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애플을 이기는 전략

일반입력 :2010/05/20 07:42    수정: 2010/05/20 08:03

옥상훈

이기는 전략중 최고 수준의 전략은 자신이 적이 되는 것이다.

이는 인기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덕만이 미실을 이기기 위해 써먹었던 전략이다. 덕만은 미실처럼 생각하고 의사결정순간마다 '미실이라면' 이란 전제로 미실을 한발 앞서는 전략으로 맞서 결국에는 이긴다.

드라마에 비친 미실은 매력적이면서도 냉혹하고 자신의 이익에 맞는 사람들을 철저히 자기의 편으로 빨아들이는 카리스마가 있다. 그런 점에서 IT업계에서 애플은 '미실'과 닮았다.

애플의 힘

애플이 놀라운 것은 새로운 제품에 대한 시장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냐면 철저하게 사용자들이 원하는 것들을 반영하여 만들면 소비자는 지갑을 열게 된다는 믿음 때문이다. 애플이 만든 제품들은 이미 기존 제조사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있었지만 최고의 자리에 우뚝 선다.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 모두 그러했다.

애플이 두려운 것은 만드는 제품이 히트를 치는 것에 끝내기 않고 관련 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아이폰의 경우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역학관계를 뒤집었을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도 바꾸어 놓았다. 국내에서 아이폰을 도입한 KT사의 경우 아이폰 도입후 데이터통화 매출이 800% 증가했다고 한다.

아이폰은 디지털 아이콘

아이콘은 우상시되는 사람을 의미하며, 연예계에서 아이콘하면 만인들이 좋아하는 인기스타를 지칭할 때 사용한다. 애플 제품은 디지털 아이콘이다. 많은 행사에서 경품이벤트의 제품으로 활용이 된다는 것은 이를 방증한다.

예쁘고 재미있고 가지고 싶은 제품의 이미지를 사람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기에 가능하다. 또한 아이폰에서 사용하고 있는 독특한 그라데이션의 아이콘 또한 아이콘의 아이콘이 되고 있을 정도다. 필자는 애플을 이기는 제품을 만들려면 '디지털 아이콘'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으라고 말하고 싶다. 디지털 아이콘이 되기위해서는 어떤 전략으로 애플을 맞서야 할까?

애플을 이기는 전략

애플은 제품을 기획할 때 시장조사를 하지 않고 그들이 스스로 고객의 입장에서 원하는 '꿈의 제품'의 스펙을 그려내어 이를 제품화한다.

자신이 직접 돈을 주고 사는 입장의 고객이 되어 원하는 수준의 스펙을 제품에 반영하고 고객이 합당할 수준으로 가격으로 제품을 내어놓는다.

하지만 일반 제조사에서 '꿈의 제품' 스펙이 나올 수 없는 이유는 연령이나 성별에 따라 타겟을 골라 여기에 맞는 스펙을 조합하여 제품을 기획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애플을 이기는 제품을 기획하려면 그 방면에서 최고의 사용성을 보여주는 집단을 벤치마킹한 결과를 조합하는 방법을 권고한다. 마치 옛날 TV 만화 시리즈의 '우주 보안관 장고'처럼 곰 같은 힘, 매의 눈, 표범처럼 빠른 발을 가진 제품을 나오도록 말이다.

1) 스펙은 얼리어답터 수준에 맞춰라

아이폰의 스펙은 어린아이나 컴퓨터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맞춰진 스펙이 아니다. 꿈의 제품의 1단계는 스펙을 얼리어댑터들이 원하는 수준에 맞추는 것이다.

그간 출시된 국내 제품의 스펙을 보면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2%이상 부족해서 욕먹는 경우가 허다했다. 디지털 아이콘의 첫 요건은 얼리 어댑터의 수준에 맞춰 출시된 스펙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처음에는 돈이 들어가더라도 제품이 히트치면 뿌린 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는 베짱 같은 애플의 믿음도 애플의 저력이다.

2) 조작법은 어린 아이의 수준에 맞춰라

제품을 조작하기 위해 사용자에게 두터운 제품 매뉴얼을 주어 학습하게 하는 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오히려 제품 사용층의 한정시키고 나아가 판매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제품의 조작을 숟가락질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어린아이에게 맞추게 되면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아이콘'이 될 수 있다. 물론 사용성테스트도 어린아이에게 받아야함은 두말할 것 없다. 아이폰의 경우 2살짜리 아이가 조작하는 동영상이 많은 관심을 끌었었다.

3) 프로세스는 귀차니스트 수준에 맞춰라

제품의 조작이 쉽더라도 원하는 목적에 도달하는 프로세스가 복잡하다면 사용자에게 그만한 스트레스가 없다. UX에서는 'Seamless process'라는 말을 쓰는데 이는 마치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 교통수단을 갈아타지 않고 한번에 가는 편리함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한국웹에서 액티브엑스가 욕먹는 이유는 프로세스를 진행하다가 다시 앞페이지로 되돌아가서 처음부터 프로세스를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데에 있다. 따라서 프로세스는 조작하는 것에 매우 인색한 귀차니스트의 수준에 맞춰서 보이는 프로세스는 최대한 단순화하고 보이지 않는 프로세스는 정교하게 감추는 센스가 필요하다.

4) 브랜드는 어르신들도 기억할 수 있는 수준에 맞춰라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제품명과 로고다. 애플은 제품명에 자사의 이름인 '애플'이란 단어 대신 '아이(i)'라는 단어로 시작되는 일관된 브랜드 네이밍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제품에는 사과모양의 로고를 돋보이게 함으로써 애플의 제품임을 각인시키고 있다. 디지털 아이콘이 되기 위한 제품 브랜드는 어르신도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친숙한 이름과 로고를 부각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5) 쓰는 제품이 아니라 노는 제품으로 만들어라

애플의 제품은 쓰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논다는 표현이 오히려 더 어울린다. 가지고 노는 이유는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즐거움을 주는 제품은 디지털 아이콘이 되는 첫번째 요건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앱, 늘 새로운 정보나 컨텐츠를 보여 주는 앱등 소프트웨어적인 구색맞춤이다. 또한 아이폰은 운영체제를 변형하여 또다른 개인의 취향을 만족하는 '탈옥'이라는 비공식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SW에서 이겨야 한다

애플의 강점은 제조사이지만 SW서비스를 잘아는 플랫폼 기업이다. 애플을 SW적으로 공략하려면 HW스펙으로 공략해서는 안된다. HW는 우리의 기술로 따라 잡을수 있지만 우리나라 SW의 수준은 초등학생과 대학생의 차이로 벌어져있다.

SW의 수준을 올리려면 SW 표준 전문가, 운영체제와 같은 SW 기반기술 전문가, SW 아키텍트들이 양성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앱스토어 붐에 힘입어 앱개발자 양성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이는 마치 2000년대 웹개발자 양성의 데자뷰를 보는 것 같다.

애플을 SW에서 이기려면 애플의 플랫폼을 깨뜨리거나 이를 능가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그 답은 애플의 특유한 폐쇄적 플랫폼에 있을지도 모른다. 애플은 폐쇄적 플랫폼을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어도비 플래시를 배척하고, 앱스토어에서 이유없이 특정 앱들을 퇴출하는 행동을 보이고 있다. 그간 IT사를 보면 플랫폼의 영원한 승자는 없었다. 애플이라고해서 예외는 아닐 것이다.

UX 전략적 사고를 위한 습관 (4i by 4i)

애플 제품에 깃들어 있는 UX는 UX의 교과서라 불릴 만큼 정교하게 디자인되어 있다. UX는 사소한 관찰력에서 비롯되고 직관적인 통찰력에서 완성된다. 이를 위해서는 '4i by 4i' 적 사고를 제안한다. UX의 재료가 idea, image, interface, information이라면 UX의 요리는 inspiration, imagination, interaction, intuition이다.

- idea 로부터 inspiration을 얻어라

- image 로부터 imagination을 발휘하라

- interface 로부터 interaction을 보라

- information 으로부터 intuition을 끌어내라.

정리하며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했다. 드라마 선덕여왕이 미실을 이긴 것처럼 '애플'이라면 어떤 제품을 만들었을까, 어떻게 했을까 하는 적의 시각으로 우리를 보는 눈이 필요하다. 애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다보면 애플의 헛점 또는 약점이 드러나고 이길 수 있는 전략이 만들어 질 것이다. @okgosu

[필자소개]

97년에  한양대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자바개발자로 IT 무림에 입문한 12년 차 IT 맨으로, 자바크래프트닷넷, 자바스터디 운영자로 활동했으며 한국 자바개발자 협의회 (JCO, JavaCommunity.Org)의 회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연합의 공동 의장을 맡고 있으며, 매크로미디어 컨설턴트를 거쳐 한국어도비 시스템즈에서 RIA 아키텍트를 맡았었다. UX, RIA기술 분야에 컬럼, 세미나, 컨설팅을 하고 있으며 twitter.com/okgosu를 사용하고 있으며 현재 UXConsulting.kr 블로그를 운영중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