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법개정”…페이스북 무임승차 2라운드 돌입

페북 사례 방지 법제도 개선책 마련 전방위 추진

방송/통신입력 :2019/08/22 16:39    수정: 2019/08/22 17:49

박수형, 안희정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페이스북이 제기한 행정소송 1심 소송에서 법원이 페이스북의 손을 들어줬다. 망(網) 이용대가 협상 과정에서 비롯된 임의적 접속경로 변경으로 인한 이용자 이익 침해를 이유로 내린 행정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이다.

이번 판결은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전 세계적으로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대형 콘텐츠공급자(CP)의 네트워크 무임승차 논란이 확산된 때문이다. 여러 나라 경쟁당국 및 규제당국이 방통위 제재와 뒤이은 행정소송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방통위의 페이스북 징계는 국내 인터넷 업체들에겐 역차별 해소 규제 정책의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세기의 재판'으로 불렸던 이번 소송에서 페이스북이 승소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떤 판결이 나오든 이번 소송은 항소심으로 계속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또 국내 정부가 패소하면서 이용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법 제도 개선책 마련 착수가 더욱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방통위 “국내 해외 역차별 안 된다, 즉각 항소”

방통위는 22일 페이스북아일랜드리미티드가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소송 선고’에서 패소한 직후 즉시 항소 준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1심 판결 직후 방통위는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는 동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대법원까지 가야겠지만 글로벌 사업자에 대한 국내 사업자의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보고 있고, 판결문이 송달되고 나면 곧바로 항소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페이스북에 3억9천600만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 제재를 부과했다.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와 망 이용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던 페이스북이 협상 우위를 점하기 위해 접속경로를 변경하면서 두 통신사 가입자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서비스 품질을 떨어뜨려 이용자 이익을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페이스북의 우회접속으로 지난 2016년 말부터 SK브로드밴드 가입자의 페이스북 접속 속도는 약 4.5배, LG유플러스 가입자의 접속 속도는 약 2.4배 느려졌다. 초고속인터넷 가입자들은 즉각 통신사 고객센터와 각종 커뮤니티에 민원을 제기했고, 규제당국은 이같은 행위를 두고 전기통신사업법이 정하고 있는 이용자 이익 침해로 판단했다.

방통위의 이같은 제재 결정에 페이스북은 이용자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고의적 접속변경은 없었다는 입장을 일관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페이스북 서비스의 우회접속은 페이스북이 아니라 KT의 결정이라는 증언으로 거짓 논란이 일기도 했다.

행정소송 공판 과정에서도 1년 3개월이나 되는 시간이 걸릴 만큼 쟁점에 대한 시각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예컨대 이용자 피해 현저성이나 접속경로 변경 사유에 대한 법적 입증 등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왔다. 결국 승소 판결은 재판부가 페이스북의 변호인단 논리를 더욱 수용했다는 뜻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4억원에 못 미치는 과징금 제재지만, 다른 나라에서 비슷한 분쟁을 겪고 있는 페이스북이 행정소송으로 뒤집기 위해 거액의 별도 수임료로 대형 로펌인 김앤장을 내세웠다”면서 “판결 요지를 정확히 분석하지 못했지만 이용자 보호 조항을 파고들면서 현행 법이 미비한 점에 페이스북 변호인단이 집중해 국내 정부의 패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행정소송에 패소한 방통위는 항소 방침을 내세웠다. 특히 대법원까지 갈 수 있다는 뜻을 밝힌 점이 주목된다. 재심에서 패소하더라도 끝까지 법적 다툼의 끝을 놓치 않겠다는 것이다.

항소 계획은 방통위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이 패소했더라도 예상된 상황이다.

■ 복잡해진 한국 ICT 네트워크 생태계

페이스북이 방통위를 상대로 한 소송은 단순히 약 4억원의 과징금을 피하기 위한 법적 다툼에서 끝나지 않는다. 방통위의 제재 처분 결정 이유는 이용자 보호 법 조항 위반이지만 글로벌 CP의 망 이용료 협상, 국내 CP 지위 추락의 우려부터 시작해 상호접속기준 고시에 이를 정도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2016년부터 시행된 상호접속기준 고시에 따르면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간 정산 방식은 계외(Tier), 접속 유형에 따라 규정됐다. 이에 따라 직접접속 정산방식이 무정산에서 상호정산 방식으로, 정산 기준은 접속용량에서 트래픽 양으로 따지고 있다.

페이스북의 우회접속도 상호접속기준 고시 시행에 무관치 않다. 페이스북 데이터 캐시서버가 설치한 KT를 통한 접속경로를 바꿔 페이스북은 캐시서버가 없는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홍콩 서버에서 페이스북 데이터를 접속할 수 있도록 했다.

KT 접속 정산비용을 치르지 않고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에도 캐시서버를 무상으로 설치케 하려는 페이스북의 전략이다. 방통위는 이를 두고 이용자를 볼모로 삼았다는 점을 지적했고, 페이스북은 네트워크 효율화 사업 전략이란 입장을 유지했다.

결국 올해 초 페이스북은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과 망 이용료 합의를 이끌어냈다. 인스타그램까지 거느린 글로벌 1위 SNS 회사라는 점에 따라 국내 통신사에 불리한 수준의 합의 내용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사례는 페이스북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날로 폭증하고 있는 데이터 트래픽은 주로 국내 인터넷 기반 서비스 회사가 아니라 글로벌 CP에 집중돼 있다. 페이스북을 비롯해 유튜브를 거느린 구글, 국내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넷플릭스 등이 국내 데이터 트래픽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날 법원의 판결에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는 이같은 망 이용료 협상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는 글로벌 대형 CP에서 집중되고 있는데, 데이터 전송 인프라에 대한 주권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점 때문이다.

ICT 한 전문가는 “상호접속고시 기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일부 국내 CP는 페이스북 수준의 CP와 동일선상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네트워크 구축을 맡고 있는 통신사와 망 이용료 협상 테이블에서 국내 1위인 네이버는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협상력과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페이스북의 우회접속에 따른 이용자 피해 제재가 행정소송 1심 승소로 다른 글로벌 CP도 페이스북과 같은 태도로 돌변할 수 있고, 통신사는 트래픽 규모나 이용자 트렌드를 고려해 국내 CP보다 글로벌 대형 CP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 법-제도 개선 가속도 붙었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이같이 복잡한 망 이용료 협상이나 상호접속기준 고시 등의 내용보다 페이스북의 우회접속에 따른 이용자 이익 침해 여부에 방점이 찍혀 있다. 실제 방통위의 제재 사유도 이용자 피해 발생이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에 내린 과징금 외에 시정명령은 재발방지를 위한 업무처리 절차 개선 등이었다”며 “유사한 행위가 다시 발생하는 것을 막고 이용자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에도 글로벌 CP의 불공정 행위와 이용자 이익 침해 행위는 국내 사업자와 동등하게 규제를 집행하는 등 국내외 사업자 간 역차별 해소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항소와 별도로 제도적인 미비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 제도 개선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페이스북의 사례처럼 글로벌 CP의 망 이용료 협상과정에서 국내 인터넷서비스 이용자가 특정 CP 서비스 품질이 저하되더라도 국내 법원은 물론 행정처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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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이미 이같은 점을 우려한 국회의 법안 발의도 있었지만 현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한 새 법안 발의가 곧장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페이스북의 행정소송 제기부터 글로벌 CP에 의해 네트워크 사업자와 국내 CP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 구상이 정부 안팎에서 이뤄지고 있다.

국회 한 관계자는 “글로벌 CP 영향력으로 국내 네트워크 사업이 종속되면 국내 CP가 설 자리가 없어지고, 인프라 구축으로 이룩한 IT 강국은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20대 국회 회기는 물론 여야를 따지지 않고 심각하게 보고 있는 사안으로 법 개정에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