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의 이해, 지갑의 오해

[김덕수 칼럼] 2019 신경향 신보안③

전문가 칼럼입력 :2019/06/25 15:01

김덕수 펜타시큐리티 CSO
김덕수 펜타시큐리티 CSO

괜히 길고 복잡하게 말할 것도 없이 곧 닥칠 미래는 사물인터넷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 기반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사회일 것이다. 특히 블록체인.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그 어떤 미래 전망도 '옳을' 수 없다.

블록체인의 이해엔 블록체인 지갑의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지갑'이란 말은 너무 익숙하기 때문에 오히려 잘못된 오해가 많아, 지갑의 오해가 블록체인의 이해를 방해한다. 이에 지갑의 오해를 살펴봄으로써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보자.

■ 오해1) 지갑에 돈을 넣어 둔다?

우리 일상에서 '지갑'이란 화폐, 신용카드, 신분증 등을 넣어 보관하고 휴대하기 위한 작은 물건이다. 그러다 보니 '블록체인 지갑'이나 '암호화폐 지갑'이라고 하면 암호화폐를 넣어 보관하고 휴대하는, 호주머니 속 진짜 지갑 같은 물체를 떠올린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 그리고 그 화폐의 장부인 블록체인이 지갑 안에 들어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암호화폐 지갑 안에는 암호화폐도 블록체인도 없다. 암호화폐 지갑은 블록체인 분산원장에 기록되는 거래 트랜잭션 데이터를 생성하고 서명하는 데 쓰이는 비공개키, 즉 내 열쇠를 보관하고 관리하기 위한 도구다. 어쩌면 지갑보다 '열쇠고리'가 더 어울리는 말이다 싶기도 하다.

그렇다면 암호화폐는 지갑이 아니라 어디에 있을까. 참여자 모두가 공유하는 블록체인 속에 있다. 내 자산, 만약 비트코인이라면 내 키와 연결된 주소의 UTXO 합, 이더리움이라면 내 키와 연결된 계좌의 밸런스를 뜻하는 내 자산은 블록체인에 기록되어 있다. 그러다 혹시 지갑 안에 넣어 둔 키를 잃어 버린다면? 암호화폐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열쇠를 잃어버리는 거라, 즉 소유권을 증명할 방법을 잃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암호화폐 관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키 관리다. 암호화폐 지갑이란 바로 그 키 관리를 하기 위한 도구다.

진실1) 지갑에는 열쇠를 넣어 둔다.

■ 오해2) 지갑은 사적인 물건이다?

'사적'이란 말은 개인의 사사로운 일을 뜻하니, 간단히 말해 사람지갑이라는 뜻이다. 그렇지 않다. 사물에 탑재되는 '사물지갑'도 있다. 사물지갑은 다가오는 '블록체인+IoT=BIoT' 시대의 기술 저변이다. 사물과 사물이 서로 사물인증 그리고 사물결제를 통해 소통함으로써 스마트 사회가 동작하는 기반이 되는 것이다. BIoT 시대 사물들은 제각각 지갑을 통해 서로 연결되고 서로의 신분을 확인하고 소통한다. 사물 1개당 지갑 1개씩을 가지는 것도 아니다. 대규모 조립산업 특성상 하나의 사물이 여러 지갑을 가지고 있을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아주 복잡한 사물인 자동차를 보자.

자동차 내부는 극단적으로 강력한 특허들의 전쟁터다. 각 부품들이 모여 마치 하나같이 서로 긴밀히 통하면 좋겠지만 엄격한 특허 때문에 그럴 수 없다. 따라서 부품과 부품이 서로 거래 형식으로 소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동차라는 1개의 사물이라도 그 내부에서는 여러 개의 지갑들이 서로 정보와 이해를 주거니 받거니 거래함으로써 동작한다. 그 소통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문제 또한 아주 치열해 특허 전장에서 그나마 중립적으로 보이는 배터리가 비무장지대 DMZ로서 중심에 서게 될 거라는 주장도 있다.

어떤 타협이 이뤄지고 결론이 나든 규모와 방식이 아주 다양한 여러 형상의 사물지갑은 필요하다. '사물결제'라 하면 지갑의 오해와 마찬가지로 돈을 주고 받는 거래로 오해할 수도 있으니 '사물결정'의 뜻으로 이해해도 되겠다. 물론 사물은 사람의 완전한 통제 하에 있다.

진실2) BIoT 시대, 사물인증과 사물결제가 일어나는 사물지갑도 있다.

■ 오해3) 지갑은 내 호주머니에 넣어 둔다?

이 또한 개인 사용자에 한정된 내용이다. 개인 사용자가 아닌 기업이 사용하는 대규모 엔터프라이즈 지갑도 있다. 맡은 바 역할 규모가 크다 보니 모든 기능이 내장된 어플라이언스 타입의 장비 형상이다. 앞서 살펴본 '지갑'이란 말에 따른 오해를 불식하고자 '블록체인 KMS(Key Management system)'나 키를 위탁해 관리한다는 뜻으로 '키 커스터디 서버' 등 보다 거창한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기술의 본질은 역시 지갑이다. 사용자 키를 위탁 보관하는 암호화폐 거래소용 지갑뿐 아니라, 블록체인 기반으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블록체인 핀테크 서비스' 운영에 있어 엔터프라이즈 지갑은 필수도구다.

관련기사

블록체인 핀테크 서비스는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인터넷뱅킹이나 모바일뱅킹과 같은 형태로 블록체인 기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자산을 위탁 관리하는 커스터디 등 서비스 자체가 강력하게 요구하는 보안성 필요뿐 아니라, 개인 사용자에게 있어 가장 번거롭고 또 위험하기도 한 문제인 키 관리 및 책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멀티 인증 등 편의성 필요도 엔터프라이즈 지갑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 엔터프라이즈 지갑은 단순히 개인 지갑을 잔뜩 쌓아 두기만 하는 수준을 넘어 기업정보보안의 핵심인 키 관리 서버 KMS 등급의 규모와 보안성을 갖추도록 설계한다. 서비스 영역 바깥에서 키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콜드 지갑도 필수다.

진실3) 블록체인 핀테크 서비스를 위한 대규모 엔터프라이즈 지갑도 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덕수 CSO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전자전기공학과 정보보안을 전공, 정보보안 전문기업 펜타시큐리티시스템(주) 창업 시점부터 개발자로 참여했다. 개발, 기획, 구축 프로젝트, 보안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정보보안 관련 여러 관점의 현장 실무로 누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 CSO로 근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