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UX를 디자인하는 사람들 Part 2

[4인4색, UX를 말하다 - 6]

김준환입력 :2011/09/08 09:59

김준환

언젠가 UX 분야에서 명성이 높은 분과 식사를 같이 하던 중 이런 말을 들었다. “스스로 어떠한 대상에 대해 기본 컨셉트와 구조적인 체계 정의는 많이 해왔으나 그 체계 하에서 세부 수준으로의 구현을 잘 하는지는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보니 막연하게 UX의 모든 분야를 잘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게 얼마나 무모한 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제품 혹은 웹, 소프트웨어와의 상호작용에서 일관성(Consistency)이나 사용성(Usability), 심미적 만족도(Aesthetics Satisfaction) 등을 중요시하던 ‘UI 시대’에서, 이제는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전체를 아우르는 것은 물론 사용자의 전반적인 경험을 에코시스템과 전체 서비스의 관점에서 디자인하는 ‘UX 시대’가 도래했다. 이러한 시대에서 소수의 뛰어남이 결과물을 좌우하기는 어렵게 된 것이다.

지난 칼럼에서는 UX 디자인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소양과 지식에 대해서 상하 구조의 직급별로 말해보았다. 그러나 직급이란 것은 한 사람이 소속된 조직에서 통용되는 권한과 책임의 높낮이를 가늠하기 위한 잣대일 뿐이다. 직급이 높다고 역량도 뛰어나다고 보기 어려운 분야가 UX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전문성보다는 관리능력을 강조하는 조직 구조에서는 반대가 심할 수도 있으나 필자의 경험과 관찰로부터 얻은 이 믿음은 매우 강하다.

무엇이 UX 디자인 결과의 질(Quality)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UX 디자인 업계에서 뛰고 있는 사람들은 주로 어떠한 역량을 주무기로 보유하고 있으며, 역량 별로 어떠한 요구사항을 보이는 것일까? 수많은 관점에서 논의가 가능하겠으나 지식 기반의 논리성, 디자인 창의성, 수직과 수평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로 함축하여 말해 보겠다.

■지식 기반의 논리성은 거시적 트렌드 습득과 대상 사용자에 대한 미시적인 이해에서 출발한다

첫째, 지식 기반의 논리성은 시대의 변화와 시장의 흐름을 아우르는 거시적인 트렌드 습득 능력과 대상 사용자 한 명 한 명에 대한 미시적이고 섬세한 이해를 모두 포함하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구축된다.

먼저 거시적 트렌드 습득은 주변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정보와 경쟁사의 움직임에 대한 끊임 없는 수집을 통해 시대의 흐름을 읽고 남보다 발 빠르게 시장에서 이슈가 될 만한 디자인으로 연계할 줄 아는 능력이다. 이에는 기술이나 상품, 시장 측면 이외에도 사람들의 사회적인 행동 변화와 습성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 할 수 없다.

반면 미시적 사용자 이해는 사용자 리서치로 대변되는 사용자 이해 활동을 통해 올바른 지식을 습득할 줄 아는 능력이다. 사용자 리서치는 목적과 방법론, 대상 참석자를 바르게 정의할 줄 아는 기획 능력과 전 세계 어디라도 그에 맞는 리서치를 수행할 줄 아는 능력, 이를 통해 얻는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UX 디자인에 사용할만한 의미 있는 수준으로 끌어 올릴 수 있는 분석 능력을 모두 포함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UX 디자이너는 디자인 결과물에 대한 근거를 얻고 디자인을 통해 놓치지 말고 얻어야 하는 가치(Value)를 정의할 수 있다. 가끔 UX 디자인의 정의가 확장됐다고 해서 사용자 리서치에 대해 위 두 가지 관점을 혼용해서 의미를 부가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상호 보완적이긴 하나 수행하는데 서로 다른 전문성이 요구되며 어떤 것이 다른 하나로 흡수되기엔 서로 근본이 다른 거대 산맥임을 강조하고 싶다.

■디자인 창의성은 새로운 발상과 시각화 능력을 포함하며, 지식 기반의 논리성과 연관성이 깊다

둘째, 디자인 창의성은 자유 발상을 통해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내용을 생각할 줄 알고 이를 시각화(Visualization) 및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 하는 능력으로, UX 디자이너에게는 매우 핵심적인 역량이자 경험 디자인 결과물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 중 하나이다. 이것 없이는 디자인의 시발점이 되는 아이디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없으며, 막상 머리 속에 있다고 하더라도 남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구체화할 수 없다면 그 이후의 결과를 보장받을 확률은 매우 적다.

이러한 창의성도 UX 디자인을 직업으로 갖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의 머리는 모두 한계를 지니고 있으며 한 명의 UX 디자이너보다 두 명의 다른 업종의 사람들이 더 창의적일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또한 어떤 대상에 대해 틀을 깨는 디자인 방향이나 개선 사항을 제시하는 것은 타고난 창의성 만으로는 곧 한계를 드러낸다. 이는 본인의 자서전과 비슷한 성격으로 첫 작품에서 큰 성공을 거둔 작가가 그 이후부터 독자들의 기대에 부흥하는 글을 쓰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오랫동안 생활 속에서 고민해 왔던 내용을 디자인적 아이디어로 승화한 것이 타인들에게는 창의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항상 그러한 수준의 아이디어를 내기엔 어려운 상황과 비슷하다.

예를 들어, 한 명의 사용자 입장에서 본인이 직접 스마트폰에 관심을 갖고 오랫동안 써 오면서 불편함을 느껴왔다면 쉽게 개선 아이디어를 낼 수 있지만, TV가 해를 거듭하며 발전할 때까지 아무 생각 없이 안방의 구식 TV의 리모컨 채널만 돌려왔다면 막상 스마트TV에 대해 상품화 수준의 디자인적 창의성을 다양하게 발휘하긴 어렵다는 뜻이다. 그래서 디자인적인 창의성과 앞서 언급한 지식 기반의 논리성과의 연계성도 강조하고 싶다. 타고난 창의성은 축복받은 역량임에 틀림없지만, 끊임없이 사용자 측면의 지식과 논리를 보완한다면 그 축복의 생명이 훨씬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수평적과 수직적인 것 모두 중요하다

셋째,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그 대상에 따라 수평적과 수직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은 본인과 함께 일하는 디자인 팀 내에서의 원활한 협력은 물론 본인과 팀의 디자인 결과물을 상품화하는 데 필요한 프로세스 내에 타 부서와의 협력을 포함한다.

수직적 커뮤니케이션은 본인의 디자인 업무가 상부의 관심 속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취지와 진행내용, 결과물을 보고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명료하게 보고하고 지시를 받는 것을 포함하며, 반대로 직급이 높은 경우에는 부하 직원들의 취지를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적절한 의사 결정과 지원을 해주는 것을 포함한다.

개성이 강한 UX 디자이너들 중에는 그러한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무시하며 본인의 주장만을 옳다고 생각하고, 조직과 주변 부서의 이해 어려움을 UX에 대한 무지함을 돌리는 일이 발생하는 것도 현실이다. 이는 현재 속한 조직의 UX에 대한 이해 성숙도에 따라 고집을 부려야 할 수준이 달라져야 한다고 판단된다.

주변의 UX 이해도가 성숙하지 못한 상황라면 사용자와 긍정적인 경험에 대한 대변인 역할을 위해 본인의 목소리를 일관되게 높여야 할 것이고 그 만큼 그에 따른 책임감도 막중할 것이다. 반면 이미 UX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조직에 속해 있다면 전략적 방향 제시 등을 겸해 맹목적인 고집과 폐쇄보다는 좀더 현명한 자기 목소리 관철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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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직급이 낮은 UX 디자이너들 중에는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직급이 높아진 후에나 다듬어야 할 역량이라 생각하고 등한 시하는 경향도 볼 수 있는데, 어떤 위치건 수평적, 수직적 관계를 갖지 않는 위치가 없음을 되새겨 볼 때 나중으로 미룰 사안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UX 디자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UX 디자이너의 역량에 대해서 언급해 보았다. UX 디자인은 사람을 위한 것이며 그것을 위해 사람이 해야만 하는 결과물이 나오는 영역이다. UX 디자인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 다양하듯이 그것을 디자인 하는 사람 역시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시간과 인원 수가 투입된다고 똑같은 결과물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다. 중요한 점은 이러한 다양성을 지닌 사람들간에 협업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구조와 구성원들간의 배려가 독려되는 조직 문화가 아닐까 싶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