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배우고 교육비는 취업 후 내세요”

[소외된 금융, 한발 앞으로③] 학생독립만세 장윤석 대표

금융입력 :2019/09/23 15:44    수정: 2019/09/23 15:45

당신의 금융 서비스 만족도는 몇 점에 가까우신가요. '세상을 바꾸는 금융'·'따뜻한 금융'이라는 은행의 캐치프레이즈에 공감하고 계신가요. 친절한 은행 직원들, 언제 어디서든 스마트폰으로 자금을 이체하는 시대에 뜬금없는 질문인가요. 지디넷코리아는 당장 우리가 알진 못하더라도, 대형 금융사가 미처 놓치고 있는 '사각지대'에 집중해봅니다. 사각지대에 놓인 금융 소외자를 위해 금융사가 한 발 앞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서비스를 격주에 걸쳐 소개합니다. 소외된 누구도 없도록 금융 한 발 앞으로! [편집자주]

고3일 때 어른들은 말합니다. '대학 가면 된다고.' 대학에 입학하니 또 어떤가요. '취업만 하면 된다고.' 청춘 앞에 켜켜이 쌓인 관문들은 줄어들질 않습니다. 취업 문도 도통 좁은게 아닙니다. 취업을 위한 교육, 원하는 직업을 갖기 위한 교육이 다시 시작되는 셈입니다. 새로운 커리어를 얻기 위해서 등 성인 교육은 우리 삶 가까이 있죠.

수 백만원의 돈을 들이기란 쉽지 않습니다. 엄청난 대학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생각한다면 사치일지도요. 은행에 가서 '이런 직업을 갖기 위해 이런 교육을 받아야 하니 돈을 빌려달라'고 하면 다들 코웃음만 치지요. 정부도 금융 거래 이력이 적은 청년을 위해 정부 지원 대출 상품을 내놨지만, 조건에 맞지 않는다면 뜬 구름 잡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런 공백기에 내 취업을 확신해주고 믿어줘 교육에 필요한 돈을 먼저 내주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요.

■ 취업 후 여력되는 만큼 학원비 상환…소득 공유 후불

고등학생 대상 후불제 과외 프로젝트로 창업해, 이제는 취업을 목전에 둔 대학생에게 취업 교육비를 일단 지원해주는 '학생독립만세'의 장윤석 대표를 최근 서울 광화문 창조혁신경제센터 사무실에서 만났습니다.

학생독립만세가 내세운 모델은 '소득 공유 후불제'입니다. 장윤석 대표는 "기본적으로 먼저 회사가 학원에 돈을 지원한다. 학원마다 다르지만, 교육 과정의 50%를 미리 내준다"며 "이후에는 해당 학생이 취업하고 이제까지 받은 교육비를 갚을 수 있을 때 내도록 한다. 매월 내는 금액도 소득의 20%를 넘지 않는 선으로 책정해놨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독립만세는 교육 후 취업할 수 있는 기간이 비교적 짧은 항공사 관련 취업 교육을 진행 중입니다. 장 대표는 "항공부터 시작한 게 초기에 회사 자본력과 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항공 관련 교육이 다른 분야에 저렴하고 사이클이 빠르다"면서 "20개가 넘는 클래스를 운영하면서 학생들이 취업을 언제 해 어느 시점에서 나머지 금액이 들어올 것이며, 갚지 않는 부도율은 어느 수준일 것이라는 데이터가 모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교육을 받은 후 돈을 갚지 않는 부도율은 1% 수준. 장 대표도 놀랍다고 했습니다. 그는 "2~3년 정도 소득공유후불제 모델을 했는데 누적 부도율이 1% 수준밖에 안된다"며 "왜 그럴까 분석해보니 우리는 학생들이 교육을 받도록 현금을 주는게 아니라, 그 정도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쓰거나 탕진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 심리 상담 토대로 만든 비금융데이터 고도화 중

현재 학생독립만세는 학생들의 데이터를 토대로 모형 고도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현금흐름 예측 시점이 정교해진다면 더 많은 투자자들이 공감해 더 많은 성인 교육이 가능하겠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그는 "고도화가 되면 다른 금융 상품처럼 상품화해서 투자하라고 할 수 있다"면서 "심리검사 항목에 신용과 연결된 답변에 가중치를 두고, 데이터가 빅데이터까지 되면 머신러닝으로 돌릴 수도 있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학생독립만세가 갖고 있는 금융 이력이 부족한 청년들의 데이터가 차별점인 만큼 다른 회사에도 업무 제휴를 제안한 상태입니다. 장윤석 대표는 "나이스신용평가 쪽에서 제안이 왔는데 금융 정보가 없는 사람은 판단이 안되니 비금융데이터를 갖고 와 모형을 만들어보자는 것이었다"고 대답했습니다.

교육을 받기 전 다양한 절차를 거쳐 정말 교육이 간절한 학생만 선발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장 대표는 "지원동기는 물론이고 60문항 정도의 심리검사도 한다. 정직성과 성실성이 신용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심리학 이론을 참고로 만든 대안신용평가 모델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는 "이런 데이터와 수업 태도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가 이뤄지고 교육부터 취업까지 지속적인 팔로우가 이뤄져 이 사람이 뭘 하는 지 모르는 '암흑 구간'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장윤석 대표는 앞으로 성인 교육 시장의 '메기'가 되겠다며 다양한 분야로도 소득 공유 후불제 형태의 성인 교육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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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는 "거창하게 엄청난걸 한다기 보다는 사회에서, 직업 시장에서 수요 공급이 안맞는 걸 메워주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취지 자체가 돈을 벌어서 돈을 내자, 돈이 없을땐 그러지 말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해외 사례를 보면 복지의 질을 올리는 메기 역할을 우리와 비슷한 모델을 하는 기업들이 하더라"며 "복지도 필요하고 정부가 구조적으로 하지 못하는 일을 해 상생해나갔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