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아이클라우드, 개인용 클라우드의 혁신이 될까?

박민우입력 :2011/06/23 09:49

박민우
박민우

2011년 6월6일 WWDC 키노트에서 소개된 애플의 '아이클라우드(iCloud)'는 애플 사용자들에게는 환호를, 반면 클라우드 서비스를 진행하던 많은 통신사와 포털에게는 위험요소로 다가오게 되었다.

이미 많은 언론사와 전문가 블로그를 통해서 아이클라우드에 대한 소개는 충분히 이루어졌으니, 여기서 개별 기능의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필자가 수많은 아이클라우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은 개인용(Personal) 클라우드의 가치에 대한 부분이다.

개인용 클라우드에 대한 개념은 박재현님의 "왜 개인용 클라우드를 주목하는가?" 지디넷 컬럼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이 글에서 정의하는 개인용 클라우드는 다음과 같다.

개인이 보유한 다양한 디바이스를 자동으로 연결하고 이들 디바이스 상에 존재하는 개인 정보와 데이터를 조직화해 저장하고 동기화하며,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접근하고 공유하게 해주는 개인용 클라우드

애플은 이미 2년 전에 모바일미(MobileMe)를 통해서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를 시도했으며 이는 사실상 실패했다. 이번 발표에서 스티브 잡스는 모바일미의 실패를 인정하고 아이클라우드에 모든 기능을 통합시켰다. 어떤 이들은 아이클라우드를 모바일미의 확장판으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분명 이 두 가지는 개념부터 다른 서비스다. 모바일미는 구글의 퍼블릭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를 견제하는 수준이고, 아이클라우드는 동기화를 기반으로 한 진정한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다.

■동기화·푸시 기능이 핵심 요소

아이클라우드의 핵심 성공요소는 '동기화(Synchronization)'와 '푸시(Push)' 기능이다. 모바일 동기화의 개념은 휴대폰이 처음으로 데이터를 다루기 시작하는 시점인 90년대 말부터 시작됐다. 2000년 초에 세계적인 휴대폰 제조사들이 모여서 동기화 표준을 위한 'SyncML(Synchronization Markup Language)'이라는 유무선간의 표 동기화 모델을 만들었다.

현재 SyncML이 자취를 감추게 된 이유는 아이폰의 등장으로 인한 브라우저 기반의 모바일 인터넷의 활성화와 구글의 강력한 퍼블릭 클라우드 모델이 안드로이드와 통합되면서 존재이유가 없어졌다. (iOS와 안드로이드 시장 점유율을 생각해보라)

비슷한 시기에 마이크로소프트는 포켓PC를 위한 ActiveSync라는 기술을 적용하게 된다. SyncML이 모바일 디바이스와 서버간의 동기화가 목적이었다면, ActiveSync는 모바일 디바이스와 PC간의 동기화가 목적이었다. 물론 지금도 ActiveSync는 익스체인지 서버와 모바일 디바이스간의 동기화 목적으로 잘 쓰이고 있다.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유선상에서 동기화 모델을 성공시킨 개념은 IMAP(Internet Message Access Protocol)이라는 메일 프로토콜이다. 비록 IMAP은 이메일에 국한된 프로토콜이지만 모바일 디바이스, PC, 웹메일에서 메일 폴더를 자동으로 동기화 시켜줄 수 있는 유일한 대중화된 표준이었다. POP3의 경우 백업과 폴링(Polling)의 개념만 있었다면 IMAP은 멀티 디바이스에서의 행위들이 메일서버에서 동일하게 반영되는 모델이었던 것이다.

이번 아이클라우드 발표를 보면서 IMAP이 모든 데이타에 적용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스티브 잡스가 클라우드는 하늘에 떠있는 하드디스크가 아니라고 비꼰 이유 중 하나가, 광고에서 떠드는 "올리고... 내리고..." 개념이 아니라 사용자의 백업 행위가 배제된 진정한 동기화 기반으로 동작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IMAP기반으로 메일을 사용할 때 사용자가 메일서버에 메일을 올리고 내리고 하지는 않는다. 다만 메일 본연의 행위를 수행할 뿐이고 그 행위를 반영하는 것은 동기화 기반의 메일 서버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개인용 클라우드의 경쟁력은 백업과 미러링이 아니라 동기화라고 본다.

우리 생활 속에서 동기화의 편리함은 이미 많이 사용되어지고 있다. 구글 크롬 브라우저를 쓰면서 가장 큰 혜택은 북마크, 히스토리, 플러그인의 자동 동기화다. 또한 에버노트(EverNote)를 쓰면서 우리는 글을 쓸 때 회사든, 이동 중 모바일 디바이스든, 집에서든 하나의 글을 이어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웹하드, 드롭박스, USB 등의 저장공간에서 자유로워진다. (아이클라우드에서 iWorks를 지원한다는 것은 분명 에버노트에게는 위험요소가 될 것이다.)

클라우드는 인프라일뿐, 결국 사용자 관점에서는 모든 데이터들이 자동으로 동기화된다는 것의 편리함을 맛보기 시작하면, 그전에 경험들은 쉽게 잊어버리게 되고 불편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아이클라우드는 개인용 클라우드의 최종적인 모습에 가깝다.

여기에 푸시 기능이 더해지면 이런 동기화에 스피드를 부여해준다. 또한 협업(Collaboration)이 보다 쉽게 이루어진다. 이미 애플의 APNS(Apple Push Notification Service)는 아이폰 개발자들에게 최상의 서비스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

아이클라우드의 핵심 가치를 대해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N-스크린 디바이스를 위한 동기화를 구현했다.

2. 푸시를 통해서 협업기능을 강화했다.

3. 개인이 소유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축적시켜서 서비스 Lock-in을 시작했다.

4. Open API를 통해서 다양한 App을 통한 개인정보도 아이클라우드에 수집된다. (향후 CRM 데이타로 활용될 수 있다.)

5. PC 없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디바이스 정보도 수집된다)

6. 애플은 DISK 장사를 하기 위한 기반을 만들었다.

■애플이 얻고자 하는 것은?

그렇다면 애플이 아이클라우드를 통해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MS, 구글과의 클라우드 전쟁?

최근에 다시 이슈가 되고 있는 ‘Data 2.0’ 개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개인이 소유한 정보들이 다양화·대용량화 돼가고 있다. 한때 홈서버 개념까지 등장했다. 메일과 첨부파일은 구글이 해결해 준다고 생각하더라도, 수많은 사진과 동영상 그리고 음악파일들은 어디에 어떻게 저장할 것인가.

외장하드, 웹하드 등과 같은 물리적인 디스크부터 플리커, 유투브, 페이스북 등 다양한 미디어 아카이빙을 위한 사이트까지 다양한 대안들이 존재하지만, 사용자가 원하는 분명한 목적 중에 하나는 프라이빗 데이터를 위한 저장공간이다. 그리고 이 저장공간은 사용자가 소유한 다양한 N-스크린을 통해서 공유될 수 있기를 원한다. 이것이 개인용 클라우드의 본질이다.

향후 인터넷 서비스들은 얼마나 많은 개인들의 프라이빗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가가 경쟁력이 될 것이다.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메신저 아이디를 쉽게 바꾸지 못하듯이 사용자들은 프라이빗 데이터의 저장공간을 쉽게 바꾸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 더 좋은 PC,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이 애플의 제품을 능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용 클라우드 서비스로 록인(lock-in) 시킨다면 단순한 제품의 비교우위를 떠나서 제품과 서비스가 결합된 형태로 사용자를 잡아둘 수 있게 될 것이다. 어쩌면 애플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모습은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로 사용자들 잡아놓고 싶은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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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측면에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애플의 변화를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 명품 깡통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지나가고 이제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를 보유하지 못한다면 또 다른 명품 깡통으로 인한 위기를 맞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아이클라우드가 혁신인가 개선인가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만이 혁신은 아니다. 사용자 가치의 극대화도 분명한 혁신 중에 하나라고 본다. 그러한 측면에서 아이클라우드는 사용자의 가치를 높여주는 혁신적인 서비스 중에 하나임이 분명하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민우 IT컬럼니스트

IT 칼럼니스트, Convergence service platform Consult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