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인간의 창의력이 '100'이라면 컴퓨터는 '0'이다"

[ATS 2019] 샤오우엔 혼 MS 아시아연구소장 강연

컴퓨팅입력 :2019/11/14 16:11    수정: 2019/11/14 16:11

"사람들은 알파고를 '똑똑하다'고 여기는데, 그와의 대국에서 '1승'을 거둔 이세돌 9단이 더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아주 똑똑한 컴퓨터 과학자들이 만든 알고리즘으로 수천 대 기계의 도움을 받아 계산(computation)하는 컴퓨터를 인간 뇌 하나로 대적했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공지능(AI) 전문가가 3년전 한국에서 이세돌 9단과 구글 바둑 AI '알파고'의 대국을 관전했던 소감을 밝힌 말이다. 5회의 대국 중 인류 최강의 바둑기사를 상대로 4승을 거둔 AI보다, 그에 완패하지 않고 1승을 기록한 점에 더 큰 의미를 부여했다.

샤오우엔 혼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아시아 소장

발언 주인공은 MS리서치 아시아 소장을 맡고 있는 샤오우엔 혼 박사다. 그는 14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지디넷코리아가 주최한 연례 컨퍼런스 '아시아 테크 서밋(ATS) 2019'에, 'AI로 주도하는(AI-driven)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란 주제의 첫 키노트 강연을 진행했다.

혼 박사는 애초에 막대한 계산 능력을 지닌 컴퓨터와의 싸움에서 사람은 이길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알파고 대국에서 인간 전문가들이 컴퓨터에 탑재한 알고리즘은 완벽하지 않았고, 이세돌 9단은 인간의 문제해결 능력으로 그 부족함을 파고들어 한 번 승리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다.

혼 박사는 MS리서치에서 AI 분야 연구자로 수십년을 지냈다. MS의 비즈니스 그룹과 협력 관계인 아태지역 R&D그룹 총괄이자 MS 본사의 중역 직급인 기업부사장(CVP)도 맡고 있다. 그는 강연을 통해 '지능'의 다섯 층위와 MS의 AI 기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제시했다.

그의 강연을 요약하면 우선 지능의 다섯 층위 가운데 컴퓨터는 낮은 층위에 있는 계산과 기억, 지각, 인지 능력으로 인간을 앞서고 있지만, 창의력 면에서는 아직 인간을 뛰어넘을 것이라 단정할만한 근거가 부족하다. 그리고 이런 AI를 활용하면 기업은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고, 외부 제품 사용 고객과 서비스 이용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와 높은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MS는 이런 결과를 얻기 위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에 나선 기업들에게 AI 기술과 플랫폼을 제공하는 파트너 역할을 충실히 하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과 학습을 지원하는 기업이 되고자 노력하고자 한다.

■ AI, 계산과 기억을 넘어 지각과 인지 능력을 정복

혼 박사는 지능(intelligence)을 다섯 층위로 구분했다. 계산과 기억(memory)을 가장 낮은 층위의 지능으로 정의하고, 그보다 높은 층위로 갈수록 지각(perception), 인지(cognition), 창의력(creativity), 지혜(wisdom)에 해당하는 지능의 위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여러 문화에서 사람들은 정확한 기억과 빠른 계산 능력을 갖춘 사람을 똑똑한, 지능적인 인물이라고 여겼다. 이 계산과 기억 능력은 CPU와 메모리를 탑재한 최초의 컴퓨터부터 현대에 만들어진 최신 폰까지 인간의 능력을 압도한다.

혼 박사는 "내가 어렸을 때 자란 대만이나 중국을 포함해 아시아 지역에서 주판은 중요한 과목이었고 어른들은 이걸로 아이들에게 복잡한 암산을 가르치면서 잘 해내면 '천재'라고 불렀다"며 "그런데 요즘 아이에게 주판을 가르치는 부모는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집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니 스마트폰을 잃어버리면 집에 전화를 걸지도 못하고 다른 누구에게 전화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계산과 기억은 컴퓨터가 더 잘 할 수 있는 작업이고, 우리는 그 면에서 기계를 절대 따라갈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컴퓨터가 계산과 기억 능력을 얻은 뒤 AI가 발전하면서 뛰어난 지각 능력도 발휘하기 시작했다. 특히 시각과 청각으로 사물을 느끼는 분야 AI가 지난 2~3년간 급성장했다. 혼 박사는 "AI 세계 르네상스로 컴퓨터가 '발화(speech)'와 '시야(vision)'를 인식케 됐다"고 표현했다.

혼 박사는 "중국 베이징 MS랩에서 2015년말 만들어 공개한 사물인식 모델 '레즈넷(ResNet)'은 기계에게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사물인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해 준 것으로, 컴퓨터비전 영역에서 일종의 스탠더드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모르는 사람 얼굴을 기억하기 어렵다"면서 "어떤 범죄 용의자를 찾기 위해 서울에서 공항을 통과하는 사람 500명 중 누군지 찾으려 한다면 이런 일은 컴퓨터가 더 정확하게 지치지 않고 잘 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 연구 경력 출발점인 발화인식 분야도 마찬가지로 오늘날 대단히 정확해져서, 검색 앱의 MS 코타나, 애플 시리, 구글 어시스턴트 등은 거의 모든 언어 사용 환경에서 아주 정확도 높은 발화인식을 할 수 있다"며 "속기와 같은 작업을 이제 기계가 더 잘 한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은 계산과 기억, 그리고 지각을 사람보다 더 잘 해내는 컴퓨터의 출현을 기분나빠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그런 작업을 대신 해 줄 수 있는 기계의 존재 덕분에 사람이 굳이 그런 일을 하지 않을 수 있게 돼 기뻐한다"고 지적했다.

샤오우엔 혼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아시아 소장

인지 능력은 어떨까. 비즈니스, 금융, 과학, 기술 분야 종사자들에게 일상적으로 가장 중시되는 활동이 인지다. 정보를 바탕으로 대상을 이해하고, 통찰을 도출하고, 추론하고, 계획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작업이 인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혼 박사는 "인지 AI에서 우리는 표준화된 머신리딩(machine reading) 작업을 수행하는 모델을 만들었다"며 "스탠포드의 스쿼드(SQuAD)는 텍스트를 읽고 질문에 답하는 능력을 보는 테스트인데, MS AI 모델이 사람의 평균 읽기 능력을 능가하는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 인간을 앞서기 시작한 또다른 인지 AI 사례는 통·번역과 중국의 마작 게임이다. 현존 기계번역(machine translation)은 수많은 언어쌍을 평균적인 사람보다 더 잘 번역한다. 그리고 MS는 딥러닝과 강화학습을 결합해 인간 세계에도 드문 '마작 10단'을 달성한 AI를 개발했다.

혼 박사는 특히 마작이 바둑과 비슷한 경우의 수에 텍사스홀덤 포커처럼 불완전한 정보를 기반으로 수행하고, 여러 판을 묶은 '라운드'의 결과가 누적돼 최종 점수와 보상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는 복잡한 게임이라고 덧붙였다. 마작 10단 AI 개발이 고난도 성취임을 강조한 것이다.

■ "컴퓨터에게는 창의성이 없다…인간 고유 능력"

그런데 창의력은 지능 가운데 상당히 높은 층위에 있다. 연구자들도 창의력의 개념과 속성을 완전히 파악하진 못했지만 이 영역에 해당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컴퓨터를 선보이고 있다.

키노트에서 시연된 MS의 AI는 순식간에 수많은 시를 써낼 수 있다. 이를 모은 시집도 발간됐다. AI는 사진을 보고 뽑은 키워드로 시를 쓰고, 멜로디를 지어 작곡을 하고, 그 음악에 맞는 가사로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악풍을 컨트리, 힙합, 케이팝 등 원하는 스타일로 바꿀 수도 있다.

회화 영역에서도 다양한 사진을 입력하면 그 사진의 윤곽을 놔둔 채 다양한 화풍을 적용해 변형시키는 AI가 나와 있다. 실제 사진의 인물과 배경을 추상주의로 바꾸기도, 인상주의로 바꾸기도 한다. 이런 '스타일 트랜스퍼' 기술은 심층신경망 기반 AI가 잘 할 수 있는 작업이다.

혼 박사는 이를 소개한 뒤 "이런 컴퓨터에 창의성이 있다는 말이냐고 사람들이 묻는다"면서 "다른 이들로부터 이런(특징적인) 부분을 가져와 나만의 창의적인 작품을 만드는 것, 이런 새로운 것을 만들고 설명하는 것을 창의력이라고 한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독일 수학자 가우스가 어렸을 때 교사로부터 받았던 질문을 해결하면서 (1부터 N까지 연속한 자연수 n개의 합을 구하는) 'N(N+1)/2' 공식을 만들었다"며 "제가 생각하는 창의성은 이처럼 새 알고리즘을 만들어내는 능력, 단계별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또 "공식에서 계산해야 할 수 'N' 값이 엄청 큰 수라면 결과를 얻는 능력은 사람보다 기계가 훨씬 빠르겠지만, 컴퓨터는 인간의 도움 없이 새 알고리즘을 만들 수 없다"며 "기계 혼자 가능하다면 현존하는 모든 세계의 난제를 컴퓨터가 해결할텐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알파고를 똑똑하다 여겼지만 나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한 번은 이겼다는 것, 아주 똑똑한 컴퓨터과학자들이 만든 알고리즘과 수천대로 구성된 컴퓨터로 빠른 계산이 가능한 컴퓨터를 인간의 뇌 하나로 상대했단 것 자체가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지적했다.

샤오우엔 혼 마이크로소프트연구소 아시아 소장

혼 박사는 "사람 대 기계의 계산성능을 비교하면 100만플롭스(FLOPS) 대 수십억플롭스 정도로 컴퓨터가 훨씬 빨라, 알파고든 마작AI든 (사람 대 컴퓨터 구도의 대결 방식 자체는) 공평한 게임이 아니다"라며 "창의성 면에서 컴퓨터는 0이고 인간은 100"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문제해결 방법을 도출하는 능력 면에서 컴퓨터가 인간과 경쟁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학문적 정의를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창의력을 넘어 '지혜' 수준으로 넘어가면 현존하는 컴퓨터가 아직 범접할 수 없는 분야라고 평했다.

■ AI가 이끄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혼 박사는 연구자로서 현재까지 발전해 온 AI의 수준을 짚은 데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 R&D그룹 총괄 임원으로서 이런 기술을 활용해 MS 비즈니스그룹과 협력하고 세계 각지 기업 고객 및 파트너에게 제안할 수 있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소개했다.

혼 박사는 "AI를 활용하려면 (의사결정과 실행을 위한 데이터 처리 단계에) 순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제품을 만들고 현실 세계에 배포하고 센서를 부착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고 다음 조치에 들어가는, 순환구조를 만들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순환구조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활용하는 영역에) 5G 이동통신 서비스 환경과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전체 의사결정 방법을 개선할 수 있다"며 "센서와 액추에이터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AI가 의사결정을 자동화해 흥미로운 기회를 열어 줬다"고 강조했다.

이런 개선된 의사결정 순환구조의 수혜를 제조 분야가 가장 먼저 받았다. 센서를 기계에 장착하면서 정밀한 유지관리를 가능케 했다.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에 센서를 부착해, 운행 고장이 발생하기 전 이상징후를 탐지할 수 있다. 어떻게 고칠 것인지도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사람의 건강 역시 비슷하게 관리 가능하다. 웨어러블 기기를 몸에 착용하면 신체의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감염 또는 활성 상태를 본인이 알아차리기 전에 센서가 탐지하고 그 신체를 보호할 수 있다. 이런 헬스케어 서비스는 이상을 빨리 탐지할수록 문제를 빨리 고칠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 '롤스로이스'에서 MS AI를 활용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사례가 언급됐다.

먼저 롤스로이스는 자동차뿐아니라 항공기용 제트엔진을 제조하고 판매한 엔진의 정밀 유지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엔진의 고장을 예방해 정시출발이 중요한 항공 운항 서비스의 가치를 높여 준다.

MS는 항공사를 위해 애저 클라우드서비스 기반으로 기상, 관제탑의 정보, 엔진의 성능 데이터 등을 모아 파일럿에게 최적 연료량 예측치를 알려 주는 부가서비스도 제공한다. 최적 연료량은 운항에 충분하면서도 하중 때문에 불필요한 소모를 하지 않도록 하는 수준을 뜻한다. 항공사의 전체 지출 중 40% 비중을 연료가 차지하기 때문에 이를 제대로 판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큰 비용절감이 가능한 분야라는 설명이다.

혼 박사는 "AI 기반 인지를 통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가능해지고 있고, 모든 조직과 사물과 인간에게 '디지털트윈'이 존재한다"면서 "사물이 언제 고장날지, 우리가 언제 아프고 뭘 좋아할지, 디지털트윈은 이미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 기술은 좋은 일에도 나쁜 일에도 쓰일 수 있다

MS는 기업 대상으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의 수행 의지나 진척 상황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90%가 그 필요성을 인식한다고 답했고, 30%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시작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기존 인력을 통해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이 가능하다고 답한 비중은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시작한 이들 중 절반인 15%뿐이었다.

혼 박사는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서는 도움을 줄 파트너, 플랫폼, 기술, 혁신 그리고 문화적 전환과 직원 교육이 필요하다"면서 "AI만을 얘기해 왔지만 AI는 빅데이터에 기반하며,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시스템의 계산을 수행하려면 삼성전자나 엔비디아같은 기업의 하드웨어 기술 기반 인프라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MS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R&D팀과 다른 엔지니어들과의 협력을 통해 기업들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돕고 있다. MS리서치아시아와 해운사 OOCL의 협력을 통해 유휴 컨테이너의 재배치를 최적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고, 교육서비스업체 피어슨과 협력해 '롱맨샤오잉'이라는 AI를 만들어 영어학습자의 억양과 발음을 실시간 피드백으로 교정해 줌으로써 교사와 학생의 생산성, 수업효과를 높였다.

혼 박사는 "사람들이 기술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걱정하지만, 칼을 요리할 때 쓸 수도, 사람을 죽이는 데 쓸 수도 있는 것처럼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며 모든 것은 사람의 결정에 따른 결과"라면서 "사람들의 노력을 통해 기술로부터 사람들이 받는 영향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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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MS는 모든 국가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기반 전제 위에 책임성, 투명성, 공정성, 신뢰성과 안전, 프라이버시와 보안, 포용성을 담은 AI원칙을 만들었다"며 "이것들은 모두 당연한 요소이지만,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는 플랫폼 회사로서 많은 사람이 참여해 솔루션을 제시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AI같은 새 기술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을까봐 걱정하고 있는 분들에게 두 가지를 말씀드리면, 우선 200년 전 세계인의 95%가 농업에 종사했는데 이제 종사자 비중은 5%이고 나머지 95%는 직장을 잃은 게 아니라 리테일, 금융, 보건, 하이테크 산업으로 이동한 것"이라며 "기술은 인간의 삶을 바꾸고 있으며 우리는 교육과 학습을 통해 스스로 발전해야 하고 MS는 대학이나 다양한 교육기관과 협력해 차세대 리더를 육성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