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29일 '국정농단' 선고...삼성 "일하게 해달라"

삼성 대내외 위기 극복·미래 도약 중대 기로

디지털경제입력 :2019/08/22 23:34    수정: 2019/08/23 16:31

대법원이 오는 2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연루된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최종 판결을 선고하기로 하면서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정농단 사건은 지난 2016년 10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존재가 처음 세상에 알려지면서 시작돼 헌정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탄핵 사태를 불러온 초유의 사건이다. 당시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기업들이 최순실씨가 만든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금(774억원) 강제모금에 동원되는 등 정경유착 사건으로 번졌다. 특히 삼성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승마용 말 3마리를 제공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경영승계 청탁이라는 혐의까지 받으면서 지난 3년 동안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비상 경영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그해 12월 국회 국정농단 사건 청문회에 불려간 이 부회장이 이듬해 2월 뇌물 수수혐의로 전격 구속되고, 1년여간 옥고를 치뤘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그룹 미래전략실도 해체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 말 구입비 뇌물로 볼 것인지 쟁점...재구속땐 삼성 또 다시 격랑에 휩싸여

이번 최종심의 핵심 쟁점은 말 3마리 구입비 34억여원을 뇌물로 볼 것인지 여부다. 1심 재판부는 말들의 소유권이 최씨에게 이전됐다고 판단해 말 구입액이 모두 뇌물액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여러 서류상 자료를 근거로 소유권은 삼성에 귀속되어 있다고 봤다. 또한 삼성그룹에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이 없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 측에 뇌물을 건네면서 부정한 청탁을 할 일도 없었다고 판단해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만약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2심 판결을 파기환송하고 이 부회장에 대한 재구속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삼성은 그야말로 또 다시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현재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경영 환경에 둘러 싸여 있다. 美·中 무역 갈등의 장기화, 일본의 경제보복, 정부의 한일군사보호협정(GSOMIA) 폐기 결정, 글로벌 경기 악화, 트럼프 대통령의 삼성 스마트폰 견제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주력 사업인 반도체·스마트폰 부문의 영업이익 크게는 반토막으로 꺾이면서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이 부회장이 다시 자리를 비울 경우 삼성전자가 추진하는 여러 미래 사업 육성에도 제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이 AI·전장·바이오 사업 육성, 반도체 2030 비전(메모리·비메모리 모두 2030년 세계 1위) 등 미래 먹거리 육성이라는 비전을 위해 뛰고 있지만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사장,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 등 전문 경영진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과 관련 잇단 소환 조사로 검찰에 불려 다니면서 오너와 전문경영 시스템이 와해되고 있다. 특히 이 사건과 관련 전자 계열사 협업과 미래 사업을 챙기는 사업지원TF 소속 임원 2명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되면서 업무가 마비된 상태다.

■ 삼성 '제발 일하게 해달라'...오랜 수사와 재판으로 피로감에 지쳐

글로벌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면서 내년 사업 계획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7~8월께 내년도 사업 계획의 초안이 나오고 10월경 이를 보고, 확정하는 데 일본 수출 규제 등 워낙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많아 계획을 짜기가 어려운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20일 삼성 청년 소프트웨어 아카데미(SSAFY) 광주 교육센터를 방문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참관하고 교육생들을 격려했다.(사진=삼성전자)

이명진 삼성전자 부사장은 최근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불확실성이라는 단어를 수 십 차례 언급하면서 "사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거시 환경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고동진 삼성전자 IM사업부문 사장도 최근 뉴욕서 열린 갤럭시노트10 언팩 기자간담회에서 "사장이 되고 한 번도 임직원들에게 '내년은 위기다'라는 말을 안 써봤는데 올해 말이 되면 조심스럽게 그런 얘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며 "미중 무역갈등과 일본 문제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다. 아침에 나왔던 얘기가 오후가 되면 바뀔 정도"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재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등 전자 계열사 사업장 현장 점검에 나선 이재용 부회장이 임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한 격려의 발언을 많이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오너로서 오랜 기간 수사와 재판으로 주눅이 든 조직에 용기와 희망을 북돋우기 위한 행보로 보인다"며 "이번 정권에서 압수수색만 무려 19번 당하면서 삼성 내부에서 '이제 제발 일에 전념할 수 있게 해달라'는 하소연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충남 아산의 온양사업장과 천안사업장을 시작으로 9일 평택사업장, 20일 광주사업장 등을 잇달아 방문해 사장단 회의를 여는 등 현장 상황과 미래 대응전략 수립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