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왜 '페북 과징금 처분' 뒤집었나

"피해 입증자료 부족…경로변경으로 이용자 피해 인정못해"

방송/통신입력 :2019/08/22 17:48    수정: 2019/08/23 16:34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22일 페이스북아일랜드리미티드가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소송 선고’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번 소송은 방통위가 지난 해 3월 페이스북에 부과한 과징금 등의 행정조치의 적법성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당시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정당한 사유 없이 대역폭이 좁고 속도가 느린 해외 구간으로 접속경로를 변경해 서비스 접속지연, 동영상 재생 장애 등 국내 이용자에 대한 피해를 발생시켰다면서 과징금을 부과했다.

양측은 지난 1년 3개월 간 여섯차례의 심리 공판을 통해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결국 법원은 방통위의 행정처분이 부당하다면서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 접속경로 상시 변경, CP 책임 없다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우회접속 행위가 이용자 이익 침해로 이어지지 않은 것으로 결론내렸다. 쟁점이었던 ‘이용의 제한’에 접속경로 변경이 적법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2016년 말 페이스북의 우회접속으로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인터넷서비스 가입자들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서비스 접속에 어려움을 겪으며 빗발치던 민원도 현행법에서 문제가 되지 않게 된 점이 주목할 부분이다.

우선 재판부는 국회 국정감사 위증 논란이 있는 접속경로 우회 변경에 대해 페이스북의 주장에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콘텐츠공급자(CP)가 접속경로를 변경해 접속경로 별 트래픽 양을 조절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CP는 접속경로를 변경하지 않거나 변경할 때 미리 특정 인터넷서비스공급자(ISP)와 협의해야 할 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페이스북은 국정감사장에서 접속경로 변경은 KT가 결정한 사안이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에서는 변경에 따른 협의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내세운 점이 반영된 것이다.

■ 이용자 불편 응답속도 저하 기준은 상대적이다

우선 재판부는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행위에 따라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가입자의 서비스 접속 응답속도 저하는 이용자 이익 침해 행위를 뒷받침할 근거로 보지 않았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가입자들이 한때 페이스북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방통위가 행정처분을 내린 기준은 상대적, 주관적, 가변적이기 때문이 이용자 이익 침해로 보지 않겠다는 뜻이다.

■ 이용자 불만 금방 줄었으니 피해 아니다

페이스북의 접속경로 변경으로 이용자 이익이 현저히 해친다는 방통위의 주장에 대해 법원은 납득할 수 없다는 설명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또 이용자의 민원 건수는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척도이기 때문에 행정처분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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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LG유플러스 이용자의 민원건수는 접속경로 변경 직후 급증했지만, 이후에는 민원이 빗발치지 않았기 때문에 이용자 피해로 입증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부분은 다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 접속이 어려울 경우 품질 저하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민원을 제기해야만 법원에서 이용자 피해가 지속되고 있다는 판단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