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블록체인 굴기 국가가 주도..."한국도 국가전략 수립해야"

中, 블록체인 기술+디지털 경제 전략 이미 실행 중

컴퓨팅입력 :2019/11/01 10:06    수정: 2019/11/01 10:06

중국이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국가 전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국가가 주도해 블록체인 분야에서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이루는 동시에 디지털화폐 경쟁시대에 대비해 국가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고, 민간 암호화폐는 통제·관리하겠다는 게 큰 방향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직접 블록체인을 언급한 것을 보면 중국이 '블록체인 굴기'에 나설 준비를 이미 마친 것으로 보이는 만큼, 한국도 긴장하고 지켜보는 것을 넘어 국가적인 차원의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시 주석 발언 후 명확해진 중국 블록체인 국가전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4일 블록체인 발전 동향을 주제로 한 정치국 집단학습회를 주재하고, "중국이 블록체인 기술이 가져올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블록체인 기술이 금융은 물론 대중교통, 빈곤완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는 상황을 짚으며 "각 분야의 독립적인 혁신을 위한 중요한 돌파구로 블록체인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국가주석이 특정 기술을 언급하며 "혁신에 속도를 내달라"고 당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가 주석이 나서 블록체인을 통한 혁신을 강조했지만, 그렇다고 기존 암호화폐 거래 금지, 암호화폐발행(ICO) 금지라는 기조가 바뀐 것은 아니다. 시 주석 발언 직후 비트코인과 중국계 코인 가격이 치솟자, 공산당 기관지들은 암호화폐 투기를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인민일보는 28일 온라인에 암호화폐를 실체가 없다는 의미로 "공기 화폐"라고 지칭하며, 블록체인 기술이 암호화폐와 더불어 생겨난 것은 사실이지만 블록체인 기술 혁신이 공기 화폐 투기와 동의어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후 중국의 진짜 블록체인 전략을 엿볼 수 있는 조치들이 이어졌다.

국회 역할을 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암호화 기술이 적용된 상품을 중국에서 유통하려면 반드시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암호법'을 통과시켰다. 법령에는 암호화폐나 블록체인이 명시돼 있지 않지만, 암호 상품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이렇게 되면 해외 기업이 발행한 암호화폐도 중국에 진출하려면,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암호법이 중국 정부에 블록체인 분야에서 강력한 통제권을 쥐어주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사법·공안 분야를 총괄하는 중앙정법위원회(정법위)에서는 블록체인을 "국가 통치체계 및 통치능력의 현대화"를 이루는 데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스마트컨트랙트를 이용해 법을 어길 경우 법률과 더불어 이중으로 처벌하는 등 사회 신용 체계를 공고히 하겠다" 거나, "새로운 인터넷 기술은 국익과 관련 있다면서 먼저 점령하는 쪽이 군사·외교·무역에 있어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내용의 입장을 공개했다.

인민은행이 내년 초 발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 디지털 화폐도 개발 목적은 "디지털 시대 화폐 주권 보호"에 있는 해석이 중국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는 '중국국제경제교류센터(CCIEE)' 황치판 부회장은 최근 "정부와 중앙은행이 직접 국가 디지털화폐를 발행하는 것이 페이스북 같은 민간 기업이 자체 화폐를 발행하는 일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진핑 국가주석 발언 후 전인대부터 정법위, 언론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국가가 블록체인 산업 발전에 직접 드라이브를 거는 것을 물론 새로 부상하는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서 통화 주권을 보호하기 위해 통제·관리에 나서겠다"는 게 지금까지 드러난 전략이다.

글로벌 경제를 이끌 차기 혁신 기술로 꼽히는 블록체인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중국다운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도 국가적 블록체인 전략 짜야"

중국은 이미 인터넷 산업을 정부 통제아래 폐쇄적인 환경을 만들어 성장시킨 경험이 있다. 개방과 자유라는 인터넷 정신이나 특성을 억누르고 검열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지만 그 과정에서 알리바바나 텐센트 같은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나온 것도 사실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블록체인 전략을 보면 탈중앙화나 검열저항성이라는 블록체인 기본 철학은 완전히 배제돼 있지만, 결과적으로 국가주도로 당국의 통제 아래 블록체인 산업을 발전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정엽 한국블록체인법학회장(의정부지법 부장판사)은 "이제 통화도 경쟁 시대가 됐다"며 중국의 행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중국은 위챗이나 알리페이 같이 디지털 위안화를 글로벌로 확산시킬 수 있는 플랫폼을 너무 잘 갖추고 있다. 해외에서도 디지털 위안화를 사서 이런 플랫폼에서 사용하고 중국 여행에서도 환전할 필요 없이 쓰게 되면 구매 데이터를 포함해 각종 데이터가 중국에 쌓이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한때 우리보다 더 암호화폐를 엄격하게 금지했던 중국이 중국식 발전 방향을 찾아 드라이브를 거는 것 처럼, 우리나도 국가적인 차원의 블록체인 발전 전략을 수립할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블록체인학회장을 맡고 있는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중국은 국가 주석이 블록체인 학습회를 직접 주재하는데 우리나라는 대통력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들었지만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가 한번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지금 내년도 블록체인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 통과도 힘들어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러다가 블록체인도 놓치기 전에 정부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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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블록체인 계열사 그라운드X의 한재선 대표는 중국과 비교해 우리나라 블록체인 산업의 경쟁력을 "프라이빗과 퍼블릭 블록체인 모두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꼽으며, 이런 상황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중국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텐센트가 알리바바가 퍼블릭 블록체인 사업을 한다고 하면 엄청난 파괴력이 있겠지만 중국 정부가 '코인 이슈로' 허가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우리의 경쟁력은 무엇일지 생각해 봐야 한다. 프라이빗 만으로는 힘들고 퍼블릭과 프라이빗 같이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