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기 힘드네"…기업 데이터 활용 전문가 쟁탈전

[이슈진단+] 빅데이터·AI 인재 기근

컴퓨팅입력 :2019/06/25 17:13    수정: 2019/06/26 12:55

많은 기업에서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자동차 등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를 직접 구현하고 적용해야할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 기업의 빅데이터 전문가 구인난의 배경, 현황, 우려를 짚어 본다. [편집자주]

인공지능(AI) 딥러닝,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4차 산업혁명과 함께 데이터 활용이 기업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제조 업계는 공장에서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확보한 빅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최적의 생산 효율을 낼 수 있는 스마트팩토리로 변화 중이다. 금융 업계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분석, 신규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디지털 금융사로 전환하는 추세다.

이 밖에도 이동통신사는 5세대(5G) 이동통신서비스에 적합한 빅데이터 플랫폼을 선보이는 등 마케팅, 유통, 미디어 등 산업 전반에 데이터 활용이라는 화두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업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인력 부족 현상이 두드러진다. 전문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국내에 관련 인력이 부족할 뿐 아니라 양성을 위해 학생을 교육시키기 위한 기반도 모자라다. 구인난이 해소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2022년까지 국내 빅데이터 인력 중 석, 박사급 인재가 3천명 이상 모자랄 것으로 예상하며 이러한 인력난이 이어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한국데이터진흥원에 따르면 빅데이터 연구의 핵심인력으로 꼽히는 데이터과학자는 시장 수요 비해 20% 이상이나 부족해, 관련 업무 중 인력난이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지=픽사베이)

■ 대기업, 중소기업 비롯해 해외기업까지 뛰어든 구인 전쟁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을 비롯해 금융, 통신,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 기업에서 빅데이터 인재 영입에 뛰어들면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해외로 눈을 돌리는 기업도 있지만 이 역시 만만하지 않다.

실리콘밸리 등 해외 전문 인력은 이미 구글, 우버 등 해외 대기업에서 데려가기 바빠 몸값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구글 등 해외 기업도 국내 전문가 모시기에 열을 올리면서 한국 인력을 둘러싼 영입 경쟁은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한 빅데이터 관련 개발자는 “기술관련 문의를 위해 구글에 메일을 보내면 답변과 함께 영입 메일이 오기도 한다”며 현재 분위기를 설명했다.

구인난이 심화되면서 타른 기업의 인재를 빼 오기 위한 '몸값 경쟁'도 가속화되고 있다.

(이미지=픽사베이)

특히 이로 인해 자금 경쟁에서 불리한 중소 기업이 피해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핵심 인재를 빼앗기면서 경쟁력을 잃었을 뿐 아니라 내부 분위기까지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데이터 분석가는 3년 정도 경험을 쌓아야 실제 업무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데, 대기업에서 워낙 대규모로 영입하면서 이젠 경력이 2년이 채 되지 않은 개발자도 대거 이직했다”며 “함께 일하던 개발자 중 벌써 절반이상이 회사를 떠났다”고 토로했다.

일부 기업은 대학에 발전기금을 약속하고 통계학, 수학과, 물리학 등 관련 학과 졸업생을 바로 채용하는 곳도 늘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워낙 많은 기업이 몰리면서 조건에 맞지 않은 기업은 대학교 측에서 거부하는 사례가 다수다.

■ 교수도 기업 영입 대상, 관련 인재 양성 난항

빅데이터 관련 인재가 턱없이 부족해지면서 대학 등 교육기관에선 전문가 양성 커리큘럼을 만들길 원하지만, 이를 원활하게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학생을 가르쳐야 할 박사 급 이상의 교수는 기업에서도 프로젝트를 주도해야 할 중요한 인재로 영입 최우선 순위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스개 소리지만 AI, 데이터 과학 전문 교수 한 명을 영입하기 위해선 모든 공학 교수의 연봉을 줘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라며 영입난을 표현했다.

이러한 인력난이 심해지면서 관련 업계에선 기업과 정부가 힘을 합쳐 빅데이터 인재 양성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련기사

(이미지=픽사베이)

한양대학교 장준혁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인력난이 심각해지면서 관련 교육 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와 기업에서 나서서 온라인 강의 등을 마련해 누구나 관련 내용을 기본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후 학습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공개 세미나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장 교수는 “관련 업계 교수가 인재가 바쁜 것은 알고 있지만 조금씩 시간을 내서 인재 양성에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해 성장한 인재가 다시 교육과 산업에 투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