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가이드라인 없으면 선진국 힘들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퍼블릭 블록체인이 성장성 더 커"

컴퓨팅입력 :2019/08/08 17:27    수정: 2019/08/09 11:06

"우리는 지금 개방형 인터넷의 힘을 모두가 체감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입니다. 허가형 네트워크인 프라이빗 네트워크도 실체가 있지만, 무허가형 네트워크인 퍼블릭 네트워크의 성장성이 훨씬 큽니다. 무허가형 네트워크의 가치와 거기서 발행되는 자산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한국은 블록체인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7일 서울 강남구 해시드라운지에서 열린 '블록체인 즉문즉답 토크쇼'에 참석한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는 무허가형 블록체인의 가치와 성장성을 강조하며, 하루 빨리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 해시드의 김서준 대표. (사진=해시드)

블록체인은 크게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불리는 '비허가형 블록체인'과 프라이빗 블록체인으로 불리는 '허가형 블록체인'으로 나눌 수 있다.

허가형 블록체인은 사전에 합의된 사용자만 참여할 수 있으며, 주로 기업용 블록체인으로 많이 쓰인다. 반면, 비허가형 블록체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로, 대표적으로 비트코인이 퍼블릭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탄생한 암호화폐다.

김 대표는 "만약 허가형으로만 운영됐다면 지금의 비트코인의 가치는 탄생부터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프라이빗 블록체인보다 중립적인 비허가형 네트워크에서 만들어지는 가치가 훨씬 성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의 경우도 퍼블릭 인터넷 산업에서 활동하는 회사가 있고 프라이빗 형태에서 인트라넷을 쓸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가 있는데, 지금 보면 개방형 인터넷 회사의 시가총액과 프라이빗 인터넷 관련 기술 만드는 회사의 시가총액이 어느 정도 벌어지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지 않나"라며 "블록체인에서 같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무허가형 네트워크의 가치와 거기서 발행되는 암호화폐 같은 자산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한국이 블록체인 산업에서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암호화폐가 본질적으로 가치가 있는 것이냐는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사실 모든 자산의 가치는 그것을 믿는 커뮤니티가 얼마나 크고, 그 자산이 얼마나 강하게 통용되는지에 따라 생기는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국경에 무관한 중립적인 자산으로서 가치를 저장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에 금과 같은 가치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수요에 따라서 현실자산과 연결돼 있지 않아도 가치를 가지는 사례는 계속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한국이 블록체인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당장 없애야 할 규제로 ▲국내 기업 토큰 발행 허용과 ▲투자사들의 암호화폐 기업 투자 허용 등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국내 기업들이 국내에서 토큰을 발행하지 못해 해외에 나가서 하고 있다"며 "왜 한국 기업이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서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데, 비싼 법인 설립 비용과 변호사 비용을 해외 시장에 주면서 해야 되는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 현재의 블록체인 시장이 왜곡되고 정보 비대칭이 커진 이유는 "국내에 경쟁력 있는 벤처캐피털을 비롯한 투자사들이 암호화폐 기업에 투자를 못하게 막아놨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 시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단계가 없는 상태에서 리테일에게 시장을 열다 보니 오히려 악성 시장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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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실상 지금 정부는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한국을 블록체인 산업에서 생산국가가 아닌 소비국가로서 동작하라고 강요하고 있다"며 "소비국가로서는 전혀 의미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결국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고, 블록체인 산업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해외 자본을 끌어들여 과감하게 투자를 받아 더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만들고, 채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한국의 스타트업이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