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지정된 카카오, 무엇이 달라지나

계열사간 출자·채무 금지 및 금융 보험사 의결권 제한 규제 추가

인터넷입력 :2019/05/15 14:04    수정: 2019/05/15 15:39

카카오가 IT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국내 자산총계 10조원이 넘어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지난해 준대기업으로 지정됐던 카카오가 대기업으로 분류됨에 따라, 이 회사는 앞으로 상호출자제한 등 더 많은 규제를 받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카카오를 김범수 의장이 총수(동일인)인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대기업집단 발표 당시 8조5천억원이었던 자산총계가 지난해 현물출자 및 주식 취득에 따라 올해 10조6천억으로 늘면서 자산총액 순위 32위 대기업에 포함됐다. 전년도에 비해 7계단 올랐다. 카카오 그룹 내 소속회사는 작년보다 1개 줄은 71개다.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서 카카오는 기존 공시대상 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이 적용받는 ▲그룹 계열사 주식 소유현황 신고 ▲중요 경영사항 공개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금지 등 의무에 더해 ▲계열사 간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금지 ▲금융 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을 추가로 적용받는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카카오 "2016년부터 이미 계열사간 출자·채무 없어"

새롭게 적용받는 공정거래법 조항 중 먼저 계열사 간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금지 규제와 관련해 카카오는 지난 2016년 대기업집단에 포함됐을 때부터 이미 관련 사항을 지켜오고 있다고 밝혔다. 계열사들 간 출자 및 채무관계가 전혀 없다는 것.

일부 제조업 중심의 회사들의 경우 계열사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결속력을 강화한다. 또한 자기자본을 부풀려 은행융자나 회사채 발행한도 확대 등 유리한 여건을 만들 우려가 있다.

관련 규제는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는 자기의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계열회사의 주식을 취득 또는 소유해서는 안 되고,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를 제외하고는 계열사에 채무보증을 해서는 안 된다.

최근 김범수 의장은 2016년 대기업집단 지정시 계열사 5곳을 공정위에 신고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법원으로부터 이들 계열사 간 상호출자, 순환출자, 채무보증 금지 등에 대한 사항을 심리받기도 했다. 14일 김 의장은 고의로 엔플루토·플러스투퍼센트·골프와친구·모두다·디엠티씨 등 5개 계열사 신고를 누락했다는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무죄를 판결한 여러 이유 중 하나로 계열사들의 영위 업종이나 규모, 사업형태 등을 살펴봤을 때 출자 및 채무보증 등 관계가 있을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판단했다.

■카카오 소속회사 편입 안 된 '카뱅', 의결권 제한은 아직

금융 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은 카카오가 아닌, 금융업 및 보험업 자회사의 비금융업·비보험업 회사에 대한 주식 취득에 따른 의결권 제한을 뜻한다.

공정거래법 제11조에 따르면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로서 금융업 또는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취득 또는 소유하고 있는 국내계열회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카카오 그룹 내 금융업이나 보험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현재 카카오페이, 카카오벤처스 두 곳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이번 카카오 집단의 소속회사로 편입된 회사가 아니다. 공정거래법상 동일인 및 동일인 관련자가 30%이상의 주식을 소유해야만 계열회사로 묶일 수 있는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10%만 보유했다. 카카오뱅크 1대 주주는 한국금융지주다.

카카오는 지난달 카카오뱅크의 대주주가 되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한 상태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에 따라 정보통신기술 그룹에 속한 기업은 예외를 인정받아 인터넷전문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취득할 수 있다.

만약 카카오가 대주주 적격 판정을 받고 지분을 더 취득해 1대 주주로 올라서는 과정이 선결된 다음, 또 지분을 30% 이상 소유해 소속회사로 편입될 경우 카카오뱅크는 비금융업·비보험업 회사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한 규제도 적용받게 된다.

전자지급결제대행서비스,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 및 관리서비스, 전자고지결제서비스 등을 영위하는 카카오페이는 카카오가 지분 60.9%를 보유한 소속회사로 분류된다. 따라서 비금융업·비보험업 회사에 대한 주식 취득에 따른 의결권 제한 규제를 적용받는다. 카카오가 지분 100%를 보유한 벤처투자회사 카카오벤처스도 해당 규제를 받는다.

학계 "IT기업에 일괄 상호출자제한 규제 적용은 무리"

카카오는 지난 2016년에 한 번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가 정부가 IT기업에 일반 제조업 대기업과 같은 공정거래법을 적용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지적, 대기업집단 자산 기준을 10조원으로 높이면서 약 5개월 만에 대기업에서 지정 해제됐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불필요한 제도나 규제를 빨리 제거해서 민간기업들이 모든 역량을 발휘하게 해야 한다"며 "(대기업집단 지정제를) 시대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공정위의 카카오 대기업집단 지정에 대해서도 여전히 일부 업계나 학계에서는 제조업 중심의 공정거래법을 IT 기업에도 일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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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업 중심 기업이든 IT 기업이든 불공정 거래 부분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공정위가 감시해야 하나 출자와 관련해서는 IT기업을 제조업과 같은 규제로 묶어버리면 사업의 역동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IT기업에 대해서는 따로 산업정책과 공정거래 정책을 제조업 기업들과 달리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카오는 이번 대기업집단 지정에도 관련 규제들을 충실히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카카오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 후에도 기존과 동일하게 투명한 경영을 이어 나갈 것이다”며 “국내 IT산업의 발전을 위한 투자 및 생태계 마련에 힘쓰며 사회적 의무를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