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ICT 해외 사업, 시행착오 줄이려면

홍성익 에스넷시스템 전략사업본부 부사장

전문가 칼럼입력 :2019/10/22 13:28    수정: 2019/10/22 13:44

홍성익 에스넷시스템 전략사업본부 부사장
홍성익 에스넷시스템 전략사업본부 부사장

오늘날 4차 산업혁명의 격랑 속에서 국내 ICT업계가 방향을 잡지못하고 표류하고있다는 우려는 일반적인 견해다. 중소기업은 국내시장의 포화상태로 극심한 경쟁상황에 처해 있고 대기업은 소프트웨어산업 진흥법과 같은 규제속에서 사업참여 제한이라는 족쇄에 묶인 채 계열사 위주의 사업을 추진하면서 부당 내부거래, 일감 몰아주기의 부담을 지고 있다. 국내 ICT기업 모두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 상황에서 최고 경영진에게 돌파구로 떠오르는 단어는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해외 사업일 것이다.

필자가 속해 있던 기업에서는 이름도 생소한 해외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을 처음 접하면서 그 규모와 열린 기회에 경영진이 크게 고무된 적이 있다. 마치 일확천금을 벌 수 있는 사업처럼 느껴졌고 회사는 이런 '한 방' 있는 사업으로 매출 부진의 위기를 털어내고 싶은 유혹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탐욕에 불과했다. 해외사업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준비도 없이 뛰어들다 보니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했고 그 대가는 혹독할 뿐이었다.

해외 ICT시장이 국내 경쟁입찰 시장보다 기회의 땅이고 유연성과 합리성을 가진 글로벌 기준이 적용되는 시장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국내의 치열한 경쟁속에 불가능한 납기와 수익성을 지켜내 온 우리 ICT기업들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표하는 해외 사업에 적합한 전략과 실행력으로 무장만 한다면 시행착오 없는 ICT 해외 사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다면 해외 ICT사업은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우리 기업들은 성숙된 국내 ICT시장에서 그 역량이 잘 무장되어 있기 때문에 세계 어떤 기업과 경쟁해도 이길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을 이미 갖추었다고 본다. 다만, 해외 사업을 이론적이고 추상적인 상식 선에서 접근하기보다는 경험적이고 구체적인 대비책을 마련한 이후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래야 해외사업에 산적해 있는 다양한 어려움들을 현명하게 피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필자가 해외사업 경험을 통해 얻은 교훈이다.

[사진=Pixabay]

첫째, 해외사업 인력은 유창한 영어실력보다 실무능력이 우선시 되어야한다.

보통 기업들은 성공적인 해외사업을 위해 해외 유수 대학을 나온 인재들을 채용하고 투입하려 한다. 그러나 대개 이들은 ICT사업 경험이 전무해 문제를 식별하고 해결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 영어실력이 낮은 한국 엔지니어가 현지 채용한 기술자들을 능숙하게 가르치고 통솔하여 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경우도 있었다. 고객과의 중요한 협상을 하는 자리에서도 뉘앙스가 애매모호한 유창한 영어보다는 또박또박 분명하게 의사소통하는 것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둘째, 해외사업을 성공으로 이끌려면 현지 문화와 업무 특성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들은 단지 제안요청서(Tender) 또는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링 디자인(FEED)을 입수해서 제안하는 일반적인 국내 입찰 프로세스로 접근하려 하지만 이는 해외사업 마다 가지는 특성을 외면한 위험한 도전일 뿐이다. 모든 해외사업은 나름대로의 특이점을 가지고 있고 이런 점들이 해외 진출을 노리는 기업에게 함정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동 지역은 영국식 거버넌스에 종교적인 제약사항을 고려해야 하고 동남아는 아직 체계적으로 자리잡지 못한 사업 프로세스와 민족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현지 사업장의 문화와 고객사의 업무 패턴을 미리 파악한다면 공정 단축, 원가 절감 등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사진=Pixabay]

중동의 오일 관련 시설에 정보화 사업을 진행할 때 일이다. 이 곳에서는 현장 업무 허가(Site work permit)가 문제가 되어 일정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이지만 고객사의 예산으로 진행하는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사가 일을 못하게 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반나절이면 가능한 도로 횡단 통신케이블 매설 작업이 1년간 지연된 적도 있었다.

반면, 어떤 기업은 사업 일정이 지연될 것을 미리 예측하고 현지에서 값싸고 좋은 인력을 장기간 육성하여 현지화 하고 사업 역량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해서 재미를 보기도 한다. 이와 같이 해외사업은 사업의 처음부터 끝을 상상해 보며 실증적인 전략을 준비하고 실행해야 한다.

셋째, 해외사업은 무조건 상사중재로 간다는 가정 하에 프로젝트 계획을 세우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

웬만한 글로벌 고객사는 프로젝트 말미에 분쟁조정위원회(DRB) 단계를 진행해서 수행사의 어려웠던 부분을 일부 보상해 줄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편성해 놓고 있다. 따라서 이런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을 권한다. 그러려면 프로젝트 수행 시 발생한 이슈들에 대해 공문을 발송하여 증적을 남겨놓아야 한다. 고객과의 원만한 관계만을 우선시 하다가는 프로젝트 수행 중 발생하는 불합리함에 대해 아무런 보상도 못 받을 수 있다. 발생하는 이슈들의 흔적을 남겨 놓는 부지런함이 있어야 고객사가 DRB 보상을 염두에 두게 되고, 실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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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현지에 투입하는 직원들에게 투철한 사명감과 프로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현장 리더의 솔선수범과 전문성 그리고 경험치가 중요하다. 본사에서도 관심을 갖고 이를 면밀히 모니터링 해야 한다.

이외에도 현지 업체의 사보타지, 고객 또는 감리업체의 갑질, 법적 분쟁 등 많은 지뢰들이 나타날 수 있는데 국내에서 대응했던 방법을 떠올려 보면 의외로 쉽게 피해 나갈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해외라는 선입견을 버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책으로 밀고가야 한다. 외국의 이해관계자나 프로세스는 우리 국내의 수준과 별반 차이가 없으므로 지레짐작으로 겁낼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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