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에서도 ‘미운 오리 새끼’ 전락한 인터넷기업

[혁신성장 정책 2년 성적표]⑧인터넷역차별...C학점

인터넷입력 :2019/04/24 08:35    수정: 2019/11/26 08:53

지난 2월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혁신벤처기업인 만남 자리에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인터넷 망 사용료 납부를 국내외 기업이 동등하게 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국내 차별부터 없애주면 좋겠다고 건의하면서, 해외 인터넷 기업과 국내 기업 간의 세금 차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국제 조세 원칙에 따른 것이지만 구글 페이스북 등이 국내에서 막대한 돈을 벌면서도 법인세는 적게 낸다는 지적이었다.

이처럼 국내 기업이 받는 규제와 조세 의무가 해외 기업에 비해 과하다는 지적이 이전 정부부터 계속돼 왔으나, 현 정부에서도 뾰족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규제 역차별 해소에 있어 정부와 국회의 의지는 강해 보이나, 그 방법론과 실행에 있어서는 아쉽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나친 규제와 역차별로 시름 앓고 있는 국내 인터넷 기업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중간 평가 점수를 종합해보면 C 또는 D학점에 가깝다.

'혁신성장 정책 2년 성적' 이렇게 매겼습니다

■ “나쁜 규제 없애겠다”...규제 해소 의지 큰 文 정부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이었던 2017년 4월14일 디지털경제협의회 초청포럼에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의 부진한 설비투자 증가율과 마이너스 성장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를 창업열기가 뜨거운 창업국가로 만들어 혁신기업을 통한 혁신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특히 국내 인터넷 기업과 스타트업이 요구하는 네거티브 규제체제로의 대전환과 ‘나쁜 규제’를 없애는 정부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현 정부가 규제 역차별 문제를 해소한다는 취지에서 시행된 법은 국내대리인 지정제다. 이용자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방송통신위원회가 법을 개정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해외 인터넷 사업자들도 국내대리인을 지정, 개인정보 보호책임자 역할과 자료제출 등의 업무를 해야 한다.

또 다른 규제 역차별 해소 정책으로 방통위는 ‘임시중지명령’ 카드를 꺼냈다. 국내 인터넷 기업뿐 아니라 해외 인터넷 기업이라 하더라도 시정명령을 세 차례 위반하는 등 위법행위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경우, 이용자 피해를 막고자 서비스 임시중지명령을 내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따라 2021년 1월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사업현황 파악을 위한 자료 제출을 요청할 수 있게 된다. 국회와 정부는 매출 규모 등을 공개할 의무가 없는 외국계 유한회사들도 국내에서 얼마를 벌어들이고 이익을 남기는지를 파악해 정당한 세금을 부과할 근거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논리다.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PIXTA]

아울러 국회에서는 글로벌 인터넷 사업자가 국내에 서버설치를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가 국내 시장에서 일정수준 이상 품질 유지를 의무적으로 해야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나아가 개인정보보호 뿐 아니라, 글로벌 기업이 부가통신서비스 전반에 대해 국내 대리인을 의무적으로 지정해야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이 밖에 방통위는 지난해 말 전기통신사업자 이용자 보호업무 평가 대상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플레이 등을 처음으로 포함시키기도 했다. 이용자 보호업무 평가는 전기통신역무에 관한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고 이용자 불만을 보다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것으로, 사업자 자율규제를 통해 이용자 보호 수준을 끌어올리자는 취지다.

방통위는 지난해 민관협의체인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를 꾸리고, 인터넷 기업 역차별 문제와 중소 콘텐츠 제공사 등 인터넷 업계에서 약자 위치에 있는 기업의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앞서 언급한 국내 대리인 의무 지정 등 역차별 해소를 위한 관할권과 정책 집행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강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올해 2기 협의회를 구성해 해외사업자 법집행력 확보를 통한 역차별 해소, 통신사업 사후규제 체계의 개편, 망 이용을 둘러썬 공정경쟁 환경 조성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 “뜻은 좋은데, 실효성은 글쎄…”...집행력에 의문

이처럼 국회와 정부가 국내외 인터넷 기업 간 역차별 해소를 위한 여러 가지 정책과 법안들을 내놨지만 현장에서 나오는 평가는 대체적으로 부정적이다. 한마디로 “뜻은 좋은데, 실제로 실행된 게 딱히 없다는 것”이다. 특히 해외 사업자에 대한 규제 당국의 집행력에 의문을 표하는 의견이 많았다.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이상우 교수는 “대리인 지정제도는 대리인의 책임과 의무, 처벌범위를 어디까지로 할지, 대리인을 지정할 때 국제법 상호주의원칙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해 여전히 고민이 필요해 역차별 해소에 별다른 도움을 줄 수 없을 것”이라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대리인이 지정되는 문제와 이들에게 규제 적용 시 규제당국의 집행력이 담보될 수 있을지의 문제는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상우 교수는 또 2021년부터 시행 예정인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실태조사 규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치열한 경쟁 환경 속에서 생존싸움을 벌이는 국내 기업들에게 역풍이 된다는 논리다.

또 “(네이버 카카오 같은) 부가통신사업자는 국가가 독점적으로 특정사업자에게 사업권한을 부여한 서비스도 아니고, 누구나 진입할 수 있는 등 진입장벽이 극히 낮기 때문에 독점적 지위를 차지했더라도 사전적 규제를 통해 부가통신사업자의 사업행위를 규제할 이유가 없다”며 “역외적용 규정도 함께 담고 있지만, 국제적으로 합의된 GATS나 한미FTA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유병준 교수는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해소와 규제혁파에 있어 문재인 정부의 방향은 좋았지만 실제로 실행된 게 없다”면서 “이 같은 이유는 대통령과 청와대의 의지는 있지만, 90%에 달하는 기존 조직의 의지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과정에서 실행력이 약해진 것 같다”고 비판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역시 규제 역차별 해소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집행력에는 여전히 의문을 표했다. 해외 사업자에 대한 추가 규제를 위해 법을 개정해도 결국 이를 적용하고, 해외 기업들이 따르지 않았을 때 제재할 수 있겠냐는 시각이다.

인기협 박성호 사무총장은 “국내외 사업자 간 공정 경쟁을 위해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실적은 현재 몇 가지 가시적인 성과로 보인다”면서도 “대리인지정제와 임시중지명령 제도 모두 의미있는 조치라 보기 어렵고 실효성에 의문이 많다”고 말했다.

또 “역차별을 해소하는 방법에는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를 통해 규제의 수준을 맞추는 방법(상향규제)과, 해외사업자의 현재 규제수준에 맞춰 국내사업자의 규제를 완화시키는 방법(하향규제)이 있다”며 “상향규제는 아무리 법을 개정해도 결국 집행력의 문제가 남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을뿐더러, 오히려 국내사업자에 대한 규제만 더욱 강화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

반면 가천대학교 법학과 최경진 교수는 방통위가 기존 정부 때보다 법 제도 개선 측면에서 잘 했다는 평가를 했다. 또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외국 사업자에 대한 규제 노력이 이전보다 많았다는 입장이다.

최경진 교수는 “해외 사업자라 해도 주저하지 않고 국내 이용자를 위해 뭔가 하겠다는 의지를 방통위가 많이 보였다고 생각한다”며 “외국 사업자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과 실행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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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구글세’ 관련해서는 국제적인 합의가 필요한 부분인 만큼 국회와 정부가 국제적 합의에 보다 힘을 쏟아야 한다고 밝혔다. 유럽 등 여러 국가와 공조 체제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넷플릭스, 구글 페이스북 등 국내에서 활동 중인 글로벌 사업자와 서비스들이 많은데 이에 대한 법인세 징수에 대해 애매한 부분이 있다”면서 “경제 대국에 속하는 우리나라가 외국 규제 기관과 공동 대응하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 같다. 바로 효과가 나타나진 않겠지만 관심을 갖고 국제 협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