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자 과총 회장 "4차산업혁명은 기회의 창...스피릿이 중요"

[방은주기자의 IT초대석]

인터뷰입력 :2019/10/15 15:59

"격동기에는 밑에 있는 나라가 일류 국가가 됩니다. 그게 미국입니다. 미국은 1,2차 세계 대전을 거치면서 강국이 됐습니다. 4차산업혁명은 우리나라가 패스트팔로에서 퍼스트무버로 변화하기 위한 기회의 창이자 다시 한번 도약하기 위한 좋은 기회입니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회장은 지디넷코리아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이 공동으로 마련한 인터뷰에서 "4차산업혁명이 진행되는 대전환기를 맞아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스피릿(정신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달 서울 강남 과총회관 2층 김명자 회장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김 회장은 17대 국회의원과 7대 환경부 장관을 지냈고, 지난 2017년 2월 제 19대 과총 회장에 취임했다. 50년 과총 역사상 첫 여성 회장이다. 그동안 10여권의 책을 낸 김 회장은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짚어보는 새로운 책을 집필중이다. 아래는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과총은 어떤 조직인가요.

"한국 과학기술단체의 총본산입니다. 이학, 공학, 농수산, 보건 등 이공계 전 분야에 걸친 학술단체와 각종 관련 협회, 정부출연연구소, 민간 연구소 등을 포함해 600여 개의 과학기술 단체가 회원입니다. 회원 수는 국내 조직만 40만이고, 13개 시도에 지역연합회가 있습니다. 해외에도 18개국 한인과학기술인의 재외과학기술자협회가 있는 매머드 조직입니다."

=임기의 3분의 2가 지났습니다. 기억에 남는 사업이나 프로젝트가 있다면요

"과총 숙원사업인 '사이언스플라자(가칭)' 건설 사업을 본궤도에 올린 것을 꼽고 싶습니다. 지난 6월 12일 착공식을 했고, 준공 목표는 2021년 9월입니다. 앞으로 '사이언스 플라자'를 과총 600개 회원 단체와 과학기술 관련 학회, 연구 및 행정 기관, 협회 및 단체 나아가 스타트업까지 교류가 가능한 지식허브로 재탄생 시키고 싶습니다. 회관 명칭은 국민 공모로 결정할 예정입니다.

또 한 가지를 꼽자면 과총 CI 개정입니다. 쉬운 일이 아니였지만 결실을 보게 됐습니다. CI 리뉴얼에서 21세기 과총의 비전과 사명, 혁신의 정체성을 새로 세우고, 과총 정신과 실천 아이덴티티를 형상화했습니다."

=남은 임기 중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올해 역점 사업으로 ‘미세먼지 국민포럼’과 ‘플라스틱 이슈 포럼’을 출범, 연 6회의 시리즈 포럼을 기획해 열고 있습니다. 현재 두 포럼 모두 4회까지 진행했고, 남은 포럼에서도 지속가능한 과학기술적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습니다. 또 산업혁명으로 세계사를 짚어보는 책을 집필 중입니다. 과총 회장으로 일하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포럼을 수없이 진행하며 써둔 글이 초석이 됐습니다. 과총 회장으로 남다른 의미가 있겠다고 생각해 시작한 일입니다. 잠자고, 밥 먹는 시간을 줄여가며 에너지를 쏟고 있습니다."

=과총은 과학기술인 600만 명의 대표기관입니다. 조직을 운영하면서 역점을 두는 것은요

"무엇보다 통합과 소통의 가치 실현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취임 당시 '우리 함께' 라는 슬로건을 회원에게 호소했습니다. 과총이라는 거대 조직은 ‘우리’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인가를 핵심가치로 뭉칠 때 시대적 소명을 다 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무엇보다 ‘과총의 주인인 학회와 전문가 그룹’이 함께 기획하고 추진하는 일이 과총에 핵심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과총의 주요 네트워크인 13개 지역연합회와 18개국 재외과협과의 협업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더불어 과총 사업이 국민 눈높이에 맞춰지고 국민 삶 속으로 들어가 진정한 의미의 과학기술혁신이 일상에서 체감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지디넷코리아와 인터뷰하고 있는 김명자 과총 회장.

=국내 대표적 여성과학자입니다. 여성과학자들의 역할과 소명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4차 산업혁명 개념을 최초로 밝힌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여성의 고차원적인 창의성이 발휘되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정의했습니다. 이러한 예견처럼 새롭게 열린 4차 산업의 과학기술에서 여성의 가능성과 기회는 더 열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래 일자리와 산업구조는 예리한 감성과 융합적 성향이 중요한데, 이런 덕목에서 여성이 강점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거대한 흐름 속에서 스스로 기회를 만들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자신감과 역량을 키워줄 필요가 있습니다. 최근 국내 과학기술계의 여성 활약이 눈에 띈다고 하지만, 아직 정규직 비중 20% 미만입니다. 과학기술 분야는 특히 훈련과 교육에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투자도 더 많이 해야 합니다. 이렇게 키워놓은 인력을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장(死藏)시키는 악순환은 차단돼야 합니다."

=과총은 그동안 많은 일을 해왔습니다. 과총의 미래는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는지요

"과총에 취임하며 ‘소통, 융합, 신뢰’를 키워드로 ‘찾아가고 싶은 과총’ ‘국민과 함께 하는 과총’ ‘프론티어 개척의 과총’이라는 3대 목표와 5대 추진과제를 내세웠습니다. 지금도 21세기 과총의 새 시대를 열기 위한 혁신을 위해 이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먼저 과총은 열린 과총으로 거버넌스를 혁신해 회원이 주인이 되는 과총이 돼야 합니다. 또 과학기술계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살릴 수 있는 지원사업이 조성될 수 있도록 앞장서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 언론, NGO와 긴밀한 소통과 협력으로 국정 전반에 과학기술 마인드를 확산시키고, 국가 경영에서의 과학기술 리더십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초연결 시대를 맞아 글로컬리제이션에 걸맞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양자 및 다자의 공공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과 함께 하고, 사회적 수요에 응답하는 ‘따뜻한 과총’이 돼야 합니다."

=인공지능(AI) 등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 선점 경쟁이 한창입니다. 우리나라가 선점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떻게해야 할까요

"과총이 4차 산업혁명의 문명사적 격동기에서 혁신을 선도하는 프런티어가 돼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은 모든 기술의 융합입니다. 과총의 가장 큰 저력은 바로 과학기술계 전문가 풀입니다. 이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하고 융합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하는 과총의 전략은 네트워크와 협업입니다. 전문가를 활용해 기초과학 뿐만 아니라 민간, 정책 전 분야에서 과학기술적 현안 대응과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하는지 짚어야 합니다. 과학기술계는 기술혁신 뿐만 아니라 그것이 사회, 문화,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 그리고 가치관에 미치는 영향까지 내다보는 안목을 가져야 합니다.

이제 과총도 사회, 경제, 문화, 윤리, 가치관에 이르기까지 과학기술의 스펙트럼을 넓혀야 합니다. 과총의 학회 회원 수만 헤아려도 46만 명에 이르기에 학회와 단체 등을 연결해 현장의 아이디어를 수렴하고 체계화해 복지 향상을 위한 과학기술 연구개발과 성과확산의 대안을 찾는데 나서야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대에 국민에게 다가가는 과총이 돼야 합니다."

=평소 연구 성과 상용화를 강조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국회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GDP 대비 R&D 비중이 2019년 기준 4.6%로 세계 최상위 수준이고, 과제 성공률도 98%로 매우 높습니다. 그러나 사업화 성공률은 약 20%로 영국(70.7%), 미국(69.3%), 일본(54.1%)에 크게 못 미칩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저해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합니다. 정부는 출범 원년부터 혁신성장을 강조해왔습니다. 혁신의 최고 방법은 융합이고, 융합의 최고의 수단은 협력입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혁신 주체를 이른바 '5중 나선형 모델'로 전환할 필요가 있습니다. 산학연관과 시민사회가 과학기술 활동의 기획부터 개발 및 보급까지 한 데 연계하는 융합적인 협력이 절실합니다. 정부가 기업하기 좋은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실패가 용인되는 테스트베드를 제공하고, 다중나선 혁신모델을 구현할 수 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우리에게 분명 기회가 될 것입니다. 기초과학부터 R&D 전주기에 이르기까지 구조적 혁신이 필요하고, 기초원천 기술을 확보해 사업화의 자주 능력을 갖춰 지속가능한 거버넌스 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올해 우리나라 연간 국가 연구개발 예산은 20조 원이 넘었습니다. 내년에는 24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하지만 국가R&D 효율은 낮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국가 R&D 혁신, 어떻게 하면 될까요

"과총은 올해 1월, ‘연구개발 성과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국가 연구개발 예산 투입 대비 성과가 미흡하다는 일부 지적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연구계와 일반시민 사이의 인식 차이입니다. 총 응답자 4310명의 50%가 연구개발 성과가 높다고 응답했고, 그 중 연구계의 54%, 일반시민 38%가 연구개발 성과가 크다고 답했습니다. 성과가 보통이라고 답한 비율은 34%였습니다.

‘국가연구개발 성과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한 원인’을 무엇이라고 보는가에 대한 응답에서는 ‘단기적, 경제 기여도 중심의 정량적 성과평가제도’가 22%로 가장 높았습니다. 이는 연구활동에 있어 과학기술 정책과 지원 사업이 긴 호흡을 갖고 연구자들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함을 말해 줍니다. 또 연구자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확대할 수 있는 지원이 강조되어야 하는 것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과학은 시간과 인내의 산물입니다. 아무리 좋은 연구결과도 그것이 인류에 확산되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하려면 끊임없는 인내와 도전,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함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과학기술을 전담하는 독립부처 신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의 과학기술은 지난 50여 년간 경제성장과 산업발전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제는 새로운 프론티어 개척에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과학기술이 국정 운영의 기반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프론티어를 개척하려면 불확실성과 위험을 감수하는 선도형 시스템과 마인드셋이 필수입니다. 과학기술 독임부처에 대한 논의는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는 지난 경험을 신중히 검토하고 보다 효율적인 개편안이 나와야 가능합니다."

=저출산과 고실업, 낮은 경제성장이 국가적 고민이자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이를 해결하는데 과학기술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개인이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므로 사회적 차원의 전략적이고도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합니다. 저출산, 인구절벽 등의 커다란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모성 보호와 고용 촉진 등 사회적인 맞춤형 대책이 먼저 선행되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의 대전환기에서 과학기술계 여성인력의 경력 단절을 방지하고 여성이 함께 하는 연구개발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은 더욱 절실한 국가적 과제입니다.이제 더 늦기 전에 한국의 NIS(National Innovation system) 내에서 여성인력이 과학기술혁신의 새로운 추동력이 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 대안이 모색되어야 합니다."

=남북 과학기술 교류 및 협력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과학기술은 남북 공동번영의 기반이자 동력이 될 핵심 분야입니다. 상생을 위한 혁신의 필수요건이자, 국제사회도 발굴 가치가 큰 영역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이야 말로 이념의 벽을 넘어 한반도의 미래지향적 발전과 지속가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성장동력이기 때문입니다. 과총은 1990년부터 2007년까지 남북 과학기술 교류를 추진해 왔습니다. 2006년과 2007년에는 평양에서 민간기관 최초로 ‘남북과학기술학술대회’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과총 회장 취임 직후에 재정비한 과총 과학기술통일준비위원회를 중심으로 그동안 전문가회의와 포럼을 열었고, 남북 과학기술 교류 협력의 중지를 모으고 있습니다. 과학기술계가 적극적으로 남북 교류 협력 강화에 앞장서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과학계에 연구 비리와 가짜 학회 문제가 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해결책은 없을까요

"세계 최고 수준의 R&D 예산을 집행한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그만큼의 책임과 윤리의식이 뒷받침 되야 합니다. 성과와 실적을 위한 것이었고, 실수였다는 변명은 연구자로의 양심과 수준을 두 번 추락시키는 것입니다. 내부 부정행위를 간과하고, 한두 번 눈감는다면 도덕적 해이는 연구계의 본질까지 흔들게 될 것입니다. 또 연구관리제도 시스템 부재를 탓하기 전에 모두의 반성과 혁신이 필요한 문제임을 인정하고, 다시는 이런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생태계를 조성해야 합니다. 과총은 올해 학술지 지원사업 평가항목 개선안을 마련했고, '2018 다산컨퍼런스'에서 연구자 스스로의 연구윤리 다짐을 담은 '다산 결의문'도 발표했습니다. 현장에는 일련의 과정을 거쳐 지난 12월에 학회를 대상으로 ‘2019년 학술지 평가항목 개선 사항’을 안내하고, ‘연구윤리 규정 제정 가이드라인’도 배포했습니다. 또 연내를 목표로 기존 과학기술인 헌장(2004)과 윤리강령과 연구윤리 지침 (2007)을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개정해 과학기술인 연구윤리헌장을 다듬는 작업을 전문가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김명자 과총 회장.

=교수에 정치인, 장관을 했고, 50년만에 첫 여성 과총회장입니다.

"각각의 삶과 자리에는 다 의미가 있었고, 또 나름의 굴곡도 있었습니다. 가장 보람이 컸던 직책은 역시 장관직이었습니다. 실질적인 정책 추진으로 변화를 일으켜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애착이 큰 것 같습니다. 국민의 정부 장관 시절 특히 환경부는 대부분 이해관계자 간 갈등 조정과 합의 도출이 성패의 열쇠였습니다. 시민단체의 목소리가 가장 컸던 시절이라고 하니까요. 특히 낙동강 수계 특별법 제정과 특별대책 수립은 십여 년간 영남 지역 갈등을 빚었던 난제였고, 화형식에, 수천명 시위에, 삼엄한 경계의 공청회에, 온갖 사건이 점철된 고비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2백여 회의 대화와 소통을 통해 상생의 성과를 일구어냈습니다.

2017년 과총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꿈도 과총 꿈만 꾸겠다고 했습니다. 비상임직임에도 봉사직이라 생각하고 맡았기에, 사명감을 갖고 일하고 있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것들을 쏟아 붓겠다는 마음으로 임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과총 안팎에서 “과총이 변했다”고 격려를 보내주실 때마다 보람을 느낍니다. 물론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일이고, 많은 과학기술인 도움과 과총 임직원의 조력이 있기에 가능했습니다."

=과학도가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성적을 보면 오히려 국어, 영어 과목 성적이 더 좋았습니다. 화학에서 출발해 대학에서 일찍이 ‘과학사’(科學史)를 가르친 것도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역사 속의 과학기술은 실상 문명사를 의미하는 것이었고, 내게는 무한한 지적 세계로의 경이로운 탐험여행이었습니다. 젊은 시절 자연계를 택한 것은, 당시 교환교수로 예일 대학교에 계셨던 아버지 영향이 컸습니다. 아버지가 미국 동향을 보시고, 앞으로 자연과학 분야가 유망할 것이라고 조언해주셨습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꼭 무엇이 되겠다는 목표가 있었거나 포부가 컸던 사람이 전혀 아닙니다. 단지 커서 공부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학문적 호기심이 컸습니다. 이것이 상황에 따라 자연과학을 선택하도록 이끌었던 셈입니다."

=나를 바꾼 책이나 영화, 멘토가 있다면요

" ‘발견자들’이란 책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코스모스’도 그 중 하나입니다. 영화는 2017년작으로 비운의 천재 과학자 엘런튜링을 그린 '이미테이션 게임'을 재미있게 봤습니다. 영화도 과학사를 다룬 장르에 흥미가 갑니다. 영향을 크게 받은 건 아무래도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며 살든지 간에 성실하고 정직하게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지표, 나의 삶을 관통하는 가장 큰 자산을 물려주신 부모님입니다. 돌이켜 보면, 이것이야말로 자연과학 전공을 바탕으로 여러 분야에서 멀티플레이어의 삶을 살게 된 나의 최고의 밑천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나는 젊은이들과 일하며 열정과 성실을 가장 중요한 가치의 덕목이자 성공 요건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과학자건 무엇이건 똑똑한 것보다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어떤 취미를 갖고 계신지요

"취미는 특별히 없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다 가끔 TV 드라마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손녀들과 즐거운 시간을 갖습니다. 소소한 일이 다 행복이라고 생각하니 편안하고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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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과학도나 여성과학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요

"과총에서 일하며 여성과 남성 사이 소통에 힘을 쏟을 생각으로 ‘과학기술젠더네트워크’라는 조직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성 과학기술 단체뿐 아니라 남성 중심 학회나 단체들과 네트워킹을 구축해 과학기술계 젠더(gender) 문제를 논의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또 남녀 공동위원장 등을 시도해 여성 위주가 아닌 양성이 함께 균형감을 갖고 토론하고 협업할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앞서 강조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의 가능성이 더 열리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고, 기회가 열릴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나 필요하고, 쓰임 받을 수 있는 과학기술인이 되도록 준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덕목임을 기억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