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 소리로 질병 예측한다고?... '프리비' 앱 개발기

송지영 대표 "소리로 건강 확인 종합서비스 구축 목표"

중기/벤처입력 :2019/11/26 17:40

소변 소리만으로 비뇨기 질환을 예측할 수 있는 모바일 앱을 개발해 헬스케어 업계에서 주목 받는 스타트업이 있다. 바로 사운더블헬스다.

사운더블헬스는 먼저 소변 소리를 속도 데이터로 변환한 뒤 머신러닝 기술로 분석해 병원에 가지 않고도 몇 가지 비뇨기 질환 판별에 도움을 주는 앱 ‘프리비’를 개발했다. 프리비 앱을 켜고 소변을 누면서 소리를 측정하는 방식이어서 사용법이 간단하다.

사운더블헬스는 이 앱으로 지난 6월 미국에서 열린 초기 바이오 분야 투자 컨퍼런스인 ‘레지(RESI)’에서 35개 기업과 경합, 이노베이션 챌린지 부문 1등을 차지했다. 네이버 기술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D2SF’ 등으로부터 초기 투자도 받았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첫 번째 애플 컴퓨터를 만든 공간이 차고지였던 것처럼, 사운더블헬스 창업자 송지영 대표는 프리비 프로토타입을 집에서 손수 만들었고 창업까지 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 19일 서울 서초동 사운더블헬스 사무실에서 송지영 대표를 만나 창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송지영 사운더블헬스 대표

■LG전자 나와 헬스케어 창업 꿈꿔…"아두이노로 차근차근 구상"

송 대표는 카이스트 전자공학과 박사를 거쳐, 2007년부터 LG전자 MC사업부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후 LG경제연구원, 램리서치 등에서도 근무했다. 송 대표도 차츰 자신만의 사업에 관심이 생겨 2015년부터는 아이템 물색에 본격 나섰다.

송지영 대표는 지난 2017년 8월 사운더블헬스 법인을 설립했다. 프리비 앱 프로토타입을 처음 만든 것은 회사 설립 전인 4월경이다.

송 대표는 “헬스케어 창업을 하고 싶단 생각을 하던 차에, 소변 소리로 질병을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가 우연히 떠올랐다”며 “소변 소리로 속도 등을 측정하기 위해 밑도 끝도 없이 병원에 가서 실험해볼 수 없으니 집에서 아두이노를 갖고 스스로 시제품을 만들어봤다”고 말했다.

아두이노란 물리적인 정보를 센서로 받아들여 LED나 모터와 같은 전자 장치들로 출력을 만들어 내는 장치다. 복잡한 시스템을 설계하기에 앞서 초보자들이 아두이노를 이용해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다.

소변의 속도는 소변의 초당 무게다. 즉 무게를 구하는 데 집중하면 된다. 송 대표가 아두이노로 만든 프리비 프로토타입으로 측정하려 한 것도 소리를 통한 소변의 무게다.

프리비는 시간에 따른 소변의 무게나 속도를 그래프를 그려주며, 이는 질환을 판단하는 기초 자료가 된다. 전립선 비대증, 과민성 방광 질환 등을 알아낼 수 있다. 프리비 앱이 많이 이용될수록 데이터가 쌓여, 머신러닝을 통해 도출한 결과의 정확도도 올라간다.

송 대표는 “처음 실험을 시작했을 땐 어떤 요소들이 속도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까 고민을 많이 했다”며 “소리가 크면 속도가 빠른 것인지, 아니면 느린 것인지 등 가설을 하나하나 검증하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대폰으로 음성 메모를 하면 그래프로 그려지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리비 앱이 오줌 소리를 측정해 오줌의 속도와 무게를 예측한 값.

■단순 속도 측정 도구 아닌 AI 앱..."머신러닝으로 질환 예측"

프리비가 단순 소변 속도 측정 도구였다면 이미 개발된 비뇨기과 장비들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다. 프리비는 이용자의 소변 소리를 듣고 다른 빅데이터들과 비교해 환자의 건강 상태를 예측해준다.

송 대표는 “프리비에 인공지능 기술이 쓰였다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들어가기 때문이다”며 “데이터가 많이 쌓일수록 모델을 고도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침이나 소변 소리를 다른 데이터로 변환해주는 시스템은 이미 다른데서 나와 있었는데, 이를 갖고 본격 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면서 “처음 아이디어 착안은 쉬워도, 지금과 같이 데이터를 많이 모아 쓸 만한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것은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오픈베타 서비스나 병원 임상실험, 랩실 등에서 데이터들을 얻을 수 있었는데 데이터 수로만 치면 1만개 이상 될 것 같다”며 “꼬박 1년 이상을 알고리즘 고도화에 매진해왔다”고 강조했다.

프리비 앱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개인 건강관리 도구로 쓸 수 있는 등급인 ‘웰니스 기기’로 인정받았으며, 정식 의료기기로 인정받기 위해 사운더블헬스과 분당서울대병원이 협력하고 있다.

프리비 앱 사용 방법.

■ 소리로 알 수 있는 종합 건강 진단 서비스 구축 목표

송 대표는 사운더블헬스 본사를 미국에 설립했다. 의료 복지가 부족한 미국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의 수요가 더 많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서울 서초동 사무실은 한국지사다.

그는 “미국 의료 종사자들은 의료진, 산업인, 정부, 제약사 누구 할 것 없이 자신들의 의료 복지 시스템이 다 망가졌다고 말한다”면서 “때문에 기술을 도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게 잡혀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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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대표는 소리로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종합 서비스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비뇨기 질환 다음으로 호흡기에서 나오는 소리를 측정해 관련 질환을 예측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그는 “호흡기관에 대한 연구도 지금 시작해, 기침 소리나 폐음 중 어떤 속성이 천식과 같은 호흡기 질환에 대한 것인지를 알아가고 있다”며 “지금은 의사가 청진기로 들어야만 병을 진단할 수 있는데 앞으로는 이 소리들을 잘 포착하고 정량화 해 기계가 대신 질환을 탐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