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보류' 넥슨, 글로벌시장 향해 다시 뛴다

스웨덴 개발사 인수…'경쟁력 확보' 본격행보 나설듯

디지털경제입력 :2019/07/02 14:00    수정: 2019/07/02 16:28

공개매각이 보류된 넥슨이 글로벌 시장을 향해 다시 뛴다.

넥슨은 1일 스웨덴 게임사 엠바크스튜디오 지분을 추가 확보하면서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번 자회사 편입 결정은 매각 보류 소식 이후 첫 공식 행보다.

넥슨 설립자인 김정주 NXC 대표는 앞으로 다양한 옵션을 통해 넥슨 등 관계사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엠바크 지분 32.8%(약 1천100억 원규모)를 추가로 취득했다. 지난해 11월 전략적 투자에 이어 이번 지분 추가 매입으로 넥슨의 지분은 66.1%로 늘어났다.

이번 매입으로 엠바크는 넥슨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앞으로 엠바크는 서구권 시장에서 넥슨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데 큰 힘이 될 전망이다.

넥슨 측은 엠바크의 개발 역량에 라이브게임 운영 노하우를 접목시킨 차세대 온라인게임을 선보이기 위한 협업을 긴밀히 해나간다고 밝혔다.

이번 매입은 김정주 대표가 지분 공개매각을 보류한 이후 첫 행보란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대표가 넥슨 매각 재추진을 고려했다면 이 같은 결정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중론이다.

■ 공개 매각 보류 이후 첫 글로벌 투자 행보

매각 협상이 지지부진하긴 했지만 지난달까지만 해도 넥슨 매각이 성사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카카오와 넷마블, 사모펀드인 MBK 등 여러 기업이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6개월 여 간의 협상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결국 김 대표가 공개 매각을 최종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지분 공개 매각을 보류한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인수를 희망한 기업들이 명분과 실익 모두 충족시켜주지 못했다는 업계 일각의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정주 NXC 대표.

매각 협상 난항은 인수가 차이가 컸기 때문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 대표는 지분 매각에 경영프리미엄 등을 포함한 약 15조 원을 제시했지만, 본입찰 참여 기업들은 이보다 미치지 못하는 낮은 금액을 적어 냈다고 전해졌다.

명분 역시 부족했다. 넥슨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그 이상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게 매각해야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마땅한 후보자가 없다고 생각했고, 직접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을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성명문을 통해 "넥슨을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넥슨 성장 위해 모든 옵션 고려 가능성↑

김 대표는 넥슨의 성장을 위한 모든 옵션을 고려할 전망이다. 매각이 아닌 추가 성장을 위한 사업적 판단이다. 이에 대한 첫 걸음은 성장 잠재력이 높다고 평가 받은 엠바크의 자회사 편입이다.

엠바크 자회사 편입을 시작으로 넥슨은 더욱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수 있다. 과거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개발사 등을 인수한 것과 비슷한 전략을 취할 수 있다.

물론 또 다른 옵션도 존재한다. 조직개편 카드다. 조직개편은 넥슨이 글로벌 기업으로 더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선택일 수 있다. 넥슨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다양한 시도를 해온 넥슨의 몸집은 거대해졌다는 평가다. 넥슨 등 게임 관련 부문 종사자만 6천여명이 넘는다고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던전앤파이터와 피파온라인4, 메이플스토리 등 일부 IP에서만 성과가 나오는 상황이다.

넥슨 판교 사옥.

가장 급한 것은 지금의 NXC를 있게 한 넥슨 등 게임 부문 임직원들의 마음을 잡는 일이 우선으로 보인다.

공개 매각 보류 소식이 전해진 이후에도 넥슨 내부 분위기는 어수선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대표가 매각 관련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탓이다. 김 대표가 지분 공개 매각에서 비공개 매각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배제되지 않아 임직원들의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럼에도 김 대표가 공개 매각 보류와 관련된 입장을 밝힐지는 불분명하다. 김 대표가 신뢰를 바탕으로 작성된 비밀유지계약서(NDA)를 파기하기란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서 게임 부문의 주장을 맡아온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와 던전앤파이터 IP를 책임지고 있는 노정환 네오플 대표 등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관련기사

두 대표는 넥슨 사원부터 임원에까지 오른 대표적인 넥슨맨이다. 넥슨 문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임직원들의 신뢰도 얻고 있다. 이정헌 대표는 지난해 1월 취임해 다양성 실험에 앞장서 왔다. 비슷한 시기 네오플 수장을 맡은 노 대표는 던전앤파이터 IP 가치를 키우는데 공헌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김 대표의 지분 공개 매각은) 일단 보류된 게 맞다. 분위기를 보면 기존 본입찰에 침여한 기업들과의 협상은 마침표를 찍었다"며 "엠바크의 추가 지분을 확보한 것도 공개 매각 보류의 결과물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넥슨의 행보를 지켜보면 매각 관련 입장은 더욱 명확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