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입김있는 블록체인 규제특구는 하나 마나"

김정혁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 인터뷰

컴퓨팅입력 :2019/04/29 18:03    수정: 2019/04/29 18:21

부산시가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1차 우선협상자로 선정됐지만, 정부의 입김으로 실효성 없는 규제자유특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규제자유특구는 규제 샌드박스 등 규제 특례를 적용해 지자체가 기존 규제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7일 부산시를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1차 협의 대상으로 선정했다. 부산시는 30일 이상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5월 말 중기부에 최종 특구 지정을 신청하게 된다.

하지만 우선협상자 선정이 나온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규제자유특구가 기존의 복잡한 절차와 정부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혁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은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를 지정했지만 여전히 금융위원회와 법무부의 입김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규제특구는 지역에서 책임지고 자유롭게 해야 하는데, 규제나 복잡한 심의절차가 그대로라면 하나 마나"라고 주장했다.

김정혁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

블록체인 기반 금융 플랫폼 스타트업 '링카'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한국은행에서 5년간 전자금융팀장을 지내고, 현재는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과 한국 정보보호산업협회(KISIA) 블록체인 전문위원을 겸하고 있는 핀테크 전문가다.

그는 "부산시는 블록체인뿐 아니라 핀테크와 관련해서도 여러가지 인프라를 갖춰놓은 광역도시로 블록체인 규제 자유특구로 적합하다"며 "블록체인 기업이 안정적으로 기술 개발에 힘쓸 수 있는 투자환경이 마련돼 업계에는 좋은 기회"라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블록체인 규제 자유특구는 지자체 내부적으로 관련 조직이 너무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부산시민특례위원회, 규제자유특구위원회 등 규제를 심의하고 의결하는 조직이 너무 많다"며 "행정 조직이 많고, 민간 전문가가 섞여버리면 이해 상충 지점이 많아지고 의사 결정도 늦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규제 특구이기 때문에 규제를 심의하는 기구나 절차가 많아야 할 필요가 없다"며 "그런 식으로 간다면 특구가 아니라 보여주기 위한 행정적 시범 서비스로만 끝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그는 소규모 전문가 풀을 운영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스위스나 몰타에 있는 크립토밸리 특구는 1, 2명의 전담 공무원이 책임지고 스타트업들을 키우고, 외국 블록체인 기업을 데려와 자본도 유치한다"며 "한국도 지자체 공무원들이 책임지고 실험해보겠다는 마음으로 직접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위와 법무부의 입김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부산시 블록체인 규제 자유특구에서 추진하는 13개 업체의 금융, 물류, 보안, 빅데이터, 스마트계약 등 사업은 모두 암호화폐를 사용하지 않는 블록체인 사업이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암호화폐가 필요없는 블록체인 사업도 있을 수 있지만, 암호화폐가 필요한 퍼블릭 블록체인 사업도 있다"며 "정부는 다단계나 스캠과 같은 사기는 못 하게 막되, 조건을 내걸어 투명하게 운영하는 암호화폐 관련 블록체인 서비스는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정성을 제공해줘야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이 특구로 가서 사업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블록체인 스타트업들은 벤처 업종에서 제외돼 투자 캐피털 등으로부터 공식적인 투자 길이 막혔다"며 "블록체인 기술력이 있고, 건전성이 갖춰진 기업에 한해서는 지속적인 투자 지원이 특구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부산 블록체인 규제 자유 특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순위를 둬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 우선 순위로는 금융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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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무역, 관광 등 너무 많은 걸 한 번에 하면 분산되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해 하나를 우선적으로 하고 나머지 산업으로 확대하는 게 좋다"며 "굳이 암호화폐가 아니더라도 결제, 송금 등 유기적으로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금융이 먼저 인프라로 깔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특구는 정부 정책과 반대로 가야지, 정부 눈치를 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스위스 주크시보다 규제가 없고, 더 많이 지원돼야 향후 외국 자본도 들어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