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고객 경험 개선, 우리 무기는 데이터"

[데이터로 변화를 만드는 은행⑥] 정규돈 CTO

금융입력 :2019/07/15 14:26    수정: 2019/07/16 14:21

국내 은행이 데이터 분석 등에 탁월한 외부인재를 영입하는 등 '데이터가 이끌어가는 회사'로 바뀌기 위한 힘을 쓰고 있다. 수십년간 쌓여있던 데이터가 새로운 고객 확보와 수익성을 강화할 '무기'가 됐다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에서 데이터로 변화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인 인물들을 직접 만나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신한은행 -김철기 빅데이터센터 본부장

② KB국민은행 -윤진수 데이터전략본부 전무(KB금융지주 데이터총괄책임자 겸임)

③ 우리은행 -황원철 최고디지털책임자(CDO·상무)

④ 하나금융지주-김정한 최고데이터책임자(CDO·부사장)

⑤ NH농협은행-이상엽 빅데이터전략단장

⑥ 한국카카오은행-정규돈 기술그룹장(CTO)

⑦ 맺음말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의 정규돈 기술그룹장(CTO)은 IT 기술 흐름과 변화를 직접 겪은 '밀레니얼 세대' 축에 든다. IT 벤처 붐이 일었을 시절 '검은 개'가 출연하는 광고로 유명했던 '라이코스'와, 한메일 붐이 일었던 당시 '다음'에서 개발자로 일해왔다. 카카오 플랫폼기술팀장을 거쳐 카카오뱅크로 기술그룹을 이끌게 된 정규돈 CTO는 카카오뱅크가 다른 은행에 비해 적어도 한 발 앞서있다고 평가했다. 고객 데이터가 모바일 채널 한 군데로 유입된다는 점, 2년 전 개설됐을 때부터 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해 사전적인 시스템을 모두 구축했다는 점에서다.

카카오뱅크 정규돈 CTO는 카카오뱅크가 기술 기반의 은행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선전해온 만큼, 그에 걸맞는 시스템과 조직문화·인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정 CTO는 데이터 분석은 곧 고객을 얼마나 잘 이해하느냐의 문제로 정의,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신용평가모델·이상행위탐지·자금세탁방지·인증 등 모든 고객 경험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정규돈 CTO.(사진=카카오뱅크)

■ 신설 은행, 데이터 분석 유·불리 있어

최근 경기도 판교 카카오뱅크 본사에서 만난 정규돈 CTO는 카카오뱅크만의 차별점으로 말문을 열었다. 정 CTO는 "카카오뱅크는 설립된 지 2년이 채 안 된 신설은행인만큼 기존 은행들에 비해 유리한 면과 불리한 면이 모두 있다"며 "기존 은행들은 유서가 깊은 만큼 데이터가 많지만 카카오뱅크는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없었다. 데이터 측면에서 데이터가 많은게 좋다"고 말했다.

반대로 카카오뱅크는 채널이 단일화돼 있어 데이터 분석이 용이하다고 부연했다. 정 CTO는 "우리는 비대면만 한다. 데이터를 모으는 채널이 모바일밖에 없다"면서 "모바일 채널만 쓰니까 고객 행동과 패턴·움직임을 모바일 하나로 온전히 끌어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또 그는 "기존 은행은 영업점 채널이 있다. 은행 창구 직원이 고객을 응대하는 것, 고객 문의에 대한 뉘앙스를 일일이 입력하고 모바일 데이터와도 연결하는 일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 구축에 대한 자신감도 비쳤다. 정 CTO는 "데이터가 많더라도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쓰레기'"라며 "카카오뱅크는 디지털 뱅크 시스템을 설계하면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시스템도 하나로 구축해놨다. 다양한 빅데이터 시스템과 실시간 처리 등 어떤 금융권보다 잘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특히 정보통신산업(ICT)기술 기반 은행이 갖고 있는 차별점에 대해 강조했다. 정 CTO는 "카카오뱅크는 디지털 네이티브다. 다른 은행과 출발 자체가 다르다"면서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을 받아 접속 환경을 기존 은행들과 다르게 바꿨고 망 분리 규제로 인한 고충도 최대한 해결하려 노력했다"고 답했다. 금융권의 경우에는 개인정보유출을 막고 보안을 극대화하기 위해 망 분리 규제가 있다. 은행 내부 망과 외부 망은 엄격히 분리돼 관리해야 한다.

정 CTO는 "카카오뱅크 하루 로그 기록만 4테라인데, 이를 처리하는 시스템은 하둡 에코 시스템을 이용한다. 망분리 규제를 준수하면서도 빅데이터 처리·분석을 위한 최신 시스템 개발이 가능하도록 개발 환경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 데이터 성과 닦달하는 조직문화 없어

데이터 분석을 위한 물리적 조건을 모두 갖췄다면 어떤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정규돈 CTO는 이 같은 질문에 "데이터 분석은 '짜잔'하고 나오는 것이 아니고 조금씩 발전하고 점점 정교화하는게 데이터 프로젝트"라며 "성과를 닦달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일침을 가했다.

카카오뱅크 정규돈 CTO.(사진=카카오뱅크)

정 CTO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톱-다운(Top-down)'처럼 일하지 않는다. ICT기업과 마찬가지로 카카오뱅크는 데이터 성과를 닦달하는 조직문화 대신, 개념증명(POC)하고 빨리 어떻게 조금이라도 적용해볼까 이런 걸 고민한다"고 답변했다. 이어 그는 "데이터 분석과제는 고객관계관리(CRM)와 신용평가등급(CSS) 등 다양한 팀원이 있는 협의체에서 프로젝트를 고민하며 애자일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카카오와 네이버는 애자일을 예전부터 시작했다. 애자일은 요구사항이 급변하는 시대에 오랜시간 개발했던 결과물이 유명무실화되는 것을 보면서 처리 방법을 고민하다가 나온 개념"이라며 "카카오뱅크도 빠르게 아웃풋을 내보고 아니면 방향을 전환한다. 이를 위해 조직 의사 결정이 유연해야 한다. 레이어가 깊으면 결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하반기부터 카뱅만의 CSS 적용

정규돈 CTO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카카오뱅크만의 신용등급평가모델(CSS)을 점진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CSS는 고객 신용도를 측정하고 부도율을 예측해 대출 한도와 승인 여부를 결정하는 것인데, 카카오뱅크는 데이터가 없어서 신용평가기관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했다"면서 "데이터가 어느정도 모아졌고 카카오뱅크 신용모델에 적용했을때 CSS가 괜찮다는 개념증명이 끝났다. 하반기에 이를 적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년부터는 부가적인 대안 정보를 이용한 CSS도 검증을 마치고 의미있게 적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 CTO는 "예를 들어 금융정보가 없더라도 카카오택시 블랙을 자주 이용한다던가와 같은 부가적인 정보를 통해 CSS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내년 정도로 예상 중"이라며 "예를 들어 10개 정보 중 1~4개 정보가 신용등급과 영향을 준다거나, 민감도가 크거나와 같은 개념 증명은 끝났다"고 말했다.

정 CTO는 CSS에 그치지 않고 이상탐지행위의 오탐 범위를 줄이는 것에도 데이터 분석이 연결된다고 봤다. 그는 "이상행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본인 인증을 하라고 해봐라. 그것은 고객 경험을 나쁘게 하는 것"이라며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의 소셜 관계도를 활용하거나 접속 위치와 이체 대상에 대한 데이터를 기본으로 이상탐지행위의 오탐을 줄이는 것도 데이터 분석과 연결돼 있다"고 첨언했다.

카카오뱅크

■ 데이터=고객을 이해하는 방법

카카오뱅크 정규돈 CTO는 그럼에도 불구 아직 가야할 길이 남았다고 봤다. 특히 그는 머신러닝의 설득력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정 CTO는 "알파고가 이세돌을 왜 이겼는지 물어보면 데이터가 들어가서 나온 것이라는 답이 나오지만 금융권은 설명이 중요하다. 설명력을 확보해야 한다"며 "왜 이런 값이 나왔고 이것이 왜 나온 것인지에 대한 설명력 확보가 과제이고 데이터가 편향돼 있을 텐데 이를 어떻게 머신러닝으로 처리할 것인지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CTO는 데이터 분석은 고객을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고객을 이해하는게 주 목적이며, 고객의 행동과 선호도를 이용해 카카오뱅크의 상품을 제안하고 다양하지 않으니 플랫폼을 통해 연계 대출이나 다른 상품을 소개하는 것도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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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카카오뱅크는 기술 주도 은행이라는 것을 표방해왔다. 40% 인력을 개발자로 뽑았던 것도 다른 은행과 다른 접근이었다"며 "금융 환경 규제는 이해하지만 아직 개발자들의 이해도는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정 CTO는 "기존의 전산관련 규정은 아웃소싱 기반이며 위임하고 관리·개발하는 것에 맞는 규제이지만 자발적으로 창의적으로 하는 문화에선 걸림돌이 되는 부분이 있다"라며 "누가 '혁신은 느린 속도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온라인 산업에 있던 사람이 오프라인으로 갔을 때 겪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정 CTO는 "속도와 규제 차이가 너무 다르지만, 이런 차이가 있다는 것과 합의하는 방법 등을 경험하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