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아닌 카카오가 대기업에 지정된 이유

“분사 착시현상·저작권·국내 기반 사업 영향”

인터넷입력 :2019/05/15 14:02    수정: 2019/05/16 10:28

국내 2위 인터넷 기업인 카카오가 동종업계 1위인 네이버보다 먼저 규제가 더 많은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돼 그 배경이 궁금해진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기업을 매년 지정하는 데 따른 것이다.

카카오가 네이버보다 자산총액이 더 큰 이유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종속회사 수가 네이버에 비해 많아 자산이 더 커 보이는 일종의 착시효과 ▲해외 법인 자산은 자산총액 집계에서 제외되는 구조 등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카카오가 콘텐츠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면서 관련 자회사들이 가진 저작권 등도 자산총계를 늘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의 매출은 네이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자산총액 기준 대기업으로 지정 됨에 따라 앞으로 카카오는 정부로부터 더 깊고 세밀한 규제를 받게 된다.

■ 공정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카카오’ 추가

공정위는 15일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59개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 통지했다. 또 공시대상기업집단 중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34개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즉 대기업으로 지정했다.

이 과정에서 카카오가 자산총액 10.6조원으로 집계돼 ‘준대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산총액 기준 순위에서 카카오는 지난해 39위에서 32위로 7계단 이나 순위가 상승했다. 이에 공정위는 현물출자 및 주식 취득에 따른 자산증가가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지난해에 이어 준대기업으로 지정된 네이버는 자산총액 8조3천억원으로, 카카오에 비해 13계단이나 낮은 45위에 머물렀다. 전년도보다 자산총액이 늘어 49위에서 4단계 순위가 오르긴 했지만,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카카오에 비해 낮은 순위를 기록했다.

■ 매출 2조대 카카오, 5조대 네이버보다 대기업

네이버 카카오 로고

지난해 연결매출 2조4천억원, 영업이익 730억원을 거둔 카카오가 같은 기간 5조6천억원, 영업이익 9천억원을 기록한 네이버보다 빨리 대기업으로 지정된 이유는 뭘까.

먼저 공정위가 기준으로 삼는 ‘자산총액’ 산정 방식과 구성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공정위는 기업들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의 별도 재무제표를 기준으로 회사와 종속회사들이 가진 자산을 단순 합계하는 방식으로 자산총액을 산정한다. 각 회사가 보유한 현금과 주식, 부동산, 특허 및 저작권 등을 자산으로 잡는다. 여기에 회사가 갖고 있는 부채를 반영해 계산한다.

예를 들어 카카오의 지난해 별도 재무정보를 보면, 이 회사의 유동/비유동 및 유무형 자산 등을 모두 포함한 자산총계는 6조2천억원에 달한다. 부채는 1조4천500억원으로, 자산총계에서 부채를 빼면 카카오의 자본총계는 4조7천500억원으로 계산된다.

이처럼 카카오와 이 회사가 가진 71개의 소속회사의 자산을 모두 더했을 때 나오는 총 자산이 10조를 넘게 되면 대기업, 5조를 넘기면 준대기업으로 지정되는 것이다.

반면 네이버는 지난해 별도 기준으로 자산총계 5조9천억원, 부채 1조3천700억원으로 집계돼 자본 총액은 4조5천600억원의 자본총계를 기록했다. 네이버의 연간 연결매출이 카카오보다 두 배 넘게 많지만 국내 총 자산 규모에서는 카카오에 뒤지는 셈이다. 또한 네이버의 계열회사수는 42개로, 카카오에 비해 자산을 더할 수 있는 회사 수가 29개 더 적다.

■ 카카오 자산총액 네이버보다 더 큰 이유...“분사·저작권·국내 기반 사업 영향”

카카오 스페이스닷원 제주사옥.

자산에 포함되는 구체적인 항목과 종속회사의 자산을 더하면서 발생되는 착시 현상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먼저 카카오의 경우 모바일 중심의 인터넷 기업을 넘어 커머스와 엔터테인먼트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시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커머스 사업 부문 등을 별도 자회사로 분사시켰다. 또 엔터사인 BH엔터테인먼트, 제이와이드엔터, 레디엔터, 숲엔터와 같은 연예 기획사 등을 인수해 지식재산권(IP)이나 음악저작권 등도 자산으로 확보하게 됐다. 웹툰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지 역시 콘텐츠 관련 IP를 확보함으로써 회사의 무형자산을 늘리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

이처럼 카카오는 제주도 사옥과 같은 부동산 자산뿐 아니라, 회사가 소유한 현금과 주식, 그리고 다양한 저작권과 원천기술에 대한 특허 등의 무형자산 등이 더해져 자산총액이 불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특정 사업부문이 자회사 형태로 분사할 경우 자산이 본사와 자회사 양쪽에 중복으로 잡히는 착시 현상도 자산총액을 부풀리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예를 들어 A회사가 A'회사를 분사시킬 경우 A회사의 자산을 A' 회사가 온전히 떼어 가는 것이 아니라, A회사의 기존 자산은 유지되면서 A'가 새로 취득한 자산까지 자산총액에 중복으로 잡히게 된다. 이 때문에 자산이 실제보다 커 보이게 된다.

종합하면 ▲국내 사업에 기반을 둔 카카오가 종속회사 수도 많고 ▲엔터나 콘텐츠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면서 저작권 같은 무형자산이 늘었고 ▲자회사 형태로 회사를 분사 시키면서 중복 자산이 잡혀 자산총액이 부풀려져 네이버보다 빨리 대기업에 지정된 것으로 해석된다.

네이버는 국내보다 일본이나 태국 등 동남아시장에 기반을 둔 사업이 많은데, 해외 자산은 자산총액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총 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적어 보이는 이유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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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년에 비해 자산총액 늘어난 이유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일반 자산이 증가한 것과 더불어, 분사를 많이 한 것이 적지 않은 요인이 됐다”며 “카카오가 본래 갖고 있는 자산과, 자회사가 분사하면서 새로 취득한 자산과 본래 갖고 있던 자산이 중복으로 잡히면서 자산총액이 커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회사가 분사하게 되면 새 회사의 자산이 생겨나는데, 기존 회사에도 분사한 회사의 주식 가치가 자산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자산이 늘어나 보이는 효과가 있다”면서 “카카오의 경우 일반적인 자산뿐만 아니라 엔터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음반 회사들이 가진 저작권 등 무형의 자산이 더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