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모바일 서비스 계정 만들기, 이게 최선입니까?

일반입력 :2011/01/19 10:01

황병선
황병선

우리나라 컴퓨터 역사에서 호랑이 담배먹던 때인 80년대말 PC통신 시절 '엠팔'(EMPal)이라는 사설 BBS가 있었다. 

당시는 인터넷이라는 것은 당연히 없을 때였다. 컴퓨터간 데이터 교환은 모두 플로피디스크로 하던 시절이었다. 필자는  엠팔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난생 처음 ID라는 걸 만들었고 처음에는 뭘로 할까 고민을 하다가 그냥 컴퓨터 옆에있는 마우스를 보고 mouse'로 신청을 했다.

하지만 이미  먼저 'mouse'를 선점한 사람이 있었고 고민끝에 필자는 ID로 mouse2를 쓰게 됐다. 결국 그 뒤로 PC통신에서 필자 ID는 모두 mouse2가 되었다. 아마 여러분들도 모두 한번씩 경험했을 상황일 것이다.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는 사용자들이 처음 이메일 계정을 만들 때 어떤 경험을 했는지 묻고 싶어진다. 이미 대부분은 계정을 하나쯤 갖고 있기 때문에 처음의 고통이 기억나지 않겠지만 지금도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에 가입할 때는 누구나 계정 만들기에 대한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필자의 경우 국내 주요 인터넷 서비스에 계정을 만든지 이미 10여년이 넘었기 때문에 요즘은 계정 생성에 대해 고민한 적은 많지 않다. 그러나 최근 사용하기 시작한 구글, 플리커, 트위터 등 외국 서비스에 가입하면서 다시 고민에 빠졌다.

필자가 자주 사용하던 ID를 이미 다른 사람이 모두 쓰고 있기 때문이다. 트위터 사용자가 1억명이 넘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한 일일 수 있다. 우리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ID 는 대부분 쓰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필자는 기존에 사용했던 ID에 숫자를 붙여서 새로운 ID를 만든다. 이렇게되면 또 하나의 복잡한 ID를 기억할 수 밖에 없다.

국내 인터넷 서비스라고 별다른 차이는 없을 것이다. 국내 네이버나 다음에 등록된 ID는 아마 국내 인구보다도 많을 것이다. 돌아가신 분들의 ID도 있을 것이다. 고인이 돌아가셨다고 해서 유가족들이 당사자의 포털 계정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래서다. 필자는 신규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획자가 제일 중요하게 고민해야 하는 요소 중의 하나가 바로 사용자 계정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광풍이 불던 2000년대 초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용자에게는 가입을 위해 새로이 ID를 만들라고 강요하는 게 당연하던 시절이 있었다. 심지어 서비스 제공자는 온갖 잡다한 개인정보를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 요구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인터넷 세상에 서비스는 넘치고 고객은 웬만해서는 새로이 ID를 만들면서까지 신규 서비스에 가입하려 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대안이 등장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메일 계정이다. 

페이스북을 예로 들면 가입할 때 ID를 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자신이 사용하는 이메일 계정을 사용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접근은 서비스 제공 업체가 의도적으로 고객에게 지속적으로 알림을 보낼 수 있는 이메일을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사용자도 새로 ID를 만들 고민할 필요없이 기존에 사용하던 이메일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서비스 가입 진입장벽이 낮아지게 된다. 그러나 이게 최선일까?

잘 생각해보면 이렇게 이메일을 새로운 서비스 ID로 사용하게 되는 경우 다시 등록한 이메일로 메일 주소 '실존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게 된다. 이건 국내의 경우 서비스 가입시에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게 하고 이를 다시 실명확인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것도 분명히 사용자에게는 불필요한 과정이라고 볼 수 있고, 서비스 가입에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이메일도  최선은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신규 서비스의 대부분은 자체 ID 시스템은 지양하고 기본적으로 이메일을 사용하거나 아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같이 이미 사용자가 많은 서비스 계정을 사실상 별도 '가입'이라는 개념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미있게도 마이크로소프트는 2001년도 인터넷 서비스 유료화를 위한 통합 계정 서비스로서 패스포트 네트워크라는 웹서비스를 야심차게 발표했지만 뜻한바를 이루지는 못했다. 그런 유료화를 위한 계정 플랫폼으로서 페이스북이 그 역활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이제 모바일 시대이다. 특히 스마트폰은 기본적으로 전화번호를 갖고 있다. 전세계으로 유일하게 나만의 것이면서 내가 늘 기억하는 계정은 무엇인가? 바로 내 휴대폰 번호다. 왜 휴대폰 번호를 계정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할까? 사용자 입장에서 새로운 계정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고 그 ID와 비밀번호를 기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아이폰4가 발표되면서 이미 실패했다고 여겨지는 화상통화 서비스인 페이스타임이 왜 다시 각광 받는 것일까요? 그건 바로 통신사가 제공하지 않는 화상전화 서비스로서 무료이면서도 최초로 전화번호만으로 별도 가입 없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벤치마크해서 똑같은 방법으로 Tango라는 화상통화 앱도 각광을 받기 시작했고, 무료 음성 통화 앱인 바이버(Viber)도 전화번호만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신규로 계정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서비스 가입이란 개념도 없다. 필자는 이런 부분이 바로 설문조사에서 나오지 않는 고객들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혁신이라 생각한다.

서비스에서 혁신이란 무엇인가?

모두들 사용자 경험(UX)을 얘기한다. 누구나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눈에 보이는 UX에서 “멋진데~” 할 수 있는 그래픽이나 직관적인 화면배치들에만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이런 것만이 서비스 혁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오히려 기획자가 이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개념이나 기능을 과감히 없애고 단순화시켜 사용자로 하여금 좀 더 편하고 쉽게 서비스에 가입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바로 혁신일 것이다.

생각해보자. 아이폰이 대중화되기전에 모든 휴대폰은 반드시 키패드가 있어야 했다. 그런 고정관념이 지배적인 이 업계에서 키패드를 없애는 것도 모자라 한 개 버튼만을 고집한 한 회사가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고정관념을 버리고 고객관점에서 진정으로 편리함을 생각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여러분은 기획자로서 어떤 고정관념을 버리고 어떻게 고객에게 쉽게 다가가고 있는지를 듣고 싶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병선 IT컬럼니스트

다년간의 벤처 대표를 하고 세상의 뜨거운 맛을 본 개발자 마인드의 기획자. 퓨처워커라는 필명의 블로거로, 청강문화산업대에서 앱 개발자를 육성하면서 플랫폼전문가그룹에 대표위원으로 활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