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위 “게임장애 질병코드 순순히 받아서는 안돼”

위정현 "29일 공대위 출범시키고 현실적 답안 찾을 것"

인터뷰입력 :2019/05/27 15:57    수정: 2019/05/27 15:57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오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을 갖고 세계보건기구(이하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지난 25일 WHO가 제72회 총회에서 게임장애 질병코드 분류가 포함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을 승인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게임산업 전반으로 번지는 가운데 공대위의 행보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게임산업은 물론 문화산업계에서도 힘을 모아 총 84개 단체가 공대위에 참가 의사를 밝힌 상황.

이번 사안이 게임만의 문제가 아닌 문화계 전체의 문제로 받아들여지는 모습이다.

공대위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기에 앞서 위정현 위원장을 만나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대한 의견과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위정현 위원장은 공대위가 결성되는 과정에서 게임산업 외 분야와 힘을 더한 것 자체가 하나의 수확이라고 말했다.

위정현 위원장은 “게임산업이 그간 게임 외 콘텐츠나 산업과 함께 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산업계 입장에서 우리가 처한 문제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게임을 게임으로만 설명하려고 해왔기에 공감을 사지 못했던 것 같다”라며 “WHO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게임에 국한된 문제가 아닌 예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창작의 자유를 억압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더니 다른 분야에 있는 이들도 우리의 입장을 이해 하고 참가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게임장애 질병코드는 2022년부터 WHO 회원국을 대상으로 본격적으로 적용될 예정이지만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지금 당장이라도 게임업계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위정현 위원장 역시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규제 법안이 발의되고 규제 정책이 만들어지기 이전에 이번 소식으로 인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것 자체가 가장 큰 문제라는 이야기였다.

위정현 위원장은 “게임장애를 주장하는 이들은 게임이 질병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런 주장을 WHO가 인증했다는 것만으로도 게임을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죄의식을 지니게 될 수도 있고 부모는 게임이 자녀를 중독자로 만든다고 여길 여지가 생긴다. 이 모든 현상에 대한 기준이 없어 자의적으로 판단될 여지가 너무나 크다는 점도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지난 몇 년간 게임업계의 자정노력을 촉구해 온 대표적인 인물인 위정현 위원장은 이번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대해서도 게임업계가 선제대응을 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WHO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는 정당하지 않은 일이기에 화가 난다. 하지만 화만 낸다고 될 일은 아니다. 게임산업계는 그간 이어진 온갖 규제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만 했다. 영화산업은 온갖 규제와 불이익에 대해 이해당사자가 앞을 다투어 전면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게임산업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간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기에 이제와서 WHO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대한 제대로 대응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적극적으로 나서 이번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정현 위원장은 주요 게임사 관계자가 참석하는 원탁회의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 게임사가 전면에 나서 게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겠다고 선언을 해야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대중이 지닌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와 함께 위 위원장은 2013년에 한국중독정신의학회가 회원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게임중독법 입법을 숙원사업이라 표현한 것을 예로 들며 WHO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를 통해 이득을 보는 집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을 질병으로 지정하면 이득을 보는 집단이 있다. 게임에 대한 공포심을 강조하면 부모들은 자녀를 병원으로 데려올 것이며 이들은 진단과 치료를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라며 “WHO의 결정이라고 해서 무조건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WHO는 과거에 동성애를 질병으로 간주하려는 실수를 한 전적이 있다. 게임장애는 더 연구할 여지가 있다는 관점에서 접근을 해야지 질병코드부터 부여하고 연구를 진행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위정현 위원장은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대해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게임 셧다운제가 시행될 당시 그렇게 들고 일어났던 이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잠잠해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을 보며 무력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관련기사

그는 “지속적으로 반발해서 상황을 바꿔야 할 이들이 정작 시간이 지나면서 이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허탈하고 진이 빠진다. 게임장애 질병코드 문제는 게임 탄압의 완결판이다. 게임 셧다운제나 4대 중독법에 게임을 포함하려는 시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문제다. 순순히 받아들여서는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다시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다른 분야의 많은 이들이 공대위에 합류했는데 이보다 더 많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며 “우선 게임장애 질병코드의 국내도입을 최대한 저지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 생각한다. 끝없는 이의제기를 통해 통과를 지연시킬 것이다. 그 사이에 게임장애를 비판하는 여러 연구결과도 나와서 이를 통해 여론도 달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