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찾기·업무 배분도 코딩처럼 해요"

[핀테크 개발자를 만나다③] 브로콜리 최재필 CTO

일반입력 :2019/12/19 14:56    수정: 2019/12/19 17:38

최근 한국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약 290조원이었던 글로벌 핀테크(모바일 전자결제 시장 기준) 규모는 2018년 약 1천조원으로 245% 성장했다. 신규 투자도 2013년 23조원서 2018년 134조원으로 늘었다. 정부도 국내 핀테크업의 규모 확대(스케일업) 지원과 규제 개선, 법제화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발맞춰 핀테크도 전문 인력을 고용하고 육성하는 등 더 나은 일터와 혁신적 서비스 제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다. 하지만 아직 핀테크 업체의 이름, 하는 일이 제대로 소개되지 않아 청년들이 지레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특히 IT기술 기반으로 운영되는 금융사인 핀테크들은 IT기술을 다루는 개발 인력 모집에 상시 애를 먹고 있다. 핀테크 개발자가 정말 괜찮을지, 이 핀테크 업체는 어떤 곳인지를 소개해본다. [편집자주]

데일리금융의 자회사인 핀테크 '브로콜리'에서 '마성의 리드 개발자'가 있다는 얘기가 들렸다. 한 개발자에게 채용 이유를 물어보니 면접을 진행했던 최고기술책임자(CTO) 때문이라고 답변했다는 것이다. 브로콜리서 일하고 있는 최재필(회사선 제프) CTO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핀테크 회사에서 CTO로 일하는 것은 어떻냐는 질문에 "도전적인 스타일, 끌려다니는게 싫은 스타일은 스타트업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종합예술을 하는 곳"이라고 대답했다.

또 제프 CTO는 "코드를 짤 때 처럼 일할 동료도 업무 배분도 관계를 잘 고려해야 한다"면서 자신이 동료와 일하는 업무 방식에 대한 고찰을 들려줬다.

Q. 과거엔 어디에서 일했나요?

"'티맥스'에서 리드 개발자로 한 경력이 있습니다. 가장 기억에도 있고요. 이후에 삼성전자의 자체 플랫폼을 개발하기도 했고요. 브로콜리에 합류하기 전엔 실리콘밸리가 투자한 빅데이터 회사에서 기술 개발 총괄을 했습니다."

브로콜리 최재필 CTO.(사진=브로콜리)

Q. 일하는 방식을 만든 건 과거 경험이 토대가 된 건가요.

"팀을 이끄는 개발자를 리드 개발자라고 하는데요. 리드 개발자로 일한진 꽤 오래 됐어요. 그러다 보니 시행착오도 하다가 어느 순간 이런 것이 중요하구나 깨닫는게 있었어요. 개발자들은 안 좋은 코드를 두 가지로 봐요. 하나는 상호 의존, 또하나는 순환 참조예요. 이 사람도 나를 사용하고, 나도 이 사람을 이용하고 이런 게 상호의존이고 내가 이 사람을 만들고 이 사람도 나를 만들어내는 것이 순환 참조예요. 연루된 거보다 코드는 단순하게 짜는게 좋아요. 결국 코드를 짜는 건 세상과 비슷하다고 봤어요. 관계를 잘 만들어놓고 역할을 부여하고 정의해주고. 이런 관계를 심플하게 짜고 문제의 소지도 줄이는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Q. 업무 방식에 보면 코드 리뷰 중요성이 거론됐습니다. 다른 핀테크 개발자도 코드 리뷰 중요성을 말하던데요.

"우리는 프로예요. 가장 싼 비용으로 제일 좋은 품질을 만들어야 합니다. 배움의 터전으로 리뷰하는 건 동호회죠. 예를 들어 몇 천 줄 되는 코드가 넘어갔는데 문제가 생긴다고 가정해보죠. 그럼 문제점을 찾기 위해 역방향으로 올라가는데 코드 줄 수 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요. 쪼개서 코드를 리뷰한다고 하면 문제점을 해소하는 시간 대비 비용이 가장 효율적인 것이라고 생각해요."

Q. 스타트업에 경력 개발자들이 많이 채용됩니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 않나요.

"제일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어렵고 제일 소중한 것이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잊기도 하죠. 이는 결국 매칭 이슈라고 생각해요. 지금 팀에선 우린 어느 지점에 머무르고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해 동료들과 논의하고 공감대를 마련했습니다. 만약 새로운 사람을 뽑는다고 하면 현재 팀원들과의 매칭을 제일 중요하게 봅니다. 채용 인터뷰에 팀원들이 대부분 들어갑니다. 당황스러울 거긴 하지만, 취지를 잘 설명해요. 상호 체크하는 거라는 점을. 기왕 함께 일할 거라면 업무 방식과 동료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와야 오는 분도 편하지 않을까요. 면접을 거치고 난 후에 팀원들은 면접 평가서를 제출합니다. 가상의 동료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는지를 보는 거죠. 거의 팀원 전원이 합의한 사람을 뽑습니다.

사실 저도 입사를 위해 압박면접도 겪어봤고 코딩 테스트도 해봤어요. 근데 경력 개발자에게 이런게 되게 부담스럽고 싫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브로콜리 최재필 CTO.(사진=브로콜리)

Q. 스타트업과 대기업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느낌의 차이를 어떻게 보면 좋을까요.

"도전적인 스타일, 끌려다니는게 싫은 스타일은 스타트업이 맞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연차가 너무 쌓이기 전에 적어도 한번 스타트업에서 경험을 해보는게 좋지 않나 싶어요. 스타트업은 확실히 종합예술을 해야 합니다. 시스템을 만들면서 일을 하고 그렇지요."

Q.갓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에게 첫 직장으로 스타트업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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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과 스타트업에서 중요한 것이 다릅니다.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각해보면 스타트업에선 수십배로 공부해야 해요. 반대로 수십배 공부해서 또 그만큼의 기회가 생긴다고도 볼 수 있지요. 제가 팀원에게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1년에 이력 1줄 쓰는 것이다'라는 건데요. 스타트업에서 수십배 공부하면 1줄이 아닌 수십줄을 1년 이력에 넣을 수도 있습니다. 하기 나름이지요. 제가 봤을 때 개발자에게 중요한건 발전 속도와 학습 능력이라고 꼽아봅니다."

한편 브로콜리 측은 오전 8~11시 자율 출근과 연차 사용에 대한 경영진 승인을 거치지 않는다. 멘토링 제도를 통해 신규 입사자의 원활한 정착을 도우며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를 추천하면 소정의 보상금을 주는 사내 추천 보상제도를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