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호 인기협 사무총장 “文 정부 규제혁신 약속 믿는다”

"정부의 갈등 중재 노력과 실행의지 있어야"

인터넷입력 :2019/10/02 09:58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많은 인터넷 기업들의 기대도 컸다. 정부가 규제 혁신 정책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내세웠고, 국민의 안전에 위험이 가지 않는 한 웬만한 규제는 풀어주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2년이 지난 후 얼마나 바뀌었을까. 올해 초에도 계속된 카풀 논란은 사실상 카풀 서비스 회사가 더 커지기 힘든 구조로 막을 내렸다. 택시제도 개편안은 잡음이 많고, OTT 규제 논의는 오히려 활발해지는 모양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사무총장은 그럼에도 아직까지 규제 혁신에 대한 희망은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규제 샌드박스 도입 노력이 가시화 되고 있어 여러 신 금융서비스가 출시될 수 있다는 점은 높게 샀다. 그러나 택시와 인터넷기업, 콘텐츠 제공사(CP)와 통신사(ISP)와의 갈등에 다소 수동적인 정부가 좀 더 의지를 갖고 나아가줬으면 하는 바람을 표했다.

최근 지디넷코리아는 박성호 사무총장을 만나 인터넷기업들이 겪는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박 사무총장은 "예전에 마을에서 갈등이 생기면 장로인 어르신이 조정이나 중재하는 역할을 했는데, 그 역할을 해야 하는 정부가 없어진 느낌"이라며 "대통령은 4차산업혁명을 완수하겠다고 과감히 외치지만, 실행 부처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강하게 말했다.

박성호 인기협 사무총장

그러면서 "정부가 갈등조정 역할에 좀 더 나서줬으면 한다"며 "의지를 좀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 “놀이공원보고 고속도로 보수비용 내라고 하는 게 맞나”

올해도 인터넷기업들은 ISP간 상호접속 정산을 이유로 CP들의 망사용료 부담이 계속 증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의 1심 판결로 인해 망사용료에 대한 논란은 더 뜨거워졌다(관련기사☞페이스북, 행정소송 승소…방통위 "즉각 항소"). 이 법적 싸움의 표면적인 문제는 이용자의 이익이 저해됐다는 것에 대한 논쟁이었지만, 내면에는 망이용료나 상호접속고시 문제 등이 담겨 있다.

현재 인터넷 기업들은 상호접속고시로 망 이용료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2016년 동등한 수준의 망사업자(통신사)들이 상호 간의 데이터 전송에 따른 비용을 정산하지 않는 무정산 원칙을 폐기하고, 데이터 발신자의 부담으로 정산하도록 상호접속고시를 개정했는데, 이 때문에 국내 CP의 망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주장이다.

박 사무총장은 “국가가 개입해서 망 이용대가를 정산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며 “그러다보니 이 비용이 CP로 전가되고, 망 이용료가 계속 높아질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CP를 놀이공원, ISP를 고속도로 건설사로 비유했다. 박 사무총장은 “도로 건설사에서 고속도로를 건설했고, 놀이공원 방문객들로 인해 많은 통행료를 받으며 수익을 내고 있는데, 고속도로 이용자가 많다는 이유로 건설사에서 놀이공원에게 도로 보수비용을 내라고 하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이미지=픽사베이)

박 사무총장은 “망이용료를 내야한다는 원칙 자체가 없고, 다른 나라에서도 대부분 내지 않고 있다”면서 “망이용료를 왜 CP가 내야 하는지에 대해서부터 의문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신사들이 어느정도를 망에 투자하는지 명확히 밝히고, 이 생태계에 필요한 돈을 누가 내야하는지 굉장히 깊이있게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개인정보동의제도·구글세 논의 계속돼야”

박 사무총장은 개인정보동의제도 문제도 난제로 꼽았다. 해외 기업들은 원클릭으로 회원가입을 처리하는데, 국내 기업들은 다소 복잡하다. 국내 기업들은 정부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지키느라 필수동의와 선택동의를 구분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데, 페이스북과 구글 등 해외 기업은 포괄적 동의를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인기협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다른 협단체와 함께 지난 26일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국회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 및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 등에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포함한 데이터 3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기도 했다.

인기협 등 참여 단체들은 우리나라 인터넷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한 데이터 활용’을 포용할 수 있는 기술 중립적 법제의 정비가 시급한 상황임을 강조했다. 때문에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데이터 3법의 통과가 지연될 경우 유럽연합(EU)의 적정성 평가 승인 지연, 글로벌 경쟁력 상실 등 국가 경제력 악화로 이어질 수 있어 국회가 조속한 입법을 통해 이를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국내 기업들도 해외기업들처럼 개인정도동의 절차를 간소화시켜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두긴 했는데, 국내기업만 지키고 있어 역차별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사무총장은 ‘구글세’라고 불리는 다국적 IT기업에 대한 법인세 과세에 대한 논의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IT기업의 한국 지사 대표를 불러 법인세에 대한 질의를 하지만, 매출 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성의한 답변만 들을 뿐이다.

박 사무총장은 “구글세와 관련해서는 국민들이 더 많이 알아줬으면 좋겠다”며 “구글세는 IT기업들에게 부과한다는 ‘디지털세’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 곧 20주년 맞는 인기협…동등규제 가시화하겠다

인기협은 2020년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협회는 인터넷기업의 비전을 보여주기 위해 의미있는 강연과 행사도 준비 중이다.

박 사무총장은 “우리나라에 여러 성공한 사업들이 있지만, 인터넷기업들도 한 몫 했다고 생각한다”며 “올해 안에 국내외 기업의 역차별 문제를 발굴하고, 정리해 동등규제에 대한 문제를 가시화 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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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위주로 구성돼 있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는 경쟁이 아닌 상생의 구도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박 사무총장은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는 경쟁이 아니고 동지의 개념”이라면서 “규제 관련해서 입장을 같이 내는 등 함께 상생하려고 한다. 인기협은 ‘맏형’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