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호갱' 탈출, 시그널 플래너 하세요”

이동익·정윤호 해빗팩토리 대표 “고객 입장서 보험 분석”

인터넷입력 :2019/11/13 17:30    수정: 2019/11/13 17:31

“휴일에 비행기를 타다 사고가 나야 7억원을 보상 받는 보험에 가입했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우리나라 보험 시장 규모는 202조원(2017년 기준)에 달한다. 1인 평균 보험가입 건수는 3.6건인데, 가구당 평균을 내면 12~16건의 보험에 가입돼 있다. 총 보험비를 합산하면 가계소득의 5분의 1에 이른다.

이렇게 적지 않은 비용을 쓰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내가 무슨 보험을 들었는지, 어떤 보장을 받을 수 있는지, 쓸 데 없는 비용이 매달 빠져나가는 건 아닌지 잘 알지 못한다. 복잡하고 어려워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정윤호(왼쪽), 이동익 해빗팩토리 공동대표.

해빗팩토리 이동익 공동대표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나중에서야 가입된 보험이 평일도 아닌 휴일에 비행기를 타다 사고를 당해야지만 7억원을 보상 받는 상품인 걸 알았을 정도다. ‘7억원 보상’이란 숫자가 주는 함정에 빠진 셈이다.

대중교통상해 관련 보장도 내가 대중교통을 타고 있을 때 사고가 나야지, 대중교통에 치였다고 해서 보상을 받는 경우가 아닌데 뭔가 꼭 필요한 보장 항목처럼 인식된다. 이 같은 소비자를 혼동시키는 보험 미끼의 예는 더 많이 있다.

해빗팩토리가 서비스 중인 ‘시그널 플래너’ 서비스는 고객 입장에서 보험을 분석하고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지인이 부탁해서, 홈쇼핑 광고 등에 혹해서 보험 가입은 했지만 정작 보장 범위와 제약들을 모르는 이용자들에게 도움을 준다. 특히 시그널 플래너는 보험 설계사용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보험 설계사가 고객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줄 때 더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국내 보험시장 현황(자료=해빗팩토리)

정윤호 해빗팩토리 공동대표는 “시그널 플래너는 여러 보험 비교 서비스 가운데서 가장 고객 입장에서 보험을 분석해주고 추천해주는 서비스”라며 “데이터 기반으로 보장 범위를 분석해주고 어디가 부족한지, 또 어느 부분이 충분한지를 알려줘 소비자들이 보험을 첨삭할 때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다.

시그널 플래너는 71만여 건의 복잡한 보장 항목을 설계사와 고객 모두가 이해할 수 있도록 8개의 대분류와 45개 소분류로 여러 보험을 한 번에 분석한다. 고객이 본인 확인을 위한 휴대폰 번호 등을 입력하면 한국신용정보원 등의 데이터를 이용해 가입한 보험과 보험의 보장 내역이 자동 분석되는 시스템이다. 각 보장내역별로 보험수, 보장금액은 물론 미래의 시점에 보장받을 수 있는 범위를 시각화해 표시해주기 때문에 더욱 편리하다.

가령 암사망 보장은 80세까지, 최대 8천만원까지라고 알려주기 때문에 충분한지, 아니면 더 보강이 필요한지 고객이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교통상해사망 보장이 되는 상품에 가입돼 있으니, 특약으로 대중교통상해사망 보장은 굳이 필요가 없다는 선택도 할 수 있다. 이 밖에 가족 보험을 한 번에 분석할 수도 있고, 현재 또는 미래, 가족 전체의 보험료 현황을 한눈에 보여주기도 한다.

정 대표는 “시그널 플래너는 보험 설계사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먼저 출시됐고, 최근에 고객들도 사용 가능한 앱이 출시됐다”며 “초보 설계사 분들도 시그널 플래너를 사용하면 보장분석이 쉽고 빠르게 되기 때문에 70~80점 정도의 실력을 갖출 수 있다. 고객 전환율도 크게 차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7월 출시된 뒤로 300개 소속회사 설계사 6만여 명이 시그널 플래너를 사용하고 있다”면서 “내년 3월까지 보험설계사 10만 명, 고객 100만명 확보가 목표”라고 덧붙였다.

이동익 대표는 “우리가 가진 보험데이터 분석역량과 상품 정보 덕분에 KB생명과 IBK기업은행이 시그널 플래너 솔루션과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다”며 “보험 정보 분석 품질과 비식별 처리를 통한 데이터 활용 가능성을 바탕으로 과기정통부의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 사업에 선정됐다”고 말했다.

해빗팩토리에 따르면 국내 전체 설계사는 약 50만 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 중 매달 월급을 받는 설계사는 약 20만 명 수준이다. 즉 실제 활동 중인 설계사 중 절반을 시그널 플래너 이용자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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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호, 이동익 대표는 국내 보험 시장의 문제점도 날카롭게 지적했다. 두 대표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은 설계사 조직을 직접 갖추고 자사의 보험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법인보험대리점(GA, General Agency)이 보험사와 계약을 맺고 여러 보험을 판매하는 두 경우로 나뉜다. 똑같은 상품이더라도 언제 가입했는지에 따라 금액도 달라지고, 보장 범위도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누구를 통해 가입했는지도 중요하다. 홈쇼핑 상품의 경우는 쉽게 가입이 가능한 반면, 보장 범위가 적은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이동익 대표는 “해외랑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보험 계층도 다르고 비용도 다르다”면서 “국내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보험 개수가 많아 이를 총합하면 더 많은 금액을 보험료로 쓰고 있다. 또 보험사들이 손해율이 좋은 것과 나쁜 것을 묶어 팔아 회사의 위험부담을 낮추기 때문에 이 역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