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WHO vs 게임산업...지원사격 나선 문화산업

게임질병코드 반대 공대위에 문화계 협단체 참가 선언

기자수첩입력 :2019/05/24 10:07    수정: 2019/05/24 10:55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오는 29일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을 지니고 본격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게임장애 질병코드가 포함된 ICD-11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히고 국내 적용을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을 시작하겠다는 이야기다.

53개 학회, 공공기관 및 협단체와 31개 대학교 등 총 84개 단체가 공대위 참가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말에 공대위 가입의사를 밝힌 단체가 48개였으니 ICD-11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 이슈가 몇주 사이에 얼마나 큰 파장을 남겼는지 가늠할 수 있다.

게임장애 질병코드는 게임산업을 사실상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셈이니 게임산업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는 점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공대위 발족이 눈길을 끄는 것은 참가 의사를 밝힌 단체의 수가 아닌 그 면면이 이전 사례와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웹툰협회, 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 한국문화콘텐츠라이센싱협회, 문화산업정책협의회, 한국정보사회학회 등 게임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여러 협회와 단체가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등재에 반대 의사를 보였다. 오랜 세월에 걸쳐 이어진 여러 비난과 규제에 언제나 혼자서 맞서 온 게임산업이 처음으로 뜻을 같이 하는 지원군을 얻었다.

게임 셧다운제가 시행됐던 당시와 게임업체에게 매출의 1%를 징수해야 한다는 법안이 논의됐을 당시. PC방 전원을 차단하고는 화를 내는 손님의 모습을 두고 게임이 사람을 폭력적으로 만든다는 뉴스가 공중파에 나올 때에도 항상 이에 반박하고 해명하는 이들은 언제나 게임산업 관계자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 순간이 매우 인상적이다. 게임산업 밖에 자리한 이들이 게임산업과 같은 목소리를 내며 WHO를 비판하고 ICD-11 게임장애 질병코드의 부적절함을 지적하는 모습은 반갑기 그지없다.

문화산업 관계자들이 이번 사안을 게임산업만의 문제가 아닌 문화계 공동의 문제로 여기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게임산업 관계자들이 그렇게 외쳤던 게임은 문화라는 슬로건에 마침내 문화계가 응답했다는 느낌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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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커다란 불덩이가 발등에 떨어지기 전부터 이런 분위기가 만들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적어도 게임산업은 게임을 향한 비판적인 시선에 맞서 처음으로 외롭지 않게 싸울 수 있게 됐으니 아쉬움은 잠시 접어둬도 될 듯하다.

게임산업 관계자들은 WHO 총회에서 게임장애 질병코드를 포함한 ICD-11이 원안 그대로 통과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래도 게임장애 질병코드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에 앞서 더 크게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계기를 얻었다는 작은 수확이 있었다는 점이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