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적고 부담 없고...소유해야만 행복한 건 아니다

[超시대가 왔다]⑫초소유...영역 확대하는 공유경제

인터넷입력 :2019/05/31 14:29    수정: 2019/06/03 17:31

‘공유’는 과거부터 한정된 자원을 나눠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늘 있는 일이었지만, ‘공유경제’는 공유가 보다 사회 전방에서 일어나고 그로 인해 부가 대거 이동하자 생겨난 최신 개념이다.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로런스 레식 교수가 처음 사용한 말이다. 과거 한국이 산업화 하던 시기 서울에 갑작스레 공장들이 들어서자, 공단 주거지에선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방 하나를 쪼개 쓰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공단 일대의 작은 공유경제였다.

그러나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을 맞아 대다수는 한정된 자원을 쪼개고 쪼개 유휴자원까지 끌어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자동차가 특히 그렇다. 도시를 오가는 차량은 넘쳐나지만 정작 출퇴근 시간대 택시를 잡아타는 것도 쉽지 않다. 교통난으로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한편 사회적 비용까지 초래한다. 또 출퇴근 시간대가 아니면 유휴차량은 넘쳐난다.

다행히 기술이 새로운 실마리를 가져다줬다. 2000년대 후반부터 스마트폰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했다. 모바일 혁명이었다. PC 인터넷 통신을 통해 세계가 연결된 차원을 넘어, 스마트폰으로 각 대륙의 개개인이 한 명씩 연결돼 새 가치를 창출하는 ‘초융합’의 시대가 도래했다. 5G 이동통신서비스가 상용화 되면 현재 4G LTE에서보다 속도는 20배, 데이터 용량은 100배 이상 증가하게 될 전망이다.

공유라는 행태가 특정 재화의 공급 부족으로 촉발됐을지라도, 필요할 때마다 바로 공유가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굳이 소유할 필요가 없어진다. 최소한의 소유만으로 삶을 사는 '미니멀리즘 라이프'가 가능해진다. 공유는 2030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트렌드로 여겨지기도 한다. 가령 미국에서 차량호출 서비스 우버를 이용해 본 사람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굳이 비싼 자동차를 사야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공유경제는 주거, 이동수단(모빌리티)을 큰 축으로 기존 산업의 경계를 허물며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동시에 ‘플랫폼’을 기반으로 산업이 재편됐다. 중개자인 플랫폼 위에서 상품 제공자와 사용자를 연결한다. 일각에서는 플랫폼이 중개자에 불과하다는 점, 또 유휴노동력(자원)의 활용이란 명목으로 비전문자까지 플랫폼에 끌어들임으로써 저품질의 노동만 양성한다는 점에서 공유경제를 허울 뿐이라고 비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시장은 기다렸다는 듯 수요를 만들고 있다. 공유경제와 플랫폼경제는 이 시대를 표현하는 대표적인 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공유경제(사진=픽사베이)

■ 모빌리티 공유로 매끄러운 이동을…"자율차는 공유가 기본 개념"

승차 공유 시장을 가장 처음 연 서비스는 우버다. 전문 택시 운전자가 아니더라도 운전면허와 차량만 있다면 우버 드라이버(운전자)로 참여할 수 있다. 라이더(승객)는 어디서든 차량을 호출할 수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기존 택시의 비싼 요금과 불친절한 서비스에 실망해 우버와 같은 승차공유 앱을 택했다. 우버가 2009년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립된 후 2012년 경 중국 '디디추싱', 미국 '리프트', 싱가포르 '그랩', 인도네시아 '고젝'(2010년 설립)등 승차공유 업체들이 폭발적으로 탄생했다. 현재 우버는 60여개 국가 600개 도시에서 서비스 되고 있다. 리프트는 북미 지역에, 디디추싱은 중국, 대만, 멕시코, 호주, 일본에 진출한 상태다. 그랩과 고젝은 동남아 지역을 놓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

우버. 출처=씨넷

우리나라의 경우 카카오T나 T맵 택시와 같은 택시 호출 앱의 등장으로 이전보다 이용자들의 이동이 매끄러워졌지만, 이것은 공유경제라고 보기 어렵다. 택시업계의 반발로 우버, 디디추싱과 같은 일반 차량 공유는 길이 꽉 막혔다. 지난 3월 택시단체들과 2천200만 사용자를 확보한 카카오모빌리티, 정부 등은 택시 자원을 활용한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합의했다. 2013년 한국에 진출한 우버는 불법유상운송 카풀로 낙인찍히며 시장 진입에 실패했고, 실제 카풀 업체임을 내세우는 회사들도 3월 택시업계와의 대타협으로 인해 하루 4시간만 영업이 가능하도록 제한을 받게 됐다. 카카오T를 통해 차량 이동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운전자 수는 택시 운전자 23만명에 그치게 됐다.

우버가 자율주행트럭을 활용해 화물을 운반하려는 화주와 트럭 운전자들을 연결시켜주는 '우버 프레이트'라는 서비스를 개시했다.(사진=Otto)

자동차, 지하철로 이동한 후 목적지 바로 앞까지 가기 위한 수단으로 전동스쿠터, 전동자전거도 공유되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라스트마일(last mile)' 모빌리티로 불린다. 우버, 리프트 등 차량 호출 회사들이 라스트마일 모빌리티까지 섭렵하고 있다. 국내 라스트마일 서비스로는 전동킥보드 서비스인 킥고잉, 고고씽, 씽씽, 지쿠터 등이 있으며, 전기 자전거 서비스엔 T바이크, 일레클, 지바이크 등이 있다.

우리나라 모빌리티 업체들은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해 지금처럼 택시가 아닌 일반 차량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량공유 서비스와 자율주행 기술 연구를 동시에 진행하는 해외 업체들이 이미 한참을 앞서나가기 때문에, 결국 이 상태로 가다간 해외기업의 기술에 종속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버는 구글 출신 공학자가 만든 자율주행 스타트업 오토(OTTO)를 인수해 자율주행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60여개국에 서비스하며 네트워크 효과를 가장 크게 나타낼 우버가 자율주행 기술로 세계를 제패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문가들 의견도 있다.

자동차는 머지않아 소수로부터 소유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공유물로 인식될 것이다. 일단 투자업계는 모빌리티 호출 서비스들이 반짝 인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예견한다. 아직까지 기존 라이선스를 보유한 업계와의 마찰로 차량 호출 회사들이 모빌리티 시장 전체를 아우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완성된다면 이야기는 다르다. 자율주행차는 빠른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5G 시대의 최대 산물로 꼽힌다.

차량 소유(파란색)보다 공유(빨간색)를 택하는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그래프=ReThinkX,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자율주행차는 반드시 공유형으로 서비스될 것이란 게 모빌리티, 투자 업계의 일관된 시각이다. 세계적인 투자회사 소프트뱅크는 승차공유의 궁극적 미래가 자율주행 자동차에 있을 것으로 일찌감치 예상하고 연관 비즈니스의 지분을 확보해왔다. 소프트뱅크는 우버, 디디추싱, 그랩, 인도의 올라, 브라질 99 등에 투자하면서 전세계 승차 공유 네트워크의 90%를 장악했다고 평가받는다.

하이투자증권 고태봉 리서치센터장에 따르면 공유형 운송수단의 활용도는 소유형 보다 10배 이상이다. 이같은 모델이 운송시장의 10~20%만 점유하게 돼도 공유 모빌리티 시장은 성장의 변곡점을 맞이하게 된다. 기술 채택의 주기인 ‘S 곡선’에 따라 임계점인 10~20%에 다다른 후부터는 수요 가속화가 나타나게 된다는 전망이다.

고 센터장은 “당분간 기존 자동차 업체와 공유형 운송수단 업체 간 탑승객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지만, 우버와 리프트 같은 회사들은 효율과 접근성을 높이려는 필요에 의해 자율주행 기술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차량이 24시간 동안 움직이면서 수명은 단축되겠지만 2030년 내구성 강화로 100만 마일 주행이 가능해 훨씬 경제적이게 된다”며 “이런 변화를 경험한 승객들은 점점 더 자동차 소유를 지양하고 공유를 당연시 하게 될 것이다. 또 공유형 자율주행차의 대당 효율을 크게 높여 운임을 더욱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스마트폰으로 주거·부엌도 연결…"5G 시대엔 VR로 '있어빌리티'"

주거공유의 대표주자는 에어비앤비다. 외국에 사는 누군가의 방을 빌려 쓸 수 있도록 중개하는 서비스다. 2008년 8월 설립된 에어비앤비도 스마트폰 혁명을 기점으로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에어비앤비의 성공엔 최근 변화한 수요 환경이 한몫했다. 먼저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공간 제공자(호스트)는 부가적인 수입 창출이 가능하고, 이용자는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또한 이전엔 단체관광이 지배적인 여행의 양태였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현지인들과 똑같은 삶을 살아보길 원한다. 문화적 가치를 높게 보는 트렌드에 힘입어 에어비앤비는 현재 전세계 191개국 10만개 도시에서 600만개 숙소를 바탕으로 여행자들이 현지인처럼 여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에어비앤비 숙소에 머무는 이용자 수는 하루 평균 200만명 이상이다.

에어비앤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숲 속 나무 집과 대나무 집(사진=에어비앤비 캡쳐)

숙박 예약 서비스에서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숙소 근처에서 이용할 수 있는 트립과 레스토랑 예약도 가능하도록 서비스 폭을 넓혔다. 스마트폰 예약으로 주거 공유의 혁신을 일으킨 에어비앤비가 5G 시대의 도래로 또 어떤 새로운 연결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에어비앤비만 놓고 보면 세계 주거는 닿을 수 있는 데까지 모두 다 연결된 듯 보인다. 심지어 유목민들이 쓰는 둥근 천막인 유르트, 나무 위 집, 통나무집, 땅 속 집도 연결해준다. 이같은 친환경 집을 이용한 사람은 2017년 4월부터 1년간 450만명에 달한다.

대신 숙박 공간을 ‘좀 더 있어 보이게’ 만드는데 5G 기술이 충분히 사용될 수 있다. 가령 예약 단계에서 가상현실(VR) 고글을 끼고 미리 숙소를 탐색하는 서비스로 보다 상품을 돋보이게 만들 수 있다. ‘인스타그래머블’, '있어빌리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최근 소비자들은 사진 찍기 좋은 포인트가 있는 장소를 선호한다. 그런 포인트가 있을 경우 전반적인 숙소 만족도도 높아진다. 사진보다 동영상이 소비자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며, VR로 영상을 구현할 경우 현실감이 극대화된다.

도시건축 전문작가로 활동하는 음성원 에어비앤비 커뮤니케이션 총괄은 “5G 이동통신이 보편화 돼 모두가 끊김 없이 인터넷을 사용하게 된다면 VR 서비스가 가능할 것 같다”며 “숙소를 미리 구경하는데 있어 입체감이 가미될 수 있게 되고, SNS에서 영향력도 높아지게 돼 소비자들이 선택하는 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자헛과 토요타가 협업한 배달용 자율주행 콘셉트카 (사진=피자헛 트위터)

이어 “전체적으로 주거 공유 관련 서비스들이 다양하게 나오는데, 서로 경쟁하는 지점은 얼마나 더 매력적인 공유공간을 가졌느냐다”면서 “공유오피스의 경우에도 사용자들이 실제 일하는 업무공간보다는 아름답게 조성된 공유공간에 감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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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 서비스가 한층 촘촘해지면서 주방도 공유의 개념을 대입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생겼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음식을 주문할 수 있게 돼 초연결 상태가 되면 가정 내 주방이 필요 없어진다는 것이다. 더이상 주방에서 조리하지 않는 사람들을 일컫어 일명 '키친클로징족'이라 부른다. 드론과 구획 내 지능형 배달로봇이 활성화 될 경우 배달 라이더까지 대체할 수 있다. 주방의 공유는 모빌리티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작년 6월 공개된 UBS 글로벌 리서치에 따르면 전세계 온라인 음식 주문 시장은 2030년까지 3천65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밀레니얼 세대는 그들의 부모 세대보다 3배 정도 더 많이 배달을 시킬 것으로 추산된다. 식사를 위해 사용되는 노동력은 줄고, 대신 물류 산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배달 비용은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