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게임, 게임위와 게임업체의 동상이몽

울며 겨자먹기로 해외 시장 택하는 게임사...게임위 "블록체인 게임 연구 진행 중"

디지털경제입력 :2019/12/13 10:39    수정: 2019/12/13 13:14

블록체인 게임을 두고 이를 개발 중인 게임사와 이에 대한 등급분류를 해야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의 입장 차이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게임사는 블록체인 게임을 국내에 출시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실정을 답답해하고 있다. 반면 게임위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대한 구체적인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등급분류에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양측의 입장은 꾸준히 평행선을 그리고 있었으나 지난 11월 노드브릭이 개발한 인피니티스타가 등급분류 거부 판정을 받으며 블록체인 게임이 언제쯤 국내에서 인정받게 될 것인지가 연말 게임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현재 블록체인 게임은 국내에서 서비스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등급분류를 거쳐야 하는데 블록체인 게임은 게임위의 등급분류 대상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체등급분류사업자격이 있는 게임사는 시장에 블록체인 게임을 출시할 수는 있으나 서비스를 이어가지는 못 한다. 실제로 지난해 모바일게임 '유나의옷장'은 게임위로부터 등급재분류 판정을 받았고 결국 6개월 후에 서비스를 종료 했다.

인피니티스타 메인 이미지.

몇몇 사례를 통해 국내에서 블록체인 게임을 서비스 할 수 없다는 것을 체감한 게임사들은 시선은 해외로 넘어갔다. 여러 중소게임사들은 동남아시아와 남미 등 블록체인 게임을 유통할 수 있는 지역에 우선 출시한 후 국내 상황을 살펴보는 식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 게임시장 규모가 대부분 그다지 크지 않은 탓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게임사는 없는 실정이다.

게임시장에서 어느 정도 이름을 알린 게임사 역시 이런 시류에서 크게 벗어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브릴라이트 메인넷을 구축한 한빛소프트는 게임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브릴라이트 관계자는 "현재 동남아시아나 남미 등 지역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전개하기로 방향을 잡은 상황이다. 현재 블록체인 연동 작업을 진행 중인 오디션 역시 해외 시장에 브릴라이트 연계 버전을 별도로 선보일 예정이다"라며 "국내에 관련 가이드가 생긴 이후에 블록체인 게임 시장을 예측하고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게임위의 현재 입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게임위는 오는 17일까지 내년 등급분류 규정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한 의견수렴을 진행 중이지만 이번 개정안에도 블록체인 게임 관련 내용은 빠져있다. 해당 개정안이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국내 블록체인 게임 시장은 올해와 달라진 것 없이 새해를 맞이하게 되는 셈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

게임위가 블록체인 게임 등급분류 심의를 거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에 대한 구체적인 정부 기준이 없기 때문에 등급분류 심의 기준 역시 구성할 수 없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하나는 게임에 적용된 블록체인 기술보다도 게임 내에 적용된 가상화폐의 환금 가능성과 사행성 요소가 문제가 되는 경우다. 실제로 인피니티스타가 등급분류 거부 판정을 받은 것도 게임 내 사행성 요소 때문이었다.

게임위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무조건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며 블록체인 게임 산업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시장이 시작되는 단계에서 블록체인 게임 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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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위 관계자는 "등급분류가 거부된 게임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게임위가 블록체인 게임을 나쁘게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해당 게임에 사행성 요소가 있다는 우려 때문에 내렸던 결정이었다"라며 "블록체인 게임이라는 게 가상화폐와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에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기는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좋은 게임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하고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다양한 게임을 보고 등급분류 판정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올해는 블록체인 기술 자체에 대해 알아보는 단계였다. 이에 대한 여러 연구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