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기현 딥스튜디오 "제2아담 '디지털 아이돌' 인기 증명하겠다"

인간 외로움 달래주는 구독형 서비스 구축 목표

중기/벤처입력 :2019/12/31 07:55

한국 배우나 아이돌 가수들이 국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는 것처럼, 이들과 비슷하게 생긴 '디지털 아이돌'을 만들어 인기를 증명해보려는 스타트업이 있다.

컴퓨터 비전 스타트업 딥스튜디오는 요즘 인기 있는 남성 아이돌 가수와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디지털 아이돌 조은현, 정세진, 민서준, 도영원 4인을 만들어냈다. 이들의 일상 생활 모습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만들어 인스타그램 등 SNS에 게재해 해외 각지에서 반응을 이끌어내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류기현 딥스튜디오 대표를 만나 회사가 준비 중인 디지털 인간 프로젝트에 대해 들어봤다.

류기현 딥스튜디오 대표

딥스튜디오의 디지털 아이돌 프로젝트는 아이돌 가수 외모의 가상의 인물을 만든다는 점에서 과거 사이버 가수 ‘아담’과 유사하나, 타깃은 다르다. 아담 시절에는 주로 국내 이용자들이 미디어를 통해 그를 접했다. 아담은 널리 활용되지 못하고 수년 만에 모습을 감췄다.

반면 딥스튜디오의 디지털 아이돌은 해외에서 부는 한류 열풍에서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 실제로 SNS에서는 인도네시아, 태국 등 해외 이용자들이 주로 반응하고 있다. 이들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는 것뿐 아니라 댓글이나 메시지를 보내 구체적으로 호감을 표한다.

류 대표는 “딥스튜디오의 디지털 아이돌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아담과 같지만 아담의 타깃은 국내였다”며 “아담 시절엔 지금처럼 한류가 강하지 않았고, 아담을 이용한 콘텐츠를 제작하는데도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에 따르면 아담을 활용한 뮤직비디오를 1분 만드는데만 2억원이 투입됐다. 아담을 활용해 광고나 콘텐츠를 만든 기업은 비용 이상의 매출을 만들어야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딥스튜디오가 만든 디지털 아이돌 '정세진'의 인스타그램 사진.

류 대표는 “딥스튜디오가 현재 디지털 아이돌들을 만들어 반응을 확인해본 결과, SNS에 사진 한 장만 올려도 아담 때보다 좋은 반응을 이끌고 있다”며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의 덕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류 대표가 아이돌 가수를 닮은 디지털 아이돌을 만드는 이유는 바로 아이돌이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줄 소재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한 연구 조사에 따르면 64세 이상과 16~24세의 청년들이 가장 외로움을 많이 겪는다고 하더라”며 “아이돌이 팬들에게 ‘여러분 오늘은 밥 드셨나요’, ‘오늘은 상을 탔어요’라며 대화를 계속 던지면서 그들의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디지털 아이돌을 구독할 수 있는 앱 서비스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그는 “이같은 인기를 어떻게 매출로 전환해 서비스화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디지털 인간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데는 콘텐츠 담당자의 공이 크다. 류 대표에 따르면 그는 일명 ‘아이돌 덕후’다. 팬들에게 사랑받기 위해 어떤 콘텐츠를 올려할지 전략을 수립한다. 류 대표와 기술 담당자가 한류 팬들을 어떻게 공략해야할지 모르던 상황에서 다른 팀원들에게 조언을 하고 있다.

류 대표는 “우리 팀의 콘텐츠 담당자는 아이돌의 본질은 ‘덕질’이라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다”면서 “처음 아이돌 콘셉트의 디지털 인간 프로젝트를 기획했을 때만해도 나는 아이돌의 매력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콘텐츠 담당자에 따르면 케이팝 팬들을 공략할 때는 퍼포먼스와 음악이 좋은 것은 기본이고, 멤버들 개개인의 TMI(too much information, 방대한 정보) 급 정보를 방출해야 한다”며 “이어 “가령 어떤 아이돌 멤버의 경우 무대에서 새끼 발가락이 바닥에 닿지 않는 콘셉트로 캐릭터를 설정하거나, 막내인데 가장 듬직한 모습으로 꾸며내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딥스튜디오가 만든 1호 디지털 아이돌 '조은현'의 인스타그램 사진들.

딥스튜디오 팀은 류 대표, 기술 담당자, 콘텐츠 담당자 등 3인으로 구성됐다. 류 대표가 기술 담당자는 모두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며, 함께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 해 함께 창업을 하는 데까지 이르게 됐다.

딥스튜디오는 ‘페이스북-아산나눔재단 남산랩’, ‘구글 스타트업 캠퍼스’ 등 다수 스타트업 지원 기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며 디지털 인간 프로젝트를 발전시키고 있다. 특히 남산랩을 통해서는 페이스북 마케팅 담당자로부터 직접 멘토링을 받았다. 디지털 인간이 기술에만 머물지 않고 서비스로 발돋움을 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전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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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대표는 “페이스북 직원으로부터 퍼포먼스 마케팅의 기초들을 배웠다”면서 “우리는 남산랩 2기 입주팀으로서 지난 3월부터 6개월간 사무실 공간도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를 휴학한 지 3년 됐는데, 처음 딥스튜디오 팀을 결성했을 때는 스타벅스 카페에서 하루 종일 있으며 디지털 노마드 족으로 일했다”며 “페이스북 남산랩을 나와서는 구글스타트업 공간에 입주하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