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이 맞이한 위기와 기회

소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어...

류한석입력 :2011/04/27 08:31    수정: 2011/04/27 08:42

류한석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의 성공은 스마트폰의 확산 초기부터 예견돼왔다. 카카오톡 출현 전에 해외에서는 왓츠앱(WhatsApp Messenger)이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왓츠앱은 아이폰, 안드로이드, 블랙베리를 지원하는 크로스 플랫폼 메신저로 아이폰에서는 0.99달러에 구매해야 하고 안드로이드에서는 1년 무료 후 매년 1.99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PC의 메신저는 단지 메신저일 뿐이지만, 스마트폰에서의 메신저는 SMS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 왓츠앱을 이용함으로써 SMS 비용을 명백하게 절약할 수 있기 때문에, 왓츠앱은 유료 앱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이용하는 앱으로 자리잡게 된다. 소위 킬러앱이라 부를만하다.

이런 류의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은 앱을 설치한 이용자들의 전화번호를 기반으로 연결이 되기에 많은 사람들이 설치를 하면 할수록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발휘한다. 그에 따라 스마트폰이 일찍이 보급된 해외에서는 왓츠앱이 대세가 되지만 스마트폰의 보급이 늦은 국내에서는 그 자리가 무주공산이었다. 카카오톡은 아주 적절한 타이밍에 출시됐을 뿐만 아니라 거기에다 무료로 제공됨으로써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 수의 증가와 거의 궤를 같이 하면서 결국 1등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그에 따라 카카오톡과 관련한 여러 이슈들도 등장하고 있다. 카카오톡이 3G망의 부하를 발생시키고 있다거나 이통사의 SMS 수익을 갉아먹고 있다는 등의 논란이 그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여러분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을만한 내용들이다. 그러니 그런 이슈는 본 글에서 다루지 않겠다. 여기에서는 한국만의 독특한 상황에 따른 카카오톡의 미래를 전망하고자 한다.

■카톡, '모바일 포털'로 발전 가능

모바일용 메신저 애플리케이션. 원래는 여기까지가 카카오톡과 같은 류의 앱이 가진 역할의 한계다. 카카오톡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왓츠앱만 보더라도 여전히 그런 역할에 충실할 따름이다. 그런데 국내의 경우, 우리의 모바일 인터넷 산업이 처한 독특한 상황으로 인해 카카오톡의 미래에 색다른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소셜 플랫폼(Social Platform)’으로의 발전 가능성이다. 포털의 관점에서 표현하면 모바일 포털로의 발전 가능성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국내의 상황은 단지 스마트폰만 뒤늦게 도입된 게 아니라 모바일 인터넷에 기반한 모든 분야의 서비스들이 뒤늦게 출현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의 상황을 보라. 유선에서는 그렇게 막강한 포털들이 모바일 인터넷에서는 여러 서비스들 중 하나일 뿐이고, 그렇다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해외 서비스가 장악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모바일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 커머스나 게임 분야도 여전히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예컨대 해외의 경우 이베이 단일 업체만 보더라도 작년에 모바일을 통해 달성한 거래액이 20억 달러에 달한다. 여러 국가에서 모바일 커머스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반면에 국내에서는 아직 랠리(경주)가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았다.

아직 국내에서 모바일 서비스의 많은 분야가 무주공산인 상황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분야가 바로 소셜 플랫폼이다(물론 이는 해외의 동향을 우리도 따라간다고 했을 때의 가정이다). 소셜 플랫폼은 소셜 네트워크 기능을 통해 이용자들을 모으고, 그것을 기반으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등장시켜 포털을 대체하고, 게임 및 커머스 등을 통해 수익을 벌어들인다.

페이스북은 소셜 플랫폼의 가장 모범적인 사례다. 페이스북은 단순한 SNS가 아니다. 페이스북이 2007년 애플리케이션 개발환경을 공개한 이후 50만개 이상의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됐고, 현재 많은 이용자들이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고 있다. PC 웹사이트를 기반으로 성장한 페이스북은 충성스런 이용자층을 바탕으로 많은 국가에서 모바일에서도 가장 중요한 서비스로 자리매김한 상태다(페이스북 전체 가입자의 40%가 모바일 기기를 통해 접속하고 있다).

일본의 DeNA가 운영하는 모바일 포털인 ‘모바게타운’도 중요한 사례 중 하나다. 전세계 여러 업체들이 수년 전부터 모바게타운을 주목하고 있으며, 자국에서 모바게타운과 같은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DeNA는 소셜과 게임의 결합을 통해 작년에 2억 7천만 달러의 매출과 1억 3천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대단한 이익률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내의 상황은 다르다. 국내에서는 페이스북이 완전히 대중화된 상황도 아니고, 모바게타운 같은 성공적인 모바일 서비스도 없다. 작년 하반기에 국내에서 페이스북 이용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기는 했으나, 현재 350~400만 사이에서 답보 상태에 있다. 페이스북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개시하지 않은데다 국내 이용자에 맞는 애플리케이션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 정도도 기적과 같은 수치가 아닐까 한다.

이처럼 국내에서 페이스북이 성장에 한계를 겪고 있고 그 외 경쟁할만한 서비스도 없는 상태에서, 카카오톡이 모바일 서비스 중 최초로 가입자 수 1천만명을 돌파하게 된 것이다. 카카오톡의 1일 메시지 교환 건수는 무려 2억건에 달한다. 국내 모바일 서비스 중 최대의 가입자 수와 강력한 충성도를 바탕으로 카카오톡이 소셜 플랫폼의 유력한 후보로 부각되고 있다.

■국내 최대 메신저 앱, 위기와 기회를 맞다

최근 카카오톡은 올해 회원 수 2천만명을 달성할 것이며 API 공개를 통해 플랫폼으로 발전하겠다는 전략을 밝힌 바 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카카오톡이 서비스 초기부터 현재와 같은 플랫폼으로의 성장을 예상한 거 같지는 않다. 어찌됐든 카카오톡은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국내 최대의 메신저 앱으로 자리잡았으며, 엄청난 이용자 수와 충성도를 바탕으로 소셜 플랫폼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그 기회를 꽉 잡으려고 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적절한 타이밍, 탁월한 집중력, 탄탄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대단한 성과이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다음 단계로 진화하는 게 더 중요하고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카카오톡은 모바일 서비스에서 승자가 되고자 하는 모든 업체들의 제1의 적이 됐다. 지금까지 카카오톡은 3G 망 부하를 발생시키고 SMS 수익을 갉아먹는 이유로 이통사들로부터 견제를 받아 왔는데, 앞으로는 포털들의 견제 또한 더욱 심해질 것이다(물론 그런 이유로 인해 이통사나 포털이 인수할 수도 있다). 실제로 네이버, 다음 등은 카카오톡을 따라잡기 위해 메신저 앱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

제조사도 카카오톡의 경쟁자가 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자사의 소셜허브에 메신저 기능을 탑재하기로 했으며,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사게 되면 카카오톡이나 왓츠앱과 같은 별도의 메신저 앱이 불필요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향후에 삼성전자는 메신저 앱을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피처폰, 태블릿, 스마트TV에도 기본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이 카카오톡이 처한 현실이다. 머지 않아 이통사, 포털, 제조사들의 파상공세가 있을 것이다. 카카오톡은 그러한 공세를 막아내면서 한편으로는 소셜 플랫폼으로 진화하여야 한다. 소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려면 그에 맞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개발과 기능의 통합이 이루어져야 하고(앱이 많이 바뀔 수 밖에 없다), 외부의 개발업체들을 위한 개발환경도 만들어 공개해야 하고, 외부업체들과 카카오톡이 함께 돈을 벌 수 있는 수익 모델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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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단순한 카카오톡에 소셜 광고를 결합하고 다양한 게임, 쇼핑 등의 애플리케이션을 유치함으로써 실질적인 생태계와 성공사례를 만들어내는 게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그것에 실패하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변변한 수익 모델도 없는 채로 엄청난 네트워크/서버 비용을 발생시키는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셜 플랫폼으로의 변신에 성공하면, 모바일 서비스의 최강자로서 네이버를 능가하는 권력과 수익을 차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카카오톡이 처한 위험이자 기회다. 카카오톡은 지금 그 경계선을 밟고 있다. 독자 여러분은 어느 쪽에 배팅을 하겠는가?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