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배달하다 '쾅~'...반쪽보험에 보상도 반쪽

[이슈진단+] 공유경제 안전진단(상)

인터넷입력 :2019/07/01 14:34    수정: 2019/07/02 08:18

손예술, 백봉삼, 안희정, 김민선 기자

모빌리티·공유주방·공유주거 등 과거에는 없었던 신산업들이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속속 탄생하고 있다. 종전에 없었던 산업의 태동은 더 나은 서비스를 불러왔다. 반면, 사고나 책임의 사각지대도 남아있는 실정이다. 신산업군들은 사각지대를 좌시하기도 하며, 기존 규제와 산업에 맞춰 사건·사고를 보장해줬던 보험사들은 시장성을 핑계로 맞춤 상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모빌리티와 배달 대행·공유 주방과 오피스 등 새로운 서비스가 해결해야 할 부분을 진단, 업계와 고객·근로자에게 더욱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세 편에 걸쳐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新 모빌리티

② 공유 공간

③ 전문가 진단

■ 배달 대행: 바로고·부릉·생각대로

빠르게 집앞까지 맛집 음식 등을 배달해주는 배달 대행업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회사들은 배달 풍속도까지 바꾸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 업체들에서 일하는 라이더(Rider·운전자)들의 사고를 보장해줄 보험은 아직 완벽하진 않다.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지 않았다거나 영업용 이륜차(자동차 보험)보다 보험료가 저렴한 단체 상해보험만 가입돼 있다. 타인에 대한 상해·사망, 다른 자동차 파손 등을 보장해주는 자동차 보험에는 가입돼 있지 않은 것. 이륜차의 자동차 보험은 ▲가정용 ▲비유상운송용 ▲영업용으로 나뉜다. 라이더들은 영업용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는 보험료가 비싸, 배달원이 자비로 가입하기 어렵다.

과거 동네 자장면집에서 배달원을 직접 고용, 해당 배달원의 보험료를 내주고 보상을 받게 했던 것과는 다르다. 이 경우 배달원들은 각종 사고 발생 시 적은 치료비를 보상받거나 보행자와의 사고, 자동차와 사고를 냈을 때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바로고'와 '생각대로'·'부릉'이 배달원을 대상으로 가입하게 권유하거나 가입한 보험은 단체 상해보험과 운전자 보험을 섞은 보험이다. 단체 상해보험은 교통사고 발생 시 불거질 수 있는 비용의 일부분을 보전해주는 보험이며, 운전자 보험은 말 그대로 운전자만을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바로고는 현대해상과, 부릉은 디비손해보험과 업무협약을 맺고 배달원들에게 이 같은 상품 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하지만 단체 상해보험의 자기 상해 사망·후유 장애 시 받을 수 있는 보험금은 적다. 바로고는 상해 사망·상해 후유 장애 시 최대 5천만원을, 부릉은 상해 사망·후유 장애 시 최대 6천만원까지 보장해준다고 답변했다. 손해보험협회의 공시에 따라 만 51세의 남성이 중형자동차(2천cc)를 출퇴근용으로 운전하다 사망할 경우 보상금액은 1억원이다.

다만 부릉은 미래에셋캐피탈과 업무협약을 체결, '바이크리스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배달원에게 보험료를 지원하는 방안을 실행할 계획이다. 바이크 리스 프로그램은 바이크 구매에 필요한 비용과 보험료를 포함해 12개월 간 납부 후 만기 시 라이더의 선택에 따라 바이크를 인수하거나 반납할 수 있는 상품이다.

업체들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다. 바로고·부릉·생각대로 등은 자동차 보험(이륜차 보험)을 무조건적으로 가입하라고 하기엔 보험료가 비싸기 때문에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바로고 관계자는 "단거리를 배달하는 배달 대행업체와 퀵 업체의 보험사 손해율을 동일시하긴 어려운데, 이륜차 보험의 경우 중장거리 배달을 하는 퀵 업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손해율을 계산해 만들어지고 있다"며 "몇 배나 비싼 보험료를 의무적으로 가입하라고 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손해율은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 등을 계산한 것인데, 손해율이 높다는 것은 마진이 크게 남지 않는다는 의미와 동일하다.

바로고 측은 또 "사고율을 측정할 수 있는 합리적인 데이터가 없다는 이유로 이륜차 보험에 대해 '위험하다'는 단순한 사회적 인식에 근거하여 보험 가입을 꺼리거나 가입 보험료를 높게 책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달대행 업체들은 배달원들의 근속률과 운전경력 데이터 등을 토대로 보험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손해보험업체들은 손해율을 근거로 배달 대행 업체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랜저를 타고 다니는 운전자와 안전장치가 부족한 이륜차 중 상식적으로 이륜차 사고율이 높다는 것이다. 업계의 요구가 있다하더라도 시장성을 고려해달라는 게 보험업체들의 주장이다. A보험사 관계자는 "수요가 있다해도 시장성이 없으면 어려우며, 보험사들의 리스크를 보전해주는 재보험사들도 이런 상품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고 말했다.

B보험사 관계자는 "현실을 잘알고 있다. 개인용 이륜차 보험에 비해 영업용 보험은 2배 가량 비싸긴 하다"면서도 "보험사에 리스크를 무조건 떠 안으라고 한다거나 신상품을 개발하지 않는다는 것은 배달 대행업체가 근로자에 대한 의무를 모두 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일반인 배송, 우버이츠·쿠팡플렉스

단체 상해보험을 가입한 곳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음식 배달 대행업체인 '우버이츠'와 '쿠팡플렉스'는 고용 형태가 직접 고용이 아니기 때문에 사고 시 근로자들이 개인적인 보험으로 사고를 처리해야 한다.

우버가 운영하는 우버이츠의 배달을 담당하는 '파트너'는 우버 측이 고용한 것이 아니다. 개인사업자 형태다. 우버이츠 파트너는 원하는 시간을 결정해 음식을 배달할 수 있다. 또한 자동차나 오토바이, 자전거, 전동휠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활용할 수도 있다. 파트너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이유도 동등한 입장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배달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사고를 대비해 가입하는 보험은 별도로 준비되진 않았지만, 우버 측은 파트너들이 자체적으로 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버이츠 관계자는 "배달 중 사고가 난다고 해서 우버 측에서 일체 관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케이스 마다 다르다"고 설명했다.

우버이츠 배달파트너 자격요건(사진=우버 홈페이지)

쿠팡플렉스도 마찬가지다. 쿠팡플렉스는 쿠팡의 배송원인 '쿠팡맨'을 대신해 로켓배송 상품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다. 쿠팡플렉스에서 일하는 이들은 자신의 자동차를 이용해 로켓배송 상품을 운반한다. 이들도 쿠팡에 고용된 것이 아니며 위탁 고용 형태로 배달 업무를 진행 중이다. 배달 중 사고가 나면 상품에 대한 책임도 쿠팡플렉서들에게 부과된다.

쿠팡 관계자는 "배송에 대한 책임은 배달파트너에 있지만, 어떤 사고가 나느냐에 따라 보상이 다르게 적용된다"며 "쿠팡이츠는 아직 베타서비스 중이기 때문에 정책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개인에게 보험을 부과하는 것은 배달원들의 보험료 상승을 야기하며, 자칫 잘못하면 보험사로부터 보험금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할 수 있다.

C보험사 관계자는 "개인용으로 가입한 후에 영업 시 사고가 발생했다고 하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보험사 면책 조항도 있다"며 "개인용 보험으로 영업으로 인한 사고까지 보장받는 경우가 많아지면 아예 보험사는 상품 판매를 꺼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보험 상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리스크를 살필 수 있는 충분한 데이터가 확보돼야 한다. 아직까지 미숙한 시장을 위해 무조건 맞춤형 상품을 만들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 新모빌리티: 타다·풀러스·어디고

자동차와 동시에 기사도 렌트하는 '타다' 경우, 운영사 VCNC의 모회사 '쏘카'가 '악사손해보험'과 제휴해 만든 자동자종합보험의 적용을 받는다. 대인 및 대물 배상이 가능하며 대인 보상 보험금 범위는 무한대, 대물 보험금은 3억원이다. 보험료는 회사가 부담하며 동승자도 보상된다. 타다는 기사로부터 자기차량손해 부담금을 최대 50만원까지 내도록 했으나 오는 7월부터 부담금 조항을 없앨 예정이다.

현재 타다와 악사손해보험은 공유 차량 이용에 관한 신 상품을 기획 중이다. 악사손해보험은 "공유 경제가 활성화되고 자신의 차를 소유하지 않아도 운전하는 '카 셰어링'이 확대될 것이라고 본다"며 "이 같은 개념을 토대로 양 사 전문가들이 상품 개발을 논의 중이고 프랑스의 '블라블라카'란 카 셰어링 업체와 보험상품을 개발했던 이력이 있어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악사손해보험은 단기간에 상품이 개발되는 것은 어렵다고 부연했다. 관계자는 "레퍼런스를 보유했다는 점은 다른 보험사에 비해 수월한 면이 있지만 보험료율 산정과 보험료율을 산정할 근거 데이터, 해외와 다른 국내 상황, 관계당국과의 대화도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카풀 업체 '풀러스'와 '어디고'는 카풀 운전사들이 무조건적으로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했는지를 확인하고 운전하게 한다. 보험사들은 개인용 가입자가 유상운송을 하는 행위로 이를 보고 있는 경우가 있어 보험금 지급이 원활하지만은 않다. 일부 보험사는 출·퇴근 시간대에 벌어진 사고는 기존 운전자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게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 퍼스널 모빌리티: 고고씽·킥고잉

매스아시아가 운영하는 고고씽 서비스(왼쪽)와 고고씽 보험 보상 범위

전기자전거나 전동킥보드 등을 빌려주는 개인형 모빌리티(퍼스널 모빌리티) 회사의 상황은 어떨까. 전기 및 전동킥보드 공유 플랫폼 '고고씽'을 운영하는 '매스아시아' 측은 올해 4월 26일부터 DB손해보험과 제휴 상품을 만들어 사고 시를 대비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공유 전동킥보드 '킥고잉'를 운영 중인 '올룰로'도 KB손해보험과 제휴했다.

이들 업체들의 보험 내용 중 중요한 전제는 '기기 결함'이다. 만약에 잘 타고가다 운전 미숙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보험의 보장을 받을 수 없다. 기기 결함은 회사가 최종적으로 보험사에 입증해야 한다. 이용자가 즉시 납입해야 하는 공제금에 비해 보상 보험료는 적은 편이다.

매스아시아는 전동킥보드 및 전기자전거 결함 사고 발생 시 대여 이용자의 신체 피해 사고에 대해 최대 2천만원까지 보상한다. 신체에 한하며 이 서비스를 운영하다 사고가 나 스마트폰이 깨지거나 옷이 찢어지는 부분에 대해선 보상해주지 않는다. 타인을 다치게 했다면 2천만원 한도로 보상한다. 이 같은 보상을 받기 위해서 이용자는 각각 10만원의 본인부담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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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룰로 킥고잉 이용자들도 보험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10만원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는 회사가 대신 내준다. 기기 결함과 신체 피해로 보상 범위가 한정적이고, 최대 보상 보험금이 5천만원이다.

이 역시 아직까지 전동킥보드 사고에 대한 국내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으로 간주된다. KB손해보험 관계자는 "재보험사의 해외 통계 등을 활용해 보험료율을 산정해 보험을 만들었지만, 국내 데이터가 늘어나야 보험료 부분이 더욱 정교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현대해상은 '퍼스널모빌리티' 보험을 관련 회사와 제휴해 위험율 등을 세분화한 보험을 출시했으며, 메리츠화재도 '스마트전동보험'을 내놓은 사례가 있다.

손예술, 백봉삼, 안희정, 김민선 기자kunst@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