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유지보수율 사대주의 탈피해야"

윤영석 의원 주최 SW산업 발전 간담회...국가재정운용계획에 정보화 부문 신설 등 필요

컴퓨팅입력 :2019/06/26 16:03    수정: 2019/06/26 16:24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 발전을 위해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정보화 분야를 신설해야 한다. 또 SW과업변경에 따른 보정비 항목을 신설해 과업변경 대가를 사업담당자가 지급할 수 있어야 한다."(박진호 숭실대 교수)

"공공분야 디지털 혁신을 위해 현재의 구축형 SI모델을 구독형(서비스크립션) 서비스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김준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실장)

"SW 유지보수율에 사대주의가 만연해 있다. 외산 SW는 20% 유지보수율을 줘도 문제없는데 국산 SW유지보수율은 조금만 올려줘도 감사 대상이다."(이건호 데이터스트림즈 전무)

"SW는 비용(Cost)이 아니고 가치(Value)다. SW 가치를 위해 예외없는 분리발주, SW실적 인증제 도입, 회계상 가치 인정 등 3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임종혁 에이치투오시스템테크놀로지 대표)

윤영석 의원(왼쪽 네번째)이 주최한 SW산업 발전 간담회가 26일 국회에서 열렸다.

윤영석 기재위 국회의원(경남 양산시갑)이 '4차산업혁명과 우리의 대응 방안-소프트웨어 분야'를 주제로 26일 개최한 업계 간담회에서 국내 SW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의원회관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한국상용SW협회(회장 송영선, 인프라닉스 대표)가 주관하고 한국IT융합연구원이 후원했다. 특히 이날 행사는 심현우 기재부 신성장정책과장이 참석해 기재부 입장을 밝혔다. 신성장정책과는 기재부에서 4차산업혁명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곳이다.

"SW산업 특성 고려 보정비 계정 신설해야"

주제 발표는 박진호 숭실대 소프트웨어학부 교수가 했다. 박 교수는 각국의 정보화 예산 기준이 상이해 일괄 비교에 무리가 있다고 전제하며 "국내 정보화 분야 예산 비중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고 밝혔다.

수요예보 기준 지난해 우리나라 정보화 예산은 4조2514억 원이다. 정부 총 재정 지출의 0.9% 수준이다. 반면 미국은 정보화 예산이 전체 예산의 1.94%에 달한다. 또 영국도 2011~2015년 공공 정보화 예산이 연 평균 약 9조 원으로 우리보다 두배 이상 많다.

박진호 숭실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박 교수는 공공SW 발주 기관 담당자 및 수행 민간 기업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예산부족과 예산 변경 어려움, 최저가 입찰 등 예산 문제가 국산 SW 활성화의 가장 큰 저해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박 교수는 국산 SW 활성화를 위한 3대 방안으로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정보화 분야 신설 ▲SW사업 특성을 고려해 SW예산 편성시 보정비 계정 신설 ▲상용SW 유지관리계약시 유지관리 요율을 15%로 예산 편성 등을 제시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2007년까지만 해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정보화 분야가 포함됐는데 2008년부터 빠졌다.

과업 변경에 따른 보정비 항목 신설과 관련해 박 교수는 "예비비 활용이 엄격하고 경직돼 있어 실질적 활용이 불가능하다"면서 "예산 확보 시점과 발주 시점간 차이가 있어 사업비 상승 요인이 발생하지만 예산 반영이 불가능한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과기정통부가 2017년 기준 상용SW 유지관리요율 15%를 권고하고 있지만 기재부 유지관리 편성은 7~8% 수준이라면서 "수주업체가 이익 확보를 위해 상용SW 유지관리요율을 관행적으로 삭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SW사업, 구축형 SI에서 구독형 서비스 모델로 전환해야

김준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산업·제도연구실장은 지난 10년간 대기업, 중견 기업, 중기업의 공공 분야 SW 매출 변화를 설명하며 "구축형 모델에서 구독형 모델로 변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두 모델은 사업 방식, 기간, 가격 구조, 수익 특성, 개발 및 유통, 운용 주체, 제갑 주기, 유지보수료, 요구사항 등 여러 모로 다르다. 일례로, 사업 기간을 보면 구축형은 구축후 종료(1회성)되는데 서비스형은 지속성을 갖고 계속 부가서비스를 제공한다.

김준연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실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김 실장은 "현재의 공공SW 사업은 수확체감형"이라며 "수확 체증형의 서비스(구독)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독형의 국내외 성공 모델로 LG CNS의 서울시 교통카드시스템과 크림슨로직의 싱가폴 관세청 통합정보시스템을 각각 꼽았다.

김 실장은 구독형 모델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재부의 예산안 편성 세부 지침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민간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 부분을 추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건호 데이터스트림즈 전무는 "낮은 유지보수율과 공공기관의 무리한 요구로 국내 SW업체 수익성이 악화되고 국산 SW품질 및 유지보수 서비스 질도 저하됐다"면서 "유지보수 요율 현실화로 국산 SW 품질 및 서비스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전무는 정부가 SW 유지보수요율을 2022년까지 20%로 늘린다고 했지만 실제는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공공기관 무상 유지보수 요구와 원도급자의 고의적인 계약 지연, 무리한 무상 지원 요구로 SW기업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유지보수율 사대주의가 만연하다면서 "외국계 SW기업은 안정된 유지보수 비용을 바탕으로 R&D와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지만 국산SW 기업 다수는 낮은 유지보수료로 R&D는 커녕 매년 상승하는 인건비 충당도 버거운 실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 전무는 비현실적인 유지보수 요율이 국내 대표적 SW기업을 벼랑끝으로 내몰았다면서 "국산SW에 대한 유지보수 요율 현실화로 외산 SW 의존도를 낮추고 국산 도입을 활성화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나리자 가치 40조 원...SW는 비용이 아니고 가치"

임종혁 에이치투오시스템테크놀로지 대표는 국산 SW 토양이 척박하다면서 SW 가치를 강조했다.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는 가치가 40조 원이나 된다면서 SW 가치를 사람 수로 계산하는 국내 풍토를 우려하면서 "우리나라는 하버드 대학원을 나와도 초급자 취급을 받는다. 그러니 누가 와서 일을 하겠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 SW 기업은 신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데 우리는 단가 걱정을 하고 있다고 우려한 그는 "SW는 비용이 아니고 가치다. SW가치는 품질이고 품질이 기술력"이라고 말했다.

한편 행사를 주최한 윤영석 의원은 "SW가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데 예산 편성 등을 들여다보겠다"면서 심현우 기재부 과장에 "오늘 나온 업계 의견을 철저히 반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심 과장은 "4차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해 데이터, AI 등 플랫폼 경제 구현에 힘쓰고 있는데, 자동차 등 각 분야와 SW간 융복합이 중요하다. SW로 어떻게 우리 산업을 고부가시킬 건지, 이걸 연구해 좋은 모델을 만들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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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현우 기재부 과장이 기재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영선 상용SW협회장은 "2017년 기준 2329개 SW 제품 중 국산이 810개, 외산이 1519개로 국산이 기울어져 있다"면서 "국산SW에 가치를 보장해줘야 우리나라에도 오라클 같은 회사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행사를 주관한 한국상용SW협회는 2006년 12월 발족했고, 올 6월 현재 195개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