원으로 비즈니스를 이끌어가고 있다면, 조직내 IT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관리하는 것이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새롭게 메일 서버를 구축하고, 회사 소개를 위한 웹 사이트를 만들고, 나아가 관리 인프라까지 모두를 해당 조직 내에서 운영하는 시나리오가 이에 해당된다. 이 경우엔 공용 클라우드 인프라가 해답일 수 있다. 필요한 만큼의 IT 인프라를 제공받아 비즈니스 상황에 따라 흥망을 같이할 IT 인프라에 대한 초기 투자를 미룰 수 있다.

1~2인의 슈퍼 IT 관리자가 모든 IT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해야 할 부담도 줄일 수 있다. IT 관리자는 조직에 필요한 인프라를 판단하고, 이에 대해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와의 인터페이스에 주력하면 된다. 조직내 비즈니스가 커져서 조직 안에서 IT 인프라를 운영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되면, 외부 클라우드에서 서비스되던 인프라를 이전하거나 이를 연결해 운영하는 형태(하이브리드 클라우드)로 변환하면 된다. 이 시나리오의 모습을 떠올리는 조직이라면, 공용 클라우드 인프라가 IT 인프라의 선택이 되는 것이고, 필요시 외부 서비스 인프라를 내부 인프라 모델로 이전한다거나 원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그릴 수 있는 형태여야 한다.

■사설 클라우드 인프라, '폭넓게 바라보자'

사설 클라우드 인프라는 보다 넓은 그림을 그려서 보면 어떨까? 여기서 넓게 바라본다는 의미는 단순히 크게 본다는 의미는 아니다. 클라우드를 만드는 설계도를 유심히 살펴보면, 여러 요소 단위 기술들이 등장한다.

물리적인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와 같은 하드웨어 기술과 가상화, 관리 프레임워크, 포털, 과금, 비즈니스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등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잘 조화를 이뤄, 조직내 비즈니스 로직과 같은 형태로 동작하는 것을 알 수 있다. 필자가 생각하는 클라우드 인프라는 어떤 형태를 다 갖춘 인프라만을 클라우드 인프라라고 보는 것이 아니라, 소속된 비즈니스 조직의 요구를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유연하게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인프라라면 모두 클라우드 인프라의 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상화를 구축한 이유는 무엇일까? 물리적인 서버의 숫자 증가와 관리 부담, 그리고 이에 대한 비용 증가가 문제로 다가왔기에 이를 논리적으로 합칠 수 있는 기술이 요구됐다. 이 기술은 기존보다 빠른 IT 대응 속도와 유연성을 제공함과 동시에 비용이라는 난제도 해결해주었다. 이 때문에 가상화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다.

물리적인 서버의 숫자 외에도 가상화 환경에서 동작하는 서버 숫자까지 IT 인프라가 되고 나면, 자연스레 수면위로 올라오는 것은 바로 이에 대한 관리 이슈이다. 상위 레벨에서는 클라우드 인프라 트렌드를 쫓아가라고 요구하지만, 더욱 빨라지고 커져버린 IT 인프라 관리 이슈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문제점 확인이나 해결과 같은 반복적인 업무에 시간을 쏟을 수 밖에 없다. 가트너와 같은 유수의 리서치 업체에서 “가상화 기술의 발전은 효율적인 관리 프레임워크의 요구를 양산할 것이다”라는 몇 년전 주장도 이와 맥락을 함께 한다.

가상화 기술과 관리 프레임워크, 이것만으로 IT 인프라와 비즈니스 및 사용자 요구 사항을 일치시키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업그레이드된 인프라에 대해 사용자는 보다 쉬운 사용자 접근성을 요구하고, 필요시 본인이 비즈니스 시나리오, 다시 말해, 직접 서비스를 신청하고 이에 대한 활용과 비용처리 방안을 희망하게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IT 역시, 동일한 시나리오에서 IT 인프라에 대한 프로세스 자동화 및 이용량 과금 처리 기술이 필요해지게 된다. 여기서 사용자 포털 및 과금 형태의 기술이 덧붙여지게 된 것이다.

IT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바라보았기에, 이렇게 구축된 클라우드가 어떠한 형태로 활용될 것인가는 잠시 미뤄두자. IaaS, PaaS, SaaS 형태의 클라우드 모두, 클라우드 초기 인프라의 모습은 같은 형태를 띠고, 이렇게 만들어진 인프라 내 서비스를 위한 스택을 어디까지 올려놨느냐에 따라 형태가 클라우드 인프라의 서비스 시나리오를 결정하게 된다. 결국 어느 레벨까지 쌓아놓았느냐는 것이다.

■우리 조직에 맞는 클라우드가 정답

앞서 언급한 모든 것을 다 갖추어야만 클라우드 인프라라고 부를 수 있을까? 기술의 본질은 무엇일까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사람에게 이롭게 하는 것이 기술이기에, 어떠한 정답 하나만이 특정 기술의 모습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우리 조직이 1~2대의 가상화와 이에 대한 관리 프레임워크만으로도 비즈니스의 장점을 얻을 수 있다면, 이것이 우리의 클라우드 인프라이다.

IT 엔지니어가 자신만의 노하우를 이용하여 전통적인 하드웨어 인프라만으로도 비즈니스를 뒷받침하고, 한층 끌어올릴 수 있다면 이 역시 우리의 클라우드 인프라이다. 앞선 공용 클라우드 예제에서와 같이, 비즈니스의 미래는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우리 조직이 규모가 커져, IT 인프라에 더욱 더 많은 비즈니스 로직을 요구한다면, 이를 추가할 수 있도록 기반 인프라를 잘 만들어 놓고, 발전시키면 된다.

사설 클라우드 인프라는 단계별 발전이 가능한 형태를 가져야 한다. 이러한 단계적 발전 모델, 비유하자면, 사설 클라우드 인프라 레벨 1, 사설 클라우드 인프라 레벨 2, 사설 클라우드 인프라 레벨 3과 같은 형태의 발전 방향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클라우드 기술을 제시하는 벤더의 솔루션은 특정 기술들을 한꺼번에 모두 요구한다라는 형태가 아니라, 비즈니스 시나리오 및 상황에 따라 기술들을 선택해서 조합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필요에 따라 레벨과 같은 형태로 확장할 수 있는 기술 제시가 가능해야 한다.

 

필자가 클라우드 방향 및 전략에 관련된 세미나에서 종종 사용하는 프레젠테이션 파일의 후반부는 “클라우드는 OOO이다”라는 형태의 미완성 문장이 있다. 클라우드 인프라는 여러 형태의 정답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다. IT 엔지니어에게 클라우드가 내 이야기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은 클라우드 기술이 엄청나게 큰 규모 또는 특정 시나리오의 인프라에만 적절하다고 주장하는 몇몇 기술 벤더의 책임도 크다.

이 내면에는 해당 기술 벤더의 클라우드 인프라 스택이 여러 조건을 모두 충족하기에 아직 부족한 점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클라우드 인프라 기술은 비즈니스 규모에 따라, 마치 어릴 때 가지고 놀던 장난감 블록처럼 ‘필요시 원하는 형태로 조립하고 확장할 수 있는 형태’를 띄어야 하며, 이런 형태를 제시하지 않는 사설 클라우드 인프라 기술은 비즈니스 확장시 문제를 야기할 수 밖에 없다.

이미 대다수의 IT 엔지니어는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성하고 있는 기술을 통해, 오래 전부터 여러 가치와 함께 하고 있었다. 물리적인 서버만을 사용하던 시절에도 IT 인프라의 방향은 비즈니스와 같이 나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한단계 업그레이드된, 다시 말해, 좀더 빠르고 좀더 유연하면서도 비즈니스 로직까지도 녹일 수 있는 형태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

■클라우드 통해 더 나은 기술과 가치 제공해야...

공용 클라우드, 사설 클라우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등 오늘도 구름 종류의 숫자는 참 많다.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기술 벤더가 새로운, 아니 다른 형태의 정의와 구성 요소를 가진 클라우드를 주장할 수 있지만 그 방향은 같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짐작해본다.

기존의 IT 인프라 환경을 모두 클라우드 인프라로 대체될 것처럼 느껴지는 주장도 종종 보인다. 그러나 클라우드 인프라는 기존 IT 인프라를 좀더 효율적으로 잘 사용할 수 있게 나아가는 이정표이지, 기존 환경을 모두 엎어버리고 다시 시작을 주장하는 “새로 시작”을 의미하지 않는다.

클라우드 인프라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완전히 새로운 기술이 아니기에, 지금의 IT 인프라를 좀더 긍정적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여러분의 인프라가 클라우드 인프라 레벨 2, 아니 3, 4와 같은 형태로 올라갈 수도 있다. 이는 좀더 IT 인프라의 가치가 올라감을 동시에 나타낸다. 우리는 클라우드라고 정의된 인프라를 어떠한 형태나 규모에 얽매이지 않고 이미 사용 중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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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생활에서 선택권이 넓어진다는 것은 고민을 양산하기도 하지만 고민 후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한다.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기술을 제공하는 벤더도 이를 잘 알고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기술을 구현 및 조직 내 가치 전달을 하고 있는 IT 엔지니어도 유념해야 한다.

IT 엔지니어에게 클라우드라는 단어가 부담을 느끼게 하는 기술이 아니라 더 나은 기술을 제공하고 가치를 느낄 때, 클라우드 인프라 기술도 발전하고 이를 제공하는 기술 벤더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백승주 IT컬럼니스트

IT 칼럼니스트, Microsoft 기술 전도사(Evangelist), IT 트렌드 및 주요 키워드를 다루는 꼬알라의 하얀집(http://www.koalra.com)을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