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변화 이끄는 클라우드 게임…IT·게임업계 대응 분주

[이슈진단+] 클라우드 게임 시대...준비된 게임사만 살아남는다(하)

디지털경제입력 :2019/08/22 11:09

클라우드 게임이 성큼 다가왔다. 지난 20일 독일에서 막을 올린 게임쇼 게임스컴 2019에서 구글은 스타디아 출시 라인업을 공개해 정식 서비스가 임박했음을 알렸다.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 서비스를 오는 10월 중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 이동통신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5G 기반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서비스 품질에 대한 의문부호가 따름에도 기기와 장소 제약 없이 어디서나 콘솔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편리함을 내세워 시장의 관심을 이끌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클라우드 게임이 기존 게임 생태계에 대단히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한다. 리드 플랫폼 변경, 시장 변화에 맞춰 뜨고 지는 게임사, 수익모델 변화와 투자시장 자극 등이 클라우드 게임이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대표적인 변화다.

■ 게임산업 변화 움직임...엔씨-펄어비스에 해외 시장도 주목

게임시장을 주도하는 리드 플랫폼이 바뀔 때마다 게임사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은 오래 전부터 있었다.

모바일게임이 PC온라인게임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게임사의 명암이 갈렸던 것처럼 클라우드 게임이 대중화되면 가장 먼저 기존 게임시장 매출 판도에도 변화가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과거 사례에 비추어보면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대비가 늦은 게임사는 오랜 기간 고전을 면치 못 하거나 뒤늦게 흐름을 따르기 위해 몇 배의 노력을 더 들여야만 했던 경우가 많다.

구글 스타디아-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지포스 나우-애플 아케이드(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대형 게임사 중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가장 잘 대응하고 있는 게임사로 엔씨소프트와 펄어비스를 꼽는다. 이들은 자체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을 만들고 있지는 않지만 플랫폼 경계를 허물고 어느 기기에서든 동일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스트리밍 기술을 개발 중인 게임사다.

두 게임사의 관련 기술은 해외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방한했을 당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을 만나 AI와 클라우드 분야에 대한 협력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스타디아와 함께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프로젝트 엑스클라우드를 준비 중인 MS가 이 두 기업을 주목했다는 점은 게임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제2의 애니팡-드래곤플라이트 나올까

몇 년 전부터 게임시장은 중소게임사에게 대단히 가혹한 환경이 됐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많은 개발비와 마케팅 비용을 필요로 하는 시장이 됐으며 중국에서 수입되는 다수의 게임과 경쟁까지 해야 하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게임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은 이런 어려움을 겪는 중소게임사에게 새로운 활로가 될 수 있다.

특히 클라우드 플랫폼마다 내세우고 있는 구독형 게임 서비스는 중소게임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구독형 게임 서비스는 넷플릭스처럼 매달 정해진 요금을 내고 게임사가 제공하는 게임 라인업에서 이용자가 마음대로 게임을 선택해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엑스박스 게임패스는 구독형 서비스의 파급력을 시장에 알렸다.

구독형 게임 서비스의 위력은 이미 콘솔 게임 시장에서 증명됐다. 엑스박스 원으로 출시된 인디게임 디펜더스는 MS의 구독형 게임 서비스 게임패스에 등록된 이후 판매량에 3배 정도 상승했다. 특별한 할인 프로모션이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게임패스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를 얻은 덕이다.

이미 수백 개의 게임이 서비스 되고 있는 MS 게임패스에서 이런 사례가 나타났다는 것은 추후 서비스를 시작한 다른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 게임 서비스에서도 같은 사례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퍼블리셔 관계자는 “새로운 플랫폼이 생기면서 기존에 게임을 즐기지 않던 이들도 잠재적 이용자로 끌어들일 여지가 있다. 클라우드 게임의 대중화는 게임 시장의 확대와 동일한 의미다”라고 클라우드 게임이 지닌 의의를 평가했다.

아울러 “다수의 구독형 게임 서비스는 초반 라인업 확충을 위해 게임 개발사에 메인 페이지 노출이나 마케팅 프로모션 혜택을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이를 시장에 드러낼 방안이 없어 고민인 게임사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 확률형 아이템 시대를 끝내는 계기가 될까

현재 글로벌 게임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확률형 아이템이다. 확률형 아이템을 기반으로 큰 돈을 벌어들인 게임사가 적지 않지만 반대 급부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특히 서구권 게임 시장에서는 확률형 아이템 규제론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엔터테인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는 MS·소니·닌텐도 등 콘솔 플랫폼 3사가 게임 내 확률형 아이템 확률 공개에 동의했다는 소식을 지난 9일 전했다.

내년 말부터 플레이스테이션4, 엑스박스원, 닌텐도스위치에 게임을 출시하는 게임사는 모두 게임 내 아이템 획득 확률을 공개해야 한다. 또한 과도하게 낮게 아이템 획득 확률을 책정한 게임사는 이들 플랫폼에 게임을 출시하기 어렵게 됐다.

ESA는 콘솔 3사가 확률형 아이템 확률 표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게임 시장이 대중화 되면 확률형 아이템으로 대변되는 현재 비즈니스 모델에도 큰 변화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용자의 반발과 정치권의 견제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 사업자가 수익모델로 내세우고 있는 구독형 게임 서비스와 확률형 아이템의 궁합이 썩 좋지 않은 이유다.

구독형 서비스는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권을 판매하는 개념에 가깝다. 구독을 중단하는 순간 게임 이용 권한도 사라지게 되며 서비스 라인업에서 해당 게임이 배재될 가능성도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에 이용자 입장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에 추가 지출을 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게임사 역시 확률형 아이템보다는 새로운 콘텐츠를 담아 별도로 판매하는 DLC 정책을 선호할 여지가 크다. DLC는 이용자 반발과 정치권의 견제를 모두 피해가면서 꾸준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이다.

이러한 시장 변화는 국내 게임사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현재 국내 게임사 대다수가 도입하고 있는 수익모델 설계로는 확률형 아이템 퇴출을 외치고 있는 해외 게임시장에 진입 자체가 어렵다.

모바일게임 시대에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주요 수익모델을 들여온 국내 게임사가 새로운 플랫폼에 맞춰 어떤 수익모델을 구성할 것인지도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관전 포인트다.

■ 투자시장 변화 이끄는 계기가 될 클라우드 게임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기업은 자사 서비스 성공을 위해 우수한 개발력을 지닌 중소게임사 물색에 열을 올릴 수 밖에 없다. 모든 라인업을 AAA급 게임으로 채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플랫폼 성패를 가리는 요소 중 어떤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느냐 만큼 중요한 것이 얼마나 다양한 콘텐츠를 갖추고 있느냐다.

한 개발사 관계자는 "중소게임사가 플랫폼 홀더의 서드파티나 세컨드파티로 합류할 기회이기도 하다. 안정적인 서비스와 자금 지원을 받으며 게임 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는 기회가 클라우드 게임 대중화를 통해 생겨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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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투자 활성화도 기대된다(사진=픽사베이)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그에 따라 잠재적 이용자가 늘어나고 글로벌 기업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레 투자자도 시장에 관심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완전히 얼어붙은 게임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활기를 띌 것이라는 이야기다.

또 다른 개발사 관계자는 "전도유망한 산업에는 투자자가 관심을 보일 수 밖에 없다. 클라우드 게임은 게임산업 뿐만 아니라 5G 대중화 여부가 달려 통신산업의 기대까지 받고 있는 서비스다"라며 "시장 기반을 다지기 위해 플랫폼 홀더가 직접 투자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클라우드 게임이 어느 선까지 자리 잡을지는 모르지만 얼어붙은 투자시장에 변화를 일으키는 역할은 확실히 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