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게임장애 결정...산업보다 사회 파장이 더 커”

황성익 모바일게임협회장 "업계, 더 치밀하게 대응해야"

인터뷰입력 :2019/05/30 13:08    수정: 2019/05/30 13:09

세계보건기구(이하 WHO)가 국제표준질병사인분류 11차 개정안에 게임장애 질병코드를 포함시키면서 국내 도입을 막기 위한 게임산업 관계자들의 행보가 분주하다.

한국모바일게임협회는 WHO의 결정에 반박하고 나선 게임산업 협단체 중 하나다. 지난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을 가진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 반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 합류하며 공개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공대위 출범에 앞선 지난 23일. 황성익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회장을 만나 WHO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 이후 우려되는 점과 향후 행보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인터뷰 내내 황 회장은 WHO의 결정 때문에 생겨날 사회적 파장을 우려했다. 자칫 부모와 자녀의 갈등이 커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황 회장은 “WHO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한국 사회에서는 게임을 조금 많이 하면 이를 질병으로 취급할 여지가 크다. 사실상 게임장애를 정신병으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높다.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로 게임산업이 10조 원 넘는 손실을 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정말 문제는 산업적 파장보다 사회적 파장이 클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부모와 자식의 갈등이 더 커질 소지가 있다.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풀고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서 게임을 한다. 아무런 대안 없이 청소년에게서 게임을 빼앗으면 자칫 게임이 아닌 엉뚱한 쪽으로 아이들이 발걸음을 옮길 수 있다”며 “게임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고 사회적인 시도나 도전을 게임에서 미리 경험한다. 하지만 게임을 나쁘게 보는 이들은 게임 때문에 아이들이 시간을 빼앗긴다는 점만 언급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자부심이 아닌 사회에 해악을 주는 결과물을 만드는 산업에서 종사한다는 자괴감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황성익 회장은 “게임산업은 그 성과 측면에서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산업이다. 그 일원으로 갖는 자부심도 있다. 하지만 게임이 장애를 유발한다는 판정을 받으니 자괴감이 든다”며 “졸지에 중독물질을 만드는 사람이 된 셈이데 아이들에게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WHO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 후 게임업계는 하나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게임중독 질병코드 도입 반대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출범했고 SNS에는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해시태그에 게임은 질병이 아니라는 문구를 쓰는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

황성익 회장은 “과거에는 게임업계가 뭉치지 못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규제를 경험한 게임인들이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여러 고민을 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게임업계가 뭉치지 않았다기보다는 그럴만한 계기를 찾지 못했던 것 같다.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길을 먼저 열어주는 게 우선이었다고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황 회장은 SNS 캠페인에 참가하는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수가 차츰 늘어남에 따라 뜻을 같이 하는 새로운 캠페인이 생겨날 것이라 내다봤다. 또한 여러 캠페인을 통해 게임업계의 목소리를 더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보였다.

그는 WHO 게임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을 막기 위해서는 게임업계가 하나된 목소리를 내야 하며 더 치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황성익 회장은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찬성하는 이들이 뚜렷한 근거 없이 주장만 내세운다는 지적이 있다. 그렇다고 게임업계도 막무가내로 맞설 필요는 없다. 오히려 선진적 의식을 지닌 제3자가 보기에는 게임업계의 논리에 더 깊은 인상을 가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게임업계가 더 치밀하게 준비를 해야한다. 연구를 통해 논리를 갖추는 것은 당연하고 때로는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도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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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익 회장은 인터뷰 말미에 게임업계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대위에 참가를 한 것도 모두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하나된 주장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봤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황 회장은 “지금 상황에서 게임업계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공대위에 참가했다. 공대위가 하고 있는 것과 하려는 것을 제대로 지원하고 WHO의 결정이 번복될 수 있도록 힘을 합쳐 모든 방안을 찾을 것이다”라고 계획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