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제 눈의 티끌 봐야할 NHN-다음

기자수첩입력 :2011/04/16 10:37    수정: 2011/04/16 10:39

정윤희 기자

NHN과 다음이 모처럼 합심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폰의 검색엔진 탑재 과정에서 경쟁 사업자들을 부당하게 배제했다는 이유다.

얼핏 보면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의 웹브라우저인 익스플로러나 메신저 서비스 끼워 팔기 사례와 유사하다. 당시 MS는 공정위의 지적과 법원의 판결에 따라 330억원의 과징금을 물고 수정 버전을 내놨다.

이러한 선례 덕분인지 NHN과 다음은 자신 있게 구글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구글이 제조사에 압력을 넣은 정황증거도 포착해 제출했다고 한다. 심정적으로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웹에서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시점에서 구글의 모바일 약진은 국내 포털들에게 아팠을 만도 하다.

또한 실제로 안드로이드OS가 아무리 오픈플랫폼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구글의 입김은 매우 강하다. 중소기업들이 안드로이드OS가 탑재된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결국 구글의 허가가 있어야 안드로이드 마켓을 비롯한 핵심 기능을 온전히 쓸 수 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재미있는 것은 여론의 향방이다. 네이버와 다음의 움직임에 대해 국내 누리꾼들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지금 누가 누구를 보고 횡포를 부리는 것이냐”고 따져 묻는다. “제 눈의 들보는 못보고 남의 눈의 티끌만 본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도대체 왜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일까?

배경은 이렇다. NHN과 다음이 지적한 부분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시장 지배적 지위의 남용’이다.

문제는 NHN과 다음이 그동안 철저하게 시장 지배적 지위를 바탕으로 성장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두 포털의 검색 점유율을 합하면 약 80%에 이른다. 현재 우리나라 인터넷 시장에서 포털이 가진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그 어떤 인터넷 비즈니스도 포털을 통하지 않고서는 성공하기 힘들 정도다.

이들은 막강한 영향력을 내세워 돈이 될 만한 비즈니스는 모두 흡수해왔다. 검색광고, 오픈마켓, 음악 서비스, 게임, UCC, 소셜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괜찮은 아이디어를 가졌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벤처업체는 대부분 사멸했다. 아직까지 네이버나 다음을 능가할 신생 기업은 보이지 않는다. 업계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에서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스타 기업이 탄생하지 못하는 이유로 포털의 기득권을 꼽기도 한다.

보통 여론은 강자보다는 약자 편에 선다. 또,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외산 기업보다는 토종 기업의 손을 들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구글은 국내서나 고전을 면치 못할 뿐, 실상은 NHN이나 다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글로벌 공룡 기업이다.

그럼에도 여론은 구글 편에 섰다. NHN과 다음은 이번 일을 계기로 스스로 인심을 잃은 이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제 공은 공정위로 넘어갔다.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면 조사해서 밝히면 된다. 구글이 실제로 불공정 행위를 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공정위에 조사에서 밝혀질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누리꾼들의 선택이다. 이번 신고를 통해 안드로이드OS에 네이버, 다음, 구글의 검색 위젯이 공평하게 탑재된다고 해도, 악화된 여론 속에서 이용자들이 어떤 선택할 지는 미지수다.

부디 NHN과 다음이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