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실검 폐지 '찬vs반'...광고실검 “개선” 한 목소리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 실급검 전문가 토론회

인터넷입력 :2019/10/25 19:42    수정: 2019/10/25 20:39

“정치적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는 여론도 아니고 여론 조작도 아니다. 여론을 가늠할 수 있는 여러 수단 중 하나라고 인식해야 한다. 이를 클릭했을 때 검색 결과를 잘 제공하는 게 훨씬 중요한데,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최근 정치 편향적이고 상업적 마케팅을 위한 단어가 네이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이하 실급검)에 자주 오르면서 실급검 폐지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치적 실급검의 경우 ‘표현의 자유’와 ‘여론 왜곡’ 관점에서 의견이 엇갈렸지만, 상업적인 실급검은 개선돼야할 필요가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25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 올리기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날 토론회에서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이상우 교수는 ‘실시간 검색어의 쟁점과 이용자 인식’에 대해, 경인교대 사회과교육과 심우민 교수는 ‘실급검 순위올리기 모습과 규제의 방향성’에 대해 발제를 했다.

■ 실급검 여론 왜곡 우려 “있다” vs “없다”

네이버 카카오 로고

정치권, 야당을 중심으로 네이버, 다음 등 포털 실급검 폐지 요구가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도 뜨거운 감자가 됐다. 야당은 조국 사태 당시 ‘조국 힘내세요’와 같은 실급검이 조작됐고, 여론을 왜곡한다는 주장을 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대표 등은 네이버를 찾아 회사 소수의 집단적이고 조직적인 행동이 건전한 여론형성을 방해한다는 입장을 전달, 여론 조작 우려가 높은 검색어 삭제 방안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토론회 패널 중 노원명 매일경제 논설위원, 박종성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는 실급검에 등장하는 정치적인 단어가 여론을 왜곡시킬 수 있다는 입장에 섰다.

박종성 논설위원은 “A라는 주장이 실급검 1위고, B라는 주장이 10위면 사용자들은 1위가 다수의 얘기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 “실급검이 이런 여론 호도와 왜곡을 일으켜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석우 공동대표는 “국민의 80% 이상이 네이버나 다음에서 기사를 본다. 온라인도 오프라인처럼 관리를 해야 한다”며 “대다수 국민이 보는데도 누가 올렸는지도 모르고 이용자들이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자칫 국정 방향에 왜곡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노원명 논설위원 역시 “활동적으로 나타나는 의견이나 표현이 여론으로 포장돼서 정책 결정자나 주효한 행동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말로 실급검이 여론을 왜곡할 수 있다는 시각을 드러냈다.

반면 중앙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성동규 교수, 경기대학교 미디어 영상학과 윤성옥 교수, 언론인원센터 윤여진 상임이사는 반대의 견해를 밝혔다.

성동규 교수는 “인터넷 저널리즘 시대가 되면서 댓글과 실급검이 사회적 큰 쟁점이 됐지만, 이런 것들로 여론 조작이 어느 정도 이뤄질까 의문”이라면서 “여러 쟁점이 있고 의문이 있는 상태에서 실급검을 규제하겠다는 건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성옥 교수는 “실급검은 여론도 아니고 여론 조작도 아니다. 여론을 측정하는 다양한 수단이 있는데, 댓글이나 실급검은 여론을 대변하는 게 아니라 여론을 가늠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라고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검색어를 클릭했을 때 검색 결과를 잘 제공하는 게 훨씬 더 중요한데, 그래서 언론의 역할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또 “실급검이 국민의 의견을 바꿀 만큼 영향을 미칠까도 의문이다. 문제를 과도하게 인식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윤여진 상임위원장은 “인터넷은 정치적 표현의 중요한 공간이고, 누구나 표현의 자유를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이라며 “다양한 형태의 의사표현이 이뤄지고 있는데, 실급검이 정치 이슈가 돼서 규제해야 한다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실급검 문제는 이용자 관점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뜨거운 것”이라면서 “실급검이 마케팅 이용 수단이 되는 등 순수한 공간이 아니란 걸 시민들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실급검이 정보의 실시간 흐름을 이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한 것인데 가장 뜨거운 공간이 되면서 누구나 탐내는 자리가 됐고, 의도적인 여론을 만들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어 실급검이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것은 맞다”고 첨언했다.

■ 상업적 실급검 문제에 “이게 정상인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순위 올리기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 참석한 토론자들.

토스를 중심으로 위메프, 티몬 등이 네이버 실급검을 이용한 마케팅을 펼치면서 영업권을 침해하고,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끼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실급검 자정을 위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하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서는 마케팅 관련 검색어를 사업자가 임의로 삭제할 경우 '실검 조작'이란 역풍을 맞게 된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노원명 논설위원은 “정치적 실급검 문제가 표현의 자유의 영역이어서 제재가 어렵다면, 마케팅에 이용되는 실급검 제재도 동일선상에서 제재가 어려운 것”이라며 “자정 되지 않으면 어떤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종성 논설위원은 “얼마 전 네이버 실급검을 보니 10개 중 9개가 상업적인 실검이었다”면서 “이게 정상인가 심히 우려스러웠다. 상업적인 실급검이 (정상적인) 실급검을 통해 기사로 유입되는 경로를 제한하는 문제를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성동규 교수는 1위 사업자인 네이버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쓴소리를 냈다. 그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1위 사업자가 방기한 문제가 분명 있다”면서 “약관 변경 등 최소화 노력이 진작 이뤄져야 했다. 자칫 조작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이유는 변명에 불과하고, 빨리 개선돼야 할 이슈”라고 주장했다.

윤성옥 교수는 정치적 표현과 상업적 표현은 다른 영역임을 분명히 했다. 정치적 표현은 가급적 보호해야 하지만, 상업적 표현은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는 영역이란 설명이었다. 윤 교수는 “상업적 표현과 정치적 표현을 동일시하면 안 된다”면서 “상업적 실검을 제외시키는 합리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상우 교수는 “기업이 사업하기 참 힘들다”며 “놔두면 방기했다는 지적을, 삭제하면 이게 무슨 알고리즘으로 하는거냐는 비판을 받는다. 상업적인 실급검도 어찌보면 저렴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는 정보가 될 수 있으니, 규제가 나오기 전에 계속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선거기간 실급검 일시 중단 찬-반 팽팽...알고리즘 공개 놓고도 이견

발제를 맡은 이상우 교수.

토론자들은 선거기간에라도 실급검 서비스를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것에도 상반된 시각을 드러냈다.

노원명 논설위원은 “매우 옹색한 처방이라 생각하지만, 궁여지책으로라도 의미가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종성 논설위원도 “극단적인 경우지만 선거 전날 실급검에 오른 내용이 2, 3차 확대 재생산 돼 악영향을 미칠 것을 고려하면 선거기간에라도 자제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반면 성동규 교수는 “왜 이런 문제들을 정치권에서 던지고 뒤늦게 따라가야 되나”라면서 “이는 사업자가 판단해야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윤성옥 교수는 “실급검이 공정성을 심각하게 침범한다면 제재할 수 있겠지만, 법적인 규제만으로 공정성을 꾀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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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 뉴스 편집이나 실급검 배치에 대한 알고리즘을 공개하라는 국회 요구에도 토론자들은 서로 다른 주장을 폈다. 실급검 폐지를 주장하는 토론자들은 알고리즘 공개가 당연하다는 입장을, 반대편 토론자들은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영업권 침해로 볼 수 있고 알고리즘이 공개되더라도 이를 알아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맞섰다. 아울러 알고리즘 공개 요구가 나온 배경에는 검색 사업자들이 콘텐츠 정책과 원칙, 절차와 과정에 있어 투명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나아가 검색 포털 사업자들이 국회의 요구에 응답할 것이 아니라 이용자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책을 수립할 때 이용자 입장에서 문제가 제기되면 이를 받아들이고 적극 개선해야 한다는 얘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