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구독모델+리서치' 미디어 기업의 새 성장엔진 될까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야심찬 꿈

데스크 칼럼입력 :2020/01/18 12:39    수정: 2020/10/05 13:5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2015년 중반 세계 미디어시장은 뒤숭숭했다. 거대 인수합병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 정점은 127년 역사를 자랑하는 정통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였다. 그 해 7월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본 닛케이 그룹의 품에 안기면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파이낸셜타임스 인수 경쟁은 독일 미디어그룹 악셀 스프링거까지 뛰어들었을 정도로 치열했다. 닛케이와의 경쟁에서 패배한 악셀 스프링거도 2개월 뒤 미국의 온라인 경제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를 인수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당시 악셀 스프링거는 비즈니스 인사이더 지분 88%를 3억4천300만 달러에 매입했다. 나머지 지분까지 고려할 경우 비즈니스인사이더의 시장 가치는 4억 달러 수준에 이른다. 제프 베조스가 2012년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할 때 지불한 2억5천만 달러보다 훨씬 비싼 가격이다.

비즈니스 인사이더.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통이나 명성 면에서 파이낸셜타임스에 크게 못 미친다. 이를 감안하듯 가격도 크게 차이가 났다. 닛케이가 파이낸셜타임스를 인수하기 위해 지불한 돈은 8억4천400만 파운드. 우리 돈으로 환산할 경우 1조5천억원에 이르는 거액이다.

악셀 스프링거 입장에선 특급 선수를 놓친 뒤 준척급 선수를 영입한 모양새다. 하지만 디지털 전략 측면에선 오히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파이낸셜타임스 못지 않은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엔 월가 애널리스트 출신인 헨리 블로짓이 있다.

■ 월가 출신 헨리 블로짓의 독특한 저널리즘 실험

헨리 블로짓은 1998년 신생기업이던 아마존의 성장을 정확하게 예측하면서 스타 애널리스트로 떠올랐다. 당시 그는 “모든 인터넷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는 과학이 아니라 예술이다”는 말과 함께 아마존의 목표 주가를 150달러에서 4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당시 월가의 일반적인 정서와 완전히 달랐던 이 전망은 그대로 실현됐다. 아마존 주가가 하루 만에 19%가 폭등한 것. 아마존 주가는 그 뒤에도 꾸준히 상승하면서 전망이 나온 지 불과 3주 만에 400달러를 돌파해버렸다. 덕분에 헨리 블로짓은 뉴밀레니얼 시대를 대표하는 애널리스트로 자리를 굳혔다.

닷컴 붐 당시 헨리 블로짓은 대단한 명성을 자랑했다. 거의 모든 기사들엔 헨리 블로짓의 전망이 인용될 정도였다.

1995년 오픈한 아마존닷컴의 모습 (사진=지디넷)

하지만 닷컴 붐 붕괴와 함께 헨리 블로짓의 시대가 끝이 났다. 미국 규제 당국은 닷컴 붐 붕괴의 희생양으로 헨리 블로짓을 지목했다. 결국 블로짓은 2003년 200만 달러 벌금과 함께 ‘월가 영구 추방’이란 중징계를 받았다.

월가를 떠난 헨리 블로짓이 만든 매체가 바로 비즈니스 인사이더다. 블로짓은 2007년 실리콘앨리 인사이더란 온라인 매체를 창간했다.‘뉴욕의 테크크런치’를 표방했던 블로짓과 라이언의 의중이 그대로 표현된 제호였다. 하지만 이후 “뉴욕으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과 함께 전국 규모로 확대하면서 비즈니스 인사이더로 이름을 바꿨다.

블로짓은 월가 출신답게 진지한 저널리즘적 접근을 지양한다. 대신 자신들의 서비스를 '텍스트 기반 라디오 토크쇼'라고 규정하고 있다.

블로짓은 2013년 뉴요커와 인터뷰 때는 ”특종이 대수냐? 중요한 건 속도와 소통이다"는 철학으로 뉴스를 만들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창업 멤버인 케빈 라이언 역시 특종하면 5분 내에 가볍게 받아쓰면 된다고 주장했다.

■ 비즈니스 인사이더, 악셀 스프링거에 인수된 뒤 글로벌 확장 꾀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미국 언론 중에선 좀 독특한 편이다. 우선 페이지 뷰 늘리는 재주가 남다른 편이다. 비즈니스인사이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사진 슬라이드 쇼가 대표적. 이게 차별화된 콘텐츠이기도 하지만, 페이지뷰를 극대화하려는 꼼수이기도 하다.

하지만 비즈니스 인사이더를 트래픽 장난만 하는 얄팍한 매체로 규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한 때 잘 나가던 애널리스트였던 헨리 블로짓의 장기가 비즈니스 관련 보도에서 잘 발휘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종 차트와 실적 분석을 토대로 한 전망 기사는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악셀 스프링거가 비즈니스 인사이더를 인수할 당시 “지나치게 비싼 가격을 지불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악셀 스프링거 우산 속으로 들어간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디지털 전략 면에서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헨리 블로짓 역시 계약에 따라 비즈니스 인사이더를 계속 이끌고 있다. 2015년 회사 매각 당시 헨리 블로짓은 10년 기한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따라서 별다른 일이 없는 한 2025년까지는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몸담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 전문 매체 포인터에는 최근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관련된 흥미로운 기사가 하나 실렸다. 헨리 블로짓이 회사 신년 모임 때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는 뉴스였다. 블로짓이 제시한 목표는 크게 세 가지다.

헨리 블로짓 비즈니스인사이더 CEO. (사진=위키피디아/ 파이낸셜타임스)

첫째. 유료 구독자 100만명 돌파 (현재 20만명)

둘째. 월간 순방문자 10억명 달성 (현재 3억8천500만명)

셋째. 저널리스트와 애널리스트 1천명 고용

언뜻 보기엔 과도한 목표 같다. 하지만 최근 인사이더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라고 블로짓은 장담한다. (블로짓은 2017년 말 비즈니스 인사이더 모회사의 이름을 인사이더로 바꿨다.)

미국 테크 뉴스에 주력했던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악셀 스프링거에 인수된 이후 글로벌 확장 전략을 펼

쳤다. 게다가 악셀 스프링거의 다양한 미디어 자산들 역시 사업 확장의 중요한 성장 엔진이 되고 있다.

블로짓은 포인터와 인터뷰에서 “광고, 구독 수입, 그리고 데이터 및 리서치 부문이 매출의 3분의 1씩을 담당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리서치 부문은 모회사인 악셀 스프링거가 2016년 인수한 시장분석 전문업체 이마케터가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올해 중으로 이마케터와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리서치 부문 통합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리서치 및 데이터 사업 수익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블로짓은 또 와인이나 장난감 같은 특정 분야 콘텐츠를 집중 보도하는 버티컬 사이트 확장 계획도 갖고 있다.

■ 헨리 블로짓의 야심찬 계획, 결실로 이어질까

한 때 가볍고 눈길 끄는 데 주력하는 경제 사이트란 평가를 받았던 비즈니스 인사이더. 그래서 콘텐츠의 깊이보다는 트래픽에 치중한 기사를 쏟아낸다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애널리스트 출신인 헨리 블로짓의 분석 노하우와 기법을 활용한 차별화된 콘텐츠로 서서히 존재감을 키웠던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결국 악셀 스프링거란 거대 기업의 우산 속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은 ‘레거기 미디어 그룹’의 또 다른 성장 엔진 역할을 조금씩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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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헨리 블로짓과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또 다른 성장 방정식은 시장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헨리 블로짓은 언론사 디지털 구독 모델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뉴욕타임스를 따라잡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내놓으면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 자신감이 실제 결실로 이어질 지 지켜보는 것도 2020년대 미디어 시장을 관전하는 흥미로운 포인트가 될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