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24 노동우 CTO “전자상거래 ‘자비스’ 되겠다”

오픈 API 정책 강조...“시장 참여자들과 생태계 만들 것”

인터넷입력 :2019/09/04 19:02    수정: 2019/09/05 08:55

“양질의 데이터와 고도화된 기술력, 그리고 외부와의 협력을 통해 고객들한테 영화 아이언맨의 ‘자비스’ 같은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2003년 카페24에 합류한 노동우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플랫폼사업 본부장은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의 태동과 성장을 지켜본 인물이다.

쇼핑몰을 운영하는 고객과, 이를 이용하는 방문자들의 이용패턴을 살피며 여기에서 발생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았다. 성공한 기업들이 어떻게 성장했는지 데이터를 통해 확인했다. 단순 판매 데이터도 있지만, 상품 진열, 꾸미기, 주문처리 등 판매 과정에서 나온 수많은 데이터야말로 카페24가 10년 넘게 쌓아온 가장 강력한 무기다.

■ “시장 참여자들 손잡고 멀리 간다”

노동우 카페24 CTO

노동우 CTO는 이런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사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들을 적재적소에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단, 그 동안은 카페24 혼자 힘으로 컸다면, 앞으로는 시장 참여자들과 전문가들과 손잡고 멀리 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 3일 개최한 개발자 대상 컨퍼런스도 전문성을 가진 여러 개발자들에게 카페24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가 반영됐다.

“15년 간 고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이들의 요구가 굉장히 다양하고, 점점 많아진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7~8년 쯤부터 혼자서 못한다는 걸 알게 됐죠. 고객이 창의성만 갖고 있다면 나머지는 카페24가 해결하겠다는 모토로 누구보다 멀리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우리만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생태계 참여자들이 함께 풀었으면 좋겠습니다.”

카페24 앱스토어

이 같은 이유에서 카페24는 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 마켓과 같은 자체 앱스토어 플랫폼을 만들었다. 애플 앱스토어에 개발자들이 앱이나 게임을 만들어 올리듯, 카페24 앱스토어도 다양한 개발자들이 자사의 서비스를 만들어 올릴 수 있다. 카페24 솔루션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필요한 서비스를 내려 받기만 하면 쇼핑몰에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구현할 수 있다. 가령 상품 사진을 올릴 때 배경을 쉽게 제거하는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고, 고객서비스를 위한 챗봇도 붙일 수 있다.

이런 오픈 API(Open 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정책 덕분에 카페24 솔루션은 시장의 변화를 더욱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실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게임에서 사용되는 시리얼 넘버 같은 디지털 재화의 유통이 더욱 편리한 방법으로 가능해졌다.

“오픈 API가 정답이다 싶었어요. 그 동안 전자상거래는 실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는데, 올해 초에는 게임 유통사가 시리얼 넘버와 같은 디지털 재화를 유통도 하더라고요. API를 개방하지 않았다면 어려울 수 있었죠. 오픈 API 정책 이후 개발사들이 디지털 재화에 맞도록 최적화를 시키면서 그 동안 커버하기 어려웠던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 데이터 분석의 결과물 ‘스마트모드’·‘에디봇 디자인’

에디봇 디자인

카페24는 지난 6월 말 쉬운 쇼핑몰을 표방한 솔루션 ‘스마트모드’를 출시, 한 달만에 1만개에 육박하는 쇼핑몰이 개설된 효과를 봤다. 스마트모드란 1~2개의 적은 상품이라도 판매하길 원하는 인플루언서와 같은 창업자들이 손쉽게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솔루션이다.

“스마트모드 가입자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늘었어요. 저희가 데이터를 분석해서 내놓은 결과물이 바로 스마트모드입니다. 다양한 요구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기능들을 추가해왔는데, 기능이 많아야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거든요. 이런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고객들의 각 영역에 따라 행동패턴들이 갈리더라고요. 저희가 궁극적으로 그리는 그림은 아이언맨이 자비스한테 다 시키는 것처럼, 카페24도 고객들한테 자비스 같은 기업이 되고 싶은 거예요."

또 이 회사는 디자인 전문지식이 없는 초보자도 클릭 몇 번만으로 맞춤형 솔루션을 디자인할 수 있는 서비스인 ‘에디봇 디자인’을 출시하기도 했다. ‘드래그 앤 드롭’ 방식으로 디자인을 손쉽게 제작, 편집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에디봇의 경우 잘 만들어진 상품 데이터 패턴을 뽑아냈고, AI 학습을 거쳐 기본 배치를 해주는 기능으로 사용자의 시간을 절약했어요. 향후 스타일 셋을 제공하는데 디자이너한테 개방해서 사용자 참여형으로 가볼까도 생각 중입니다.”

■ “양질의 빅데이터가 힘...카페24 훨씬 유리해”

노동우 CTO는 결국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딥러닝(심층학습)과 같은 AI 기술력도 중요하지만, 데이터가 더욱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양질의 데이터를 갖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경쟁력 차이가 확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이런 측면에서 카페24가 유리한 고지에 있다는 설명이다.

“전자상거래와 관련된 판매 데이터뿐 아니라, 판매 과정에서 나온 여러 데이터들과 고객서비스 처리 방법 등이 더 중요하거든요. 이런 데이터는 얻고 싶다고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예요. 카페24는 이런 양질의 데이터를 가진 전세계 몇 개 안 되는 곳 중 하나입니다.”

■ “서버 안정성 국내 최고...쇼핑몰 변조도 손쉬워”

전자상거래 시장이 계속 커지면서 경쟁사들도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더 많은 고객사 확보를 위해 저마다의 경쟁력을 내세운다.

이에 노 CTO는 카페24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안정성’을 꼽았다.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처럼 목 좋은 상권이 특별히 없는 만큼 이벤트를 자주할 수밖에 없는데, 이 때 한꺼번에 몰려든 트래픽을 안정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벤트로 대량의 트래픽이 발생했을 때 사이트가 죽지 않고 잘 버티는 게 굉장히 중요해요. 저희가 국내 기준으로 했을 때 가장 자신 있는 부분이에요. 또 내가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가 내가 생각하는 걸 잘 해결할 수 있느냐도 중요해요. 이런 걸 솔루션 업체들이 제공하느냐, 또 내 쇼핑몰에 맞게 변조가 가능하도록 해주느냐도 필요한데 저희는 오픈 API 정책으로 이런 게 가능합니다. 또 저희를 통해 성공한 기업들을 가까이서 봤고 데이터를 쌓은 만큼 성공 확률 높은 조언을 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 “학연·지연 아닌 일·성과로 보상...우리는 현실 문제 잘푸는 전문가 집단"

카페24가 9월3일 개최한 개발자 컨퍼런스.

노동우 CTO는 카페24의 사내 문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입사 당시 50명에 불과했던 회사가 현재 1천명 넘는 임직원을 가진 회사로 성장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이 합류했지만 하나의 목표를 보게 만드는 문화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카페24의 스타는 나예요. 열심히 하면 기회가 있는 회사죠. 성과에 따른 보상이 확실한 구조예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도 거의 없죠. 지연, 학연도 없어요. 단지 그 사람이 한 일 기준으로 평가와 보상이 이뤄집니다. 창의성을 가진 고객이 창의를 펼칠 수 있는 시스템과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목표를 갖고 초심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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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CTO는 카페24 개발자들의 특성을 설명하면서, 시장의 여러 참여자들과 함께 전자상거래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거듭 강조했다.

"300여명에 가까운 개발자들이 있는데, 저희는 구글처럼 세상에 없는 제품을 만들거나 튜닝을 하는 것이 아닌, 현실의 문제를 기술로 잘 푸는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어요. 전자상거래 시장 자체가 커지고 있어 시장참여자가 늘고 다양화 되는 지금, 무형이든 유형이든 온라인에서 더 많은 거래가 이뤄질 텐데, 카페24는 여러 참여자들과 생태계를 함께 만들고 문제를 풀어나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