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만 준다고 전기차 시장이 커질까요?

[혁신성장 정책 2년 성적표]⑦전기차 정책...C학점

카테크입력 :2019/04/23 08:21    수정: 2019/04/23 14:54

“전기차의 경우 현재 양산 단계에 와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전기차 보급 대수는 꼴찌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2월 대선 예비후보 시절 전기차 정책에 대한 지디넷코리아의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이후 문재인 당시 후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자신의 공약집 제 1페이지에 “전기차, 자율주행차, 신재생에너지, 인공지능, 3D프린팅, 빅데이터, 산업로봇 등 핵심기술 분야에 적극지원”이라는 공약을 내걸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가장 처음 언급된 것이 인상적이다.

올해 3년차가 된 문재인 정부의 전기차 정책은 절반의 성공만 거뒀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은 장거리 전기차의 등장으로 인해 3만대를 넘겼지만, 아직 충전 인프라 관리체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초소형 전기차 시장이 점차적으로 활성화됐지만, 소비자들을 위한 정부의 규제 완화가 여전히 소홀하다는 지적도 있다.

'혁신성장 정책 2년 성적' 이렇게 매겼습니다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충전중인 미디어 시승용 코나 일렉트릭 전기차 (사진=지디넷코리아)

■전기차 연 3만대 시대..높은 판매가 부담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이번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 전기차 정책에서 가장 잘 한 부분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손꼽았다.

그는 “문재인 정부 2년간 전기차에 대한 기술개발이 잘 이뤄졌다”며 “보조금 정책 뿐만 아니라 충전방해금지법 등 전기차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자동차산업협회가 지난 2월 발표한 ‘2018년도 자동차 신규등록 현황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는 지난 2017년 1만4천337대가 등록됐지만,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17.3% 늘어난 3만1천154대가 등록됐다.

이중 한번 충전으로 최대 406km 주행이 가능한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의 판매량이 돋보였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왼쪽)과 코나 일렉트릭(오른쪽)이 제주신라호텔 앞에 자리잡았다. 제주신라호텔 투숙객은 앞으로 1년간 두 전기차를 무료로 체험할 수 있다. (사진=현대차)

현대차 자료에 따르면 코나 일렉트릭은 지난해 총 1만1천193대가 판매돼 국내 완성차 업체 전기차 연간 판매대수 1위에 올랐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은 5천606대가 판매됐고, 쉐보레 볼트 EV(4천722대), 기아차 니로 EV(3천433대) 등이 뒤를 이었다.

전기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올해도 집중될 전망이다. 한국GM은 올해 볼트 EV 판매 가능 물량을 7천대선까지 확보했고, 필요시 물량을 더 늘릴 수 있다는 전략을 내놨다. 현대차는 코나 일렉트릭 생산을 계속함과 동시에 6월 아이오닉 일렉트릭 부분개선형 모델을 내놓는다. 기아차는 니로 EV와 쏘울 부스터 EV 등 두 전기차를 판매한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판매가격에 대한 부담감을 나타내고 있다.

전기차 국고보조금은 지난해 1천200만원에서 올해 9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대신 보조금 지급 가능 대수는 지난해 3만여대에서 올해 5만7천여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정부는 규모의 경제에 따라 전기차 판매 가격이 점차적으로 내려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소형 SUV 급의 전기차 구매를 위해 3천만원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코나 일렉트릭 최고급 트림인 프리미엄 판매가격은 세제혜택 후 기준으로 4천850만원이다. 여기에 국고보조금 900만원과 서울시 보조금 450만원을 빼면 판매가는 3천500만원이 된다. 만일 모든 옵션을 다 더하면 3천692만원까지 오른다. 웬만한 국산 준대형 세단 이상급 판매가격과 비슷한 가격대다.

방문객이 많은 편에 속하는 경기도 이천시 덕평자연휴게소 인천방향 전기차 충전기 (사진=지디넷코리아)

■충전 인프라 관리 능력 부족

문재인 정부는 전기차 보급뿐만 아니라 전국에 모든 고속도로 휴게소에 전기차 급속충전기를 설치하는 등 충전 인프라 확대에도 신경쓰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카드 결제가 잘 안되거나 충전이 제대로 안되는 전기차 충전기를 찾아내 부품을 교체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너무 전기차 보급에만 신경쓴 나머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관리와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최영석 차지인 대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활용되려면 무조건 설치만을 위한 예산을 투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 충전이 제대로 이뤄지는 지 확인하고 검증하는 과정에 더 투자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가 양적으로 전기차 충전기를 늘리려는 움직임은 활발하지만 다른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충전기 관련 기술 예산 편성은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전기차 외 주차금지' 입간판이 걸린 서울 만남의광장 휴게소 전기차 공공 급속충전기 (사진=지디넷코리아)

그는 “일부에서는 테슬라 수퍼차저처럼 한 곳에 여러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되는 집중형 충전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멀리 대륙횡단을 많이 하는 미국에서는 이같은 정책이 현실화될 수 있지만, 우리나라 국토사정에서는 이같은 정책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차지인의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를 규제 샌드박스 임시허가 1호로 지정했다. 220V 전기 콘센트로 누구나 쉽게 전기차를 충전시킬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 대표는 이를 근거로 언제 어디서든지 편하고 쉽게 완속충전할 수 있는 인프라 확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지인 전기차 충전용 과금형 콘센트로 충전중인 볼트 EV 전기차 모습 (사진=차지인 제공)
지오라인 플러그앤페이 자동결제 이동형 전기차 충전기 (사진=지오라인)

■C학점..다양한 전기차 산업 육성도 필요

국내 전기차 시장은 해가 지날수록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부가 국내 전기차 배터리 산업 발전을 위한 어떠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내 배터리 제조업체 생산량이 전기차 생산 증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지 않다는 이유다. 이럴수록 전기차 관련 정책을 책임져야 하는 정부 부처들의 발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초소형 전기차를 판매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에 치우친 시장 규모 떄문에 우리 스스로 자립하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전체적으로 생산 시설 확충이 어렵다 보니 중국 생산 시설과 중국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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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자동차를 전기차로 쉽게 튜닝할 수 있는 제도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기차를 제작할 수 있는 오픈 소스가 많이 구비됐기 때문에, 해당 산업을 대형 완성차 업체에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달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를 통해 클래식 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인 박정민 이빛컴퍼니 대표는 “전기차를 아직까지 OEM 완성차 업체들의 전유물로만 알려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지자체에서 전기차 산업 발전을 위한 펀드를 조성하고, 이같은 펀드 금액이 전기차 컨버전(튜닝) 제작이나 초소형 전기차 생산에 쓰인다면, 소비자들은 더 많은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