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받는 공유경제?…카풀은 여전히 정체

[혁신성장 정책 2년 성적표] ⑩공유경제 정책…C+학점

인터넷입력 :2019/04/26 08:04    수정: 2019/04/27 15:56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CES)를 주최하는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올해 초 내놓은 '국제 혁신 스코어카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혁신 순위는 61개국 가운데 24위다.

R&D 투자 분야에서 A+, 자율주행과 드론 분야에서는 A를 받았지만, 차량공유와 숙박에서 각각 F와 D를 받아 총점 4점 만점에서 2.76점을 기록했다. 혁신에 대한 시도는 호평을 받았지만, 규제로 인한 성장을 하지 못해 뼈아픈 점수를 받았다.

CTA는 "차량공유에 대한 규제를 철폐해야 F등급에서 한 단계 올라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제도개선·정책지원을 통해 공유경제 등 신성장·유망서비스 시장 활성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초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해 논의한 보고서를 발표하며 향후 추진계획까지 공개했으나, 3개월이 훨씬 지나도록 별다른 진전이 없다.

때문에 전문가들도 CTA 평가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국민대학교 정구민 전자공학부 교수는 "공유경제 분야의 혁신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공신력 있다고 할 수 있는 CTA가 발표한 ‘혁신 챔피언 16개국’만 봐도 우리나라가 빠져있다"고 아쉬워했다.

'혁신성장 정책 2년 성적' 이렇게 매겼습니다

■ 공유숙박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현실은...

먼저 정부가 내놓은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에서 숙박공유와 승차공유 분야를 살펴보면, 숙박 분야에서는 나름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있다. 적어도 정부가 규제개선 의지를 보이고, 여러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다는 의미에서다.

이번 공유경제 활성화 추진 과제를 통해 정부는 관광진흥법을 개정, 도시지역 내국인 대상으로도 거주 주택의 빈 방을 숙박용으로 제공하는 숙박공유 허용을 추진키로 했다. 지금까지는 농어촌지역에서만 내외국인 대상으로 모두 숙박공유가 허용됐고, 도시지역은 외국인 대상으로만 숙박공유가 가능했었다.

다만 연 180일 한도 내에서만 영업할 수 있도록 했으며, 허용 주택의 종류는 추후 시행령을 규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호텔이나 모텔, 여관 등 숙박업소와의 공정경쟁을 위해 불법 숙박업소 단속을 철저히 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숙박공유 업계에서도 해당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차량공유와 함께 공유경제 활성화 정책에 묶여 있었지만, 차량공유보단 다소 정책 추진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그러나 차량공유를 둘러싼 이해당사자들의 대립이 극한으로 치닫게 되면서 대한숙박업협회에서도 반대 목소리를 키웠다. 그러자 차량공유와 마찬가지로 전통 사업자들의 반발로 정부가 추진하려던 숙박공유 활성화 정책도 속도가 늦춰지는 모양새다.

업계 전문가는 "숙박공유 활성화로 인해 국민의 선택권도 확대될 기회이며, 관련 산업도 발전시킬 수 있지만 여전히 아무런 진행이 안 되고 있는 상태"라며 "정부도 해당 과제에 대한 추진 의지가 있지만, 공유경제 관련 부서가 생기지 않는 이상 정부 시스템 자체가 구조적으로 쉽게 풀리지 않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은 "기존 산업과 새로운 산업간의 갈등이 생기면 그들을 설득하고 중재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인데 규제혁파에 반대하는 산업의 목소리가 강했다"며 "당초 숙박공유 활성화 방안을 통해 정부가 불법 숙박업을 단속한다고 했지만 진행이 잘 안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승차공유는 여전히 답보 상태

택시와 카풀업계, 정부 등이 참여한 사회적대타협기구는 3월 7일 마지막 회의를 열고 출퇴근 각각 2시간씩 카풀 영업을 허용하겠다고 합의했다. 단, 주말과 공휴일은 제외했다. 또한 택시와 이용자의 수요와 공급 격차 해소를 위해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등을 만들기로 했다.

타협안의 주된 골자는 택시와 플랫폼을 결합한 규제혁신형 택시를 올해 안에 출시하고, 자가용 카풀은 평일 출퇴근 시간 오전 7~9시, 오후 6~8시에 한해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합의사항 구체적 이행을 위해 당정과 업계가 참여하는 실무 논의기구를 즉각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택시·카풀 사회적대타협 기구에서 합의한 제한적 카풀 허용 및 택시월급제와 관련한 법안들은 40일 넘게 국회서 계류 중이다.

지난달 27일 여야는 국회 국토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에서 제한적 카풀 허용법 관련 합의를 이뤘다. 택시 기사 월급제 법안은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나 국토부 측의 설득에도 자유한국당 위원들의 공세에 통과되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사회적대타협 취지에 맞게 관련 제한적 카풀 법안과 택시 월급제 법안을 함께 처리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관련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카풀 서비스 또한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풀 서비스 중단 후 재개 계획도 잡지 못하고 있다. 원조 카풀앱 서비스라 할 수 있는 풀러스는 무상 카풀서비스로 전환하며 당분간의 수익을 포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의 공유경제 성장 의지는 확고하게 느껴지나 각 부처별로 실행에 있어서는 적극적인 것 같지 않다"며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합의해 놓고 결국 카풀만 안 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정부의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보면 승차공유에 대해서는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상생방안과 함께 추진한다고 나와 있다. 국민편의 제고, 교통산업의 발전, 기존산업 종사자에 대한 보호라는 기본 원칙 하에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모든 공을 사회적 대타협기구로 넘겼지만,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전문가들은 국토부와 산업부, 지자체, 택시업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유기적으로 협동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앱 기반 카풀 서비스는 IT와 교통 서비스가 합쳐져 있는 융합서비스라 할 수 있는데, 관련 부서 어느곳에서도 명확하게 해당 업무를 맡을 수 없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명지대학교 김현명 교통공학과 교수는 "근본적으로 정부의 잘못이라고 할 순 없다"며 "국토부에서 추진한다고 해도 서울시에서 반대하면 안되는 구조다. 지자체 별로 택시과가 있는데, 다 따로 풀어야 한다. 정부의 역량을 벗어나는 문제가 많아 쉽게 풀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차두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카풀 문제 해결을 지연시켰다는 것이 문제이기도 하다"며 "사회적 대타협기구에서 합의가 됐지만, 앞으로도 계속 반대와 싸움이 있을 것이다. 타다와 럭시 같은 사업 모델은 계속 나오고 있는데, 서로 먹고, 먹히는 싸움만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카풀-택시 사회적 대타협 기구 5차 회의가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 공유경제 정책은 C+…"업계도 노력해야"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지난 2년간 정부의 공유경제 정책에 대한 점수는 C+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의지는 인정하나, 실행력에서 아쉬움을 보인다는 한 목소리를 냈다.

차두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반대 입장이 강하면 기존 규제를 없애기 힘들 것"이라며 "중재 역할에 대한 고민을 더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구민 교수는 "차량공유나 숙박분야에서의 공유경제는 아직 멀었다"면서 "규제혁파는 많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현명 교수는 "정부가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 하나의 부처만 나서서 될 일이 아니다"며 "승차공유 분야와 관련해서는 카풀업계에서도 택시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수치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조산구 공유경제협회장은 "정부의 규제혁신 의지에 대해선 긍정적이고, 앞으로 공유경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할 때에도 산업 전체의 관점에서 접근해 기존 사업자들에게도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면서 "공유경제는 규제를 없애는 것 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부각시키며 국가적인 전략을 세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업계에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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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전문가는 "기업들끼리도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고, 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기존 산업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며 "카풀의 경우 단순히 O2O 서비스로 택시 승객을 옮기고자 하는것 같고, 모빌리티 기초기술 등 기술에 대한 깊이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기업들 끼리 커뮤니케이션도 안하고 좁은 시장에서 경쟁만 하려고 한다"면서 "서울 외의 교통소외 지역에서 승차공유의 가치를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