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3년째 시동만...법 개정 다음 국회로?

[이슈진단+] 공유 전동킥보드는 안전하게 달리고 싶다 (상)

인터넷입력 :2020/02/21 16:26    수정: 2020/02/22 08:11

몇 년 새 공유형 전동킥보드 시장이 빠르게 컸지만, 현행법상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면서 이용자와 보행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이에 스타트업 업계는 법 개정을 통해 전동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주행을 허용하고, 면허 소지 의무를 면제해 달라는 요구를 국회에 하고 있다. 관련 개정법안이 국회에 상정됐지만 몇 년 째 제자리걸음을 보이다, 20대 국회가 끝나가면서 법안 폐기란 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공유킥보드 관련 규제가 갖고 있는 문제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대중들은 공유킥보드에 어떤 인식과 이용행태를 보이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속도 제한으로 차도로 달려야 하는 전동킥보드는 차량들과 속도 면에서 비대칭이 생긴다. 현행법 체제는 전동킥보드를 원동기로 인식하고 차도로 주행할 것을 강제하고 있어 현실에 맞지 않을뿐더러 시민의 안전을 상당히 위협한다.”

지하철 역 중심으로 흔하게 볼 수 있는 공유형 전동킥보드가 보다 안전하게 운영될 수 있음에도 3년 가까이 ‘아찔한 질주’를 하고 있다.

강남역 부근에 세워진 전동킥보드(사진=지디넷코리아)

현행법상 차도로 달려야 하는 전동킥보드를 자전거 도로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서다. 4.15 총선 전 마지막 임시국회가 시작됐지만 여-야 간 정치적 공방이 쳇바퀴를 돌며 이용자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 10개가 넘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1만7천여대에 가까운 개인용 이동수단이 운행 중이지만, 현실을 고려한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아 수년 째 산업 발전도 더딘 상태다.

스타트업 업계는 가능성을 낮게 보면서도,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을 허용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의 임시국회 통과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이미 해당 법안에 정부와 업계, 시민사회 단체 등의 공감대가 모아진 만큼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전기 자전거처럼 퍼스널 모빌리티도 법안 개정을 통해 보행자 위협 없이 안전한 주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면서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꼭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통과되지 않으면 또다시 1년 이상 방치될 것”이라고 밝혔다.

■ 현실과 동떨어진 전동킥보드 규제 완화돼야

자동차와 자전거(사진=픽사베이)

현재 도로교통법상 전동킥보드는 안전모를 착용한 상태에서 차도를 달려야 한다. 최대속력은 시속 25km 이하로 제한하고, 전체 중량은 30kg를 초과해선 안 된다. 또 원동기 면허를 소지한 만 16세 이상 또는 2종 소형 운전면허를 가진 만 18세 이상만 이용할 수 있다. 이를 어기면 30만원의 벌금 또는 구류에 처한다.

이에 전동킥보드의 자전거도로 주행을 허용하는 자전거이용 활성화에 관한 일부 개정 법률안은 지난 2017년 6월 발의됐다. 관련 법안으로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됐다. 이 법은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의 자전거도로 통행을 허용하되, 도로관리청이 자전거도로 통행량과 안전성을 고려해 통행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해 자전거도로에서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통행의 조화를 확보한다는 취지다.

현실과 맞지 않는 법 적용을 받고, 이용자의 안전 의식이 높지 않다 보니 현재 전동킥보드는 차도, 자전거도로, 인도 구분 없이 이용되고 있다. 안전모를 착용한 이용자 역시 거의 전무한 상태다. 그러다 보니 달리는 차량도, 인도를 걷는 보행자도, 전동킥보드를 타는 이용자 모두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특히 현행법상 차도를 이용할 경우 일반 차량 대비 속도가 느려 교통의 흐름에 방해를 주고 대형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크다.

이에 전동킥보드 업체들은 최소한 자전거 도로 주행을 허용함으로써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이를 통해 이동의 편리함을 주는 전동킥보드 시장도 키우자는 생각이다. 나아가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힘든 새로운 목적지 등을 찾아갈 때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기도 해 골목상권 범위가 커지는 긍정적인 측면도 주목해 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합정역 부근에 주차돼 있는 공유전동스쿠터 (사진=지디넷코리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미나 정책팀장은 “새로운 이동과 상권의 창출이란 관점에서 전동킥보드가 갖는 골목의 확장이라는 산업적 효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기기의 수요 지역, 도착 지역, 이용 패턴, 유휴 시간 등 분석이 가능한 서비스 운영 데이터가 누적 됨에 따라 서비스 효율성도 증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7개 회사의 기기 총 운행거리를 따졌을 때 1만7천대 기기가 달린 거리는 770만km로, 이산화탄소 저감 규모는 1만618톤, 24만3천 그루의 나무 심는 효과로 환산할 수 있다”며 “전동킥보드가 가져다주는 환경적 효과도 크다”고 덧붙였다.

퍼스널 모빌리티 업계는 전동킥보드가 우려와 달리 사고 건수도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자료를 얼마 전 발표했다.

전동킥보드 8개 회사의 운행사례 311만 건을 분석한 결과, 회사가 접수한 보험사고 상당 사고는 8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운행 건수의 0.0026% 수준으로, 서울시 자전거 공유 서비스 ‘따릉이’ 사고율 0.0028%보다 소폭이나마 적었다.

■ 사용자 안전 의식, 업체 안전 대책 강화도 필요

안전모 착용으로 안전을 지키는 사용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사진=이미지투데이)

적지 않은 보행자들이 전동킥보드와 부딪칠 뻔 하거나, 빠른 속도로 앞질러 가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자전거도로 주행 허용에 부정적인 시각을 갖기도 한다. 지금도 위험한데, 전동킥보드가 인도와 맞붙은 자전거도로 위를 달릴 경우 더 큰 사고가 우려된다는 이유다.

또 전동킥보드 운전면허를 면제할 경우 청소년, 어린이까지 이용자 폭이 확대 돼 사고 위험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6~2018년) 삼성화재에 접수된 전동킥보드와 차량 간 교통사고는 488건이다. 2016년 49건(피해액 1천835만원)에서 2018년 268건(피해액 8천888만원)으로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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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모빌리티 업계도 이 같은 우려를 잘 알고 있다. 안전모 착용 역시 캠페인을 통해 사용자들의 안전 의식을 높이고, 안전모를 비치도 검토해봤지만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업계는 전동킥보드의 자전거 도로 허용을 시작으로 다양한 안전 정책과 방안들을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한 전동킥보드 업체 대표는 “전동킥보드가 탈 것인지에 대한 인식도 없는 지자체가 있는 게 현실이다. 어느 구에서는 원동기로 보고, 어느 지역에서는 적체물로 여긴다”면서 “이런 구분조차 안 된 상황에서 안전 의식 개선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자전거 도로 허용을 시작으로 이용자와 보행자 모두가 보다 안전하게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